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희의 라이더 스토리 ⑤, 캠핑 헤이터, 캠핑에 물들다(下)

2021-10-08

상편에서 저는 완고한 캠핑 헤이터였습니다. 왜 안락한 숙소를 놔두고 밖에서 먹고 자는지 당최 이해하질 못했었죠. 하지만 모토캠퍼 친구들과의 유사 캠핑, 그러니까 캠핑장에서 잘 놀다가 잘 때는 근처 펜션으로 돌아가는 캠핑을 해보고 나선 상당히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싫어도 도전(소심하게나마)해본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거죠. 바이크를 타기 전과 후처럼요.

열심히 고기를 굽는 필자


‘영’, ‘지하’와 함께 떠난 유사 캠핑의 백미는 역시 저녁식사였습니다.


두 친구의 식기를 얻어 쓰는 처지다 보니 고기라도 제가 구웠습니다. 하나로마트에서 산 평범한 돼지고기인데 숯불에 구웠더니 엄청난 맛이 나오더군요. 저도 맛있는 고깃집 좀 다녀봤다고 자부했건만 먹은 지 2주 넘도록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이 맛에 캠핑을 오는구나, 단번에 납득했습니다. 챙겨온 샴페인과 위스키를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어서 더 훌륭한 식사였습니다.


텐트 하나하나에 행복이


어느덧 해가 저물고 캠핑장에는 소쩍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연히 소쩍새인줄 몰랐지만 자연과 친한 ‘영’이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캠핑장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건 조금 불편했지만 다행히 관리가 잘 된 깔끔한 화장실이었습니다. 오가는 길에 다른 텐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텐트 하나하나에 안온한 행복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두 친구에게 좋은 캠핑이란 어떤 캠핑인지 물어봤습니다.


둘 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캠핑장 시설이나 경치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캠핑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 


저도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고기를 구워먹기 직전, 최근 인터넷에서 본 대로 수박 반 통에 1664 블랑 맥주를 부어마셨는데 기대와 달리 맛없더군요. 이상한 시도와 실패였지만 ‘좋은 친구들과 함께’라서 즐거웠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문득 떠올라서 픽 웃을 법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좋은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누가 근본 없는 인터넷 레시피 알아왔냐”며 멱살을 잡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행복한 캠핑을 다녀온 후, 다른 친구들에게도 캠핑의 매력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왜 굳이 수고를 무릅쓰고 캠핑을 하는 것인지’를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실내보다 피곤하지만 밖에서 멍하니 쉴 수 있어서”, “낯선 환경에서 사소하고 익숙한 행위마저도 의미가 생긴다”, “어두우니까 빛이 더 잘 보여서 감각이 열리는 느낌”, “좀 더 쉽게 텐트를 치게 되는 등 성취감이 크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륜차를 놔두고 왜 바이크를 타냐는 질문과도 같다”는 예리한 지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캠핑의 무수한 매력


대부도에서의 캠프닉


“성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육체노동이라서”란 답도 있었습니다. ‘성과’라 하면 잘 설치된 텐트와 잘 차려진 식사겠죠. 비슷한 답변으로, “건물 짓는 맛과 비슷한 것 같다”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텐트를 치고, 난로 연통을 조립하면서 레고나 기계를 조립하는 것과 비슷한 재미를 느낀다고요. 군대에서 수없이 욕하며 텐트를 쳤던 기억을 상쇄할 만큼의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이륜차신문 384호에 인터뷰가 실린 김꽃비 배우는 캠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들려줬습니다. 그는 바닷가에서의 캠핑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텐트를 열면 동그란 프레임 가득 보이는 바다가 너무 좋다”고 하시더군요.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쁨에 초점을 맞춰 마련한 캠핑 도구들


드디어 나도 해보자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직은 텐트 없이, 캠핑 기분만 내기로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물품을 몇 개 사들였습니다. 버너, 머그, 테이블, 커피 원두 그라인더, 주전자, 코펠과 캠핑용 수저세트 정도 만요. 그리고는 어느 날 저녁, 대부도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컵라면과 모카포트에 내린 커피로 간단히 야식을 하고 밤하늘과 어두운 바다를 감상했습니다. 확실히 좋았습니다. 바이크란 취미에 이어 ‘유사 캠핑’이라는 취미가 생겼구나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텐트에 숙박하지 않는 이런 캠핑을 일컫는 용어도 있더군요. ‘캠핑과 피크닉(소풍)’을 합친 ‘캠프닉(혹은 캠크닉)’이란 말이 있다고, 바이크 광인이자 캠핑 광인인 류효림 연합뉴스 사진기자가 알려줬습니다. 


바이크든 캠핑이든 장비에 매우 까다로운 그에게 저의 최근 경험을 들려주자 “음식이나 불멍은 캠핑 입문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들”이라며 “캠핑 경력이 늘면 번잡한 게 싫어서 직화보다는 끓여먹거나 팬에 굽는 요리를 선호한다”고 귀띔해줬습니다. 예를 들어 고기를 팬에 굽고 마지막에 토치로 살짝 그을려서 직화구이의 풍미를 내는 식입니다. 중화요리에 쓰이는 웍도 고기구이, 볶음밥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해서 좋다네요.


매너가 멋진 캠퍼를 만든다


캠핑 후 뒷정리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얗게 타버린 숯은 캠핑장의 경우 따로 버리는 곳이 있고, 노지캠핑은 다 식혀서 도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요즘 최첨단 화롯대는 2차 연소 기능이 있어서 알칼리성인 석회가루 한 줌만 남기 때문에 그냥 땅에 뿌려도 된다네요. 하지만 숯을 그냥 땅에 파묻고 가는 몰상식한 캠퍼도 적잖다더군요.


류효림 기자는 이들을 일컬어 “캠퍼가 아니라 쌍팔년도 행락객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심지어 덜 식은 숯을 땅에 묻었다가 어린이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면서요.


쓰레기도 당연히 음식물·일반·재활용 쓰레기 등을 잘 나눠서 캠핑장에서 분리 배출해야 합니다. 노지 캠핑이라면 당연히 잘 수거해서 가져가야 할 테고요. 하지만 아무데나 버리고 간다거나, 아니면 챙겨가다가 엉뚱한 쓰레기통에 슬쩍 버리는 얌체들도 눈에 띈다고 합니다. 이런 진상들 때문에 한때 노지캠핑의 성지였던 곳이 캠핑 금지구역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요.


캠핑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독자님들도 모토캠핑이든 다른 무엇이든 꾸준히 새로운 즐거움을 찾으시길 기원하며, 다음 편에서는 바이크와 미식의 관계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글·사진/유주희 기자

 

유주희 기자


서울경제신문 디지털뉴스룸 기자, 8년차 라이더. 모터사이클 잡설 ‘두유 바이크’ 연재 중. SYM 울프125, KTM 390 듀크, 가와사키 W800을 타며 모터사이클 에세이 ‘그동안 뭐하고 살았지, 바이크도 안타고’를 썼다. 현재 서울경제신문에서 환경관련 뉴스레터 ‘지구용’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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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88호 / 2021.10.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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