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바이크 라이프_도로 위의 매너, ‘당신의 품격’입니다

2022-06-24

종종 동차선 추월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어차피 남는 공간, 다른 바이크가 좀 쓴다 해서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인가 하고 말이죠.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나쁘다’입니다. 제가 언제나 차선 정중앙으로만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살짝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기우뚱할 수도 있는데 순식간에 낯선 바이크가 파고 들어와서 충돌하면 큰일이니까요. 게다가 동차선 추월을 하는 라이더들은 속도가 빠른 경향이 있습니다. 멀쩡히 잘 달리다가 옆에서 순식간에 바이크가 나타나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로 이어지는 도로 위의 비매너


‘칼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안 보였던 바이크가 갑자기 나타나 다른 바이크 또는 사륜차 운전자를 놀라게 하거나, 심지어 주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사고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위험한 이륜차’란 인식을 더욱 강화하기 마련이고요.


그래서 저는, 이런 비매너 행위에 대해서 라이더 모두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라이더가 비매너 주행을 했을 때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지적해줘야 할 테고, 입문자에게는 매너 주행을 위해 피해야 할 일들을 꼭 알려줘야 합니다. 내가 뭐라도 돼서 지적을 하는 게 아닙니다. 모두의 안전과 모터사이클 인식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평화롭고 안전한 라이딩을 위해선 올바른 주행 매너가 필수다


물론 배달·퀵서비스 등 생업을 위해 비매너 주행을 하고 신호까지 어기는 분들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그 분들에게는 1~2분도 소중할 테니까요. 하지만 모든 라이더가 합심해서 비매너 행위를 지적하고 설득한다면 그 분들도 점점 변할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배달·퀵서비스 라이더들의 고용주인 회사들도 꾸준히 압박해야 합니다. 라이더들을 몰아치지 말라고 말입니다. 2021년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 재촉을 받은 적이 없는 라이더의 사고 경험 비율은 23%였지만, 재촉을 받은 적 있는 라이더의 사고 비율은 그 두 배인 50.3%에 달했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피자를 배달하던 18세 라이더가 신호를 위반했다가 버스와 충돌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피자 업체에는 ‘30분 내로 배달이 도착하지 않으면 할인 또는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30분 배달제’가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돈을 벌겠다고 경쟁하는 사이 애꿎은 라이더가 목숨을 잃은 겁니다. 이후 ‘30분 배달제’는 사라졌지만 라이더들은 다양한 배달 플랫폼으로부터 시간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의 목숨을 건 이런 경쟁이 사라질 수 있도록, 소비자로서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겁니다.


라이더의 대화 매너도 있다?


주행 매너는 이쯤 해 두고 ‘대화 매너’도 짚어보겠습니다.


8년 정도 짧게나마 바이크를 타면서 길 위에서 많은 라이더들을 만났습니다. 좋은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별로인 분들도 기억납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무조건 고배기량’주의자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저배기량 바이크와 그 오너를 은근히 무시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바이크는 각자의 매력이 있는데도 이들은 저배기량 바이크의 가격, 원가를 낮춰주는 부품들, 작은 크기와 느린 속도를 비웃곤 합니다. 그리고 저배기량 바이크를 사는 라이더에게 재촉하죠. 빨리 고배기량 바이크로 갈아타라고요. 대놓고 비웃진 않겠지만 “빨리 고배기량 타야지?”란 말부터 듣는 사람 입장에선 별로인 것도 사실입니다. 마치 명절 때나 만나는 친척 어르신의 “취직은 언제 할 거니?”라든가 “둘째 낳아야지?”처럼요.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성 라이더로서 종종 마주치는 경우가, “본인 소유의 바이크인가요(어이없지만 꽤 듣습니다)?” 혹은 “남친(남편) 따라 시작하셨어요?”입니다. 이 질문에는 두 가지 편견이 들어가 있습니다. 첫째는 ‘모터사이클은 남자의 취미다’, 둘째는 ‘여자는 모터사이클에 관심이 없으니 주변 남성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저는 둘 다 과거에는 대체로 옳았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틀린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륜차와 모터사이클은 오랫동안 ‘여성적이지 않은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분명 달라질 겁니다. 여자아이는 바비 인형 남자아이는 장난감 로봇이라는 이분법이 느리게나마 깨지고 있고 아기 때부터 성별에 따라 취향을 ‘배정받던’ 시대도 끝날 테니까요.


덧붙이자면, 저는 세차장에서 제 바이크를 세차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비(非)라이더 아저씨들께 “세차 알바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여자가 본인의 바이크를 세차한다는 가능성을 상상조차 못 하신 거죠. 조금 ‘웃펐’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시스터&브라더


만나면 반가운 라이더들. 세심한 대화 매너까지 갖춰진다면 더 깊은 우애를 다질 수 있다


마치 라이더 세계에 환멸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구구절절 늘어놓긴 했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낯선 라이더와의 손인사, 사고를 목격했을 때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라이더들, 한국인답게 낯을 가리다가도 라이더끼리는 무장해제하는 그 순간들을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일이든 취미활동이든 이런 연대감이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취미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반겨주는 사람들이니까요. 마치 부모자식, 형제자매처럼 말입니다.


입문 초기, 헬멧 외에는 전혀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저에게 혼내듯 그러면 안 된다고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근처에 바이크 라이더가 없었고 안전장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어서 그 분의 말씀에 ‘남이사’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분은 그렇게 입문자들을 혼내시면서 아마도 최소한 한두 명의 목숨은 구하셨을 겁니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분을 포함해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주셨고 저도 힘이 닿는 데까지 다른 라이더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당연히 ‘기브앤테이크’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라이더끼리 돕고 살면 흐뭇하고 즐거우니까요.


글/유주희(서울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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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05호 / 2022.6.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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