나경남의 더 스펙_2기통 엔진의 모터사이클, 2부

2022-03-11

2개의 심장 그리고 고효율 엔진의 매력

 

지난 호에서 서로 실린더가 떨어져 있는 2기통 엔진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번에는 실린더가 붙어 있는 고효율의 패럴렐 트윈. 즉, 병렬 2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모터사이클을 알아본다.

 

위기를 벗어나게 만든 병렬 2기통 엔진


혼다 포르자750


최근에는 병렬 2기통 엔진의 모터사이클을 찾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고까지 말할 순 없겠지만, 적지 않게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모터사이클에 적용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눈에 더 자주 보이곤 하는 것이다. 왜 이 병렬 2기통 엔진은 합리적인 가격의 모터사이클에 많이 적용되고 있을까. 그러니까 어떠한 합리성이 이 엔진이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도록 한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병렬 2기통 엔진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인한 경제적인 상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지점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은 브랜드는 혼다였다. 사실 혼다는 방만하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형식의 엔진을 보유한 브랜드이자 그만큼 다양한 모델들을 최소 배기량부터 최대 배기량까지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터사이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최대 기업이었다.


야마하 MT-07


모터사이클 시장 전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한 위기 속에서 혼다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 기존의 대배기량 엔진의 모터사이클, 그러니까 레저 스포츠용 수요를 위한 모터사이클의 가격을 그 당시보다 약 10년 전, 현재로부터는 약 20년 전의 가격으로 낮출 것을 예고했다. 


이것을 실제로 해낸다면 기존 대비 30%가량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격을 낮춘다는 계획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다는 금융 위기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확실히 달라질 것을 확신하고, 10년 전의 가격으로 동급 배기량의 모터사이클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했다.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혼다의 뉴 미드 콘셉트, NC700(현재의 NC750 시리즈)이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이전 동급 배기량 모델보다 약 30% 이상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이들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품종의 모델이 생산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렇게 확보한 생산 물량을 통해서 다른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BMW F 900 XR


이는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였고 이후 병렬 2기통 엔진을 장착한 모델들이 크게 확대되는 기점이 됐다. 결국 다시 말한다면 우리가 현재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병렬 2기통 엔진을 장착한 모델들은 이런 새로운 시도의 결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등장한 혼다의 뉴 펀더멘탈 콘셉트 모델들인 CB500 계열들이 그렇고, 야마하의 MT-07 시리즈, 가와사키의 닌자650 같은 모델들도 맥락을 같이한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히 즐겁게 다룰 수 있는 모델들을 제시한 것은 경기 침체와 함께 진행된 모터사이클 판매량 감소세를 돌려세우는 역할을 했다.


현재 우리의 모터사이클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이 병렬 2기통 엔진 모델들에게 주어졌고, 지금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이고 다양한 라인업에 적용하기 좋은 범용성,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정비성과 내구성까지 모두 갖춘 병렬 2기통 모델들을 알아보자.


혼다 포르자750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병렬 2기통 엔진의 시대를 연 NC700 시리즈는 그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보다 체계화된 생산 계획과 그것을 통한 비용 절감은 물론,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즐기는 시대를 이끌었다. 그 시리즈가 차츰 그 영역을 더 확대한 끝에, 현재 가장 최신의 모델로 등장한 것이 포르자750이다.


최대 배기량급의 스쿠터형 모델로 제시된 포르자750은 사실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장비한 자동변속 모터사이클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다른 대형 스쿠터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 듀얼 클러치를 통해 별도의 클러치 레버 조작 없이 손쉽게 기어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으며, 일반적인 스쿠터처럼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 편안한 주행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야마하 MT-07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MT- 07은 현행 야마하의 전체 라인업에서도 가장 훌륭한 라인업으로 꼽는다. 배기량 698cc의 병렬 2기통 엔진은 야마하의 현행 엔진 라인업을 구분 짓는 이름인 CP(크로스 플레인)를 사용하며 CP2라고 불리지만, 사실 크로스 플레인 크랭크샤프트는 그냥 콘셉트에 불과하며 그런 콘셉트를 굳이 차용하지 않더라도 이 엔진의 훌륭함이 감춰지진 않는다.


엔진 출력은 상대적으로 작은 배기량에도 훌륭한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에 꾸준한 토크 곡선으로 다른 모든 MT 시리즈들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쉽다. 


특히나 이 엔진은 MT-09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지만, 크로스오버 투어링 스타일인 트레이서7, 레트로 콘셉트의 XSR700을 비롯해 유럽의 미들급 어드벤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로 꼽히는 테네레700 등으로 선전하고 있은 것을 보면 이 엔진이 가진 잠재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BMW 모토라드 F 900 XR


F 900 XR은 BMW가 세계적 금융 위기보다 앞서서 내놓았던 F 800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모델로 크로스오버 투어링 콘셉트를 갖고 있다. BMW 모토라드라는 프리미엄급 브랜드의 미들급 모델이지만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며, 시장 전체에서 놓고 보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큼의 높은 사용자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매우 높은 수준의 전자제어 시스템들이 기본 구성에 포함됐으며, 시스템 전반의 내용을 컬러 계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휴대폰과 완벽하게 연동하면서 그 소유의 즐거움도 더욱 높인다. 장거리 주행성을 고려한 프런트 페어링 설정과 더불어 충분한 수납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사이드 백 등을 장착하는 것을 고려했다. 자극적인 맛이 다소 부족하지만, 편안하고 여유 있는 주행 특성을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로얄엔필드 인터셉터 650


역사가 깊은 로얄엔필드는 사실 혁신의 상징은 아니다. 사실 과거의 명성에 비하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니 그렇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내놓은 공랭식 병렬 2기통 650cc 엔진은 이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하게 했다.


엔진의 출력과 성능 그 자체는 크게 눈에 띌 만한 것은 아니지만, 21세기도 20년이 넘게 지난 현시점에서 공랭식 병렬 2기통을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또한 가격적인 부분에서 큰 강점을 갖는다.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 싸다고 표현해도 충분할 정도. 가격적으로도 훌륭하고, 레트로 감성을 가진 공랭 2기통 650cc급 엔진, 다루기 쉬운 차체 구성은 레트로 스타일 모터사이클의 팬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하고 있다.


KTM 890듀크 R


현행 병렬 2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터사이클들 중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을 한 대 꼽으라고 한다면, 그 주인공은 단연 KTM의 890듀크 R이 아닐까. 배기량 889cc의 엔진은 최고 121마력을 내며, 최대 토크도 99 Nm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차량의 공차 중량은 겨우 166kg 밖에 되지 않을 정도. 애초에 799cc의 병렬 2기통 엔진을 얹은 790듀크 역시 매우 훌륭한 차량이었는데, 890듀크 R은 그보다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을 제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790듀크와 비교했을 때 엔진 성능은 약 20% 가량 더 높아졌으며, 주요 구성 파츠 등에서도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개성적인 외모와 전자 제어 시스템 등은 물론이고, 가장 적극적으로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이들에게 적합한 패키지를 자랑한다.

 

소개 모델 주요 제원

 


혼다 포르자750야마하 MT-07
BMW F 900 XR
로얄엔필드 인터셉터 650
 KTM 890듀크 R
엔진 배기량(cc)
745
689
895
648
889
냉각 방식
수랭수랭수랭공랭수랭
압축비
10.7:1
11.5:1
13.1:1
9.5:1
13.5:1
최고 출력(PS/rpm)
58.6/6,750
73.4/8,500
105/8,500
 47/7,150
121/9,250
최대 토크(kgf-m/rpm)
6.5/4,750
6.8/6,500
9.4/6,500
5.3/5,250
10.1/7,750
차량 중량(kg)
 235
184
219
202
166
판매 가격(만 원)
1,460
1,077
1,540
770(커스텀 모델)
1,950


글/나경남(모터사이클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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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98호 / 2022.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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