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세계를 달리다_매력이 넘치는 나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산티아고까지

2022-03-24

유럽 라이더들은 말합니다. 바이크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손꼽자면 알프스, 노르웨이 피오르드, 스코틀랜드, 그리고 스페인이 있다고. 과거에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해군을 이용해서 대서양 너머 남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거나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드는 등 위세를 떨친 바 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를 처음으로 들었던 것도 스페인입니다. 세계 제2차 대전과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며 과거의 번영이 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고대 로마 시기의 유산은 물론 유럽의 가톨릭과 무어인의 이슬람 문화가 뒤섞이며 만들어진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시작은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의 고속도로


BMW R 1250 GS 3박스에 짐을 욱여넣은 뒤 M501 도로를 따라 마드리드 서편으로 빠집니다.


이어서 M600, M601 도로를 갈아타고 북상합니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는가 싶더니 눈 쌓인 산이 나타납니다. 11월 초, 늦은 계절이긴 하지만 마드리드를 벗어난 지 1시간도 안 돼서 설산을 만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로마시대 금광 유적이 있는 로스 마두라스로 가는 길


뜨거운 태양과 눈부신 햇빛, 그동안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는 그런 것이었으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인은 스위스에 이어서 평균 해발고도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합니다. 마드리드가 자리 잡은 지역이 해발고도 657m에 이르는 고원지대입니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랐을 뿐이지만, 사실은 1천m가 넘는 고갯길이었던 것입니다.


카스티야 지방의 삼겹살튀김 토레스노


고갯마루 주차장에는 바이크와 자동차가 빼곡하게 서 있고 건너편 카페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어렵게 주문에 성공한 커피와 추러스를 곁들여 간식을 하는데 옆 테이블에 놓인 메뉴에 눈길이 갑니다.


젊은 커플이 맥주와 함께 먹는 건 삼겹살 튀김? 맛이 궁금해서 추가로 주문해서 먹어보니 딱 삼겹살 튀김이 맞습니다. 스페인 중북부 지방 카스티야이레온 사람들은 삼겹살을 튀긴 ‘토레스노’를 먹고 남부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돼지 턱밑살을 튀긴 ‘치차론’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고갯마루를 넘으면 마드리드를 벗어나 카스티야이레온 주에 들어섭니다. 세고비아와 바야돌리드 사이에 드넓은 들판이 펼쳐집니다. 지평선까지 뻗은 들판에 조성된 밭은 경계가 뚜렷하고 아주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어서 이곳 농부들의 부지런함이 느껴집니다. 작물이 자라는 봄이나 여름에 오면 들판이 꽤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원을 개조한 엘야딘데라아바디아 호텔


바야돌리드에서 하룻밤은 중세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입니다. 과거에 수도승들이 기거했을 방이나 복도에 걸린 그림과 장식들이 종교색이 짙으면서도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보기에 편안한 기분이 듭니다. 투박한 열쇠도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현대식 호텔의 카드키와 달라서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의 저녁 만찬은 적응이 좀 어렵습니다. 스페인의 저녁 식사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쯤 늦게 시작합니다. 식사 시간도 길어서 저녁 9시부터 시작된 저녁 식사가 밤 11시쯤 끝납니다. 코스에 따라 나오는 음식과 와인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고 아주 맛있습니다. 양도 많습니다.


유럽의 지붕, 피코스 드 유로파


피코스 드 유로파로 가는 길


바야돌리드와 팔렌시아를 거쳐서 ‘피코스 드 유로파’ 국립공원을 향해 북상합니다.


스페인 북부에는 프랑스와 안도라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과 대서양을 끼고 솟은 칸타브리아 산맥이 기다랗게 늘어서 있습니다. 해양 강국이던 스페인의 뱃사람들이 긴 항해 뒤 항구로 돌아올 때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높은 산이 ‘피코스 드 유로파’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 산을 ‘유럽의 지붕’으로 인식했던가 봅니다.


카스티야이레온에서 칸타브리아 주로 넘어가는 삐에드라슬루엔가(Piedrasluengas) 고갯길 전망대에서 거대한 산맥과 능선이 만드는 절경을 감상합니다. 마치 스위스나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를 옮겨놓은 듯한 거친 산세가 아주 볼 만합니다.


피코스 드 유로파로 통하는 푸엔테 데 마을

 


N-621, CA-185 도로를 이용해서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푸엔테 데(Fuente De) 마을에 들어섭니다.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피코스 드 유로파 중턱까지 오릅니다. 산 아래서 바라보던 거대한 절벽 위는 온통 눈밭입니다. 


등산로를 따라 걸으며 스페인에서 만난 ‘알프스’를 느껴봅니다. 하지만 피코스 드 유로파의 진짜 모습은 따로 있습니다. 푸엔테 데를 벗어나 N-621 도로를 따라 산 글로리오 고개를 넘으면 ‘루타델카레스’ 협곡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피코스 드 유로파의 거친 석회암 절벽 사이로 카레스 강이 카스티야이레온과 아스투리아스 주를 관통합니다.


눈으로 뒤덮힌 피코스 드 유로파


피코스 드 유로파에 오르는 케이블카


카레스 강을 따라 대략 12km에 이르는 협곡 트래킹이야말로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피코스 드 유로파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북쪽 아스투리아스의 폰세바스와 남쪽 레온의 케인 마을이 각각 출발점이 됩니다. 거대한 석회암 협곡을 쪼아서 뚫은 동굴, 폭포, 오래된 다리 위 절벽에 방목된 양 떼까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같은 장면이 쉴 틈 없이 펼쳐집니다.


N-625 도로를 따라 남하하면 카스티야 이 레온의 주도인 ‘레온’을 만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 내부


8세기경 북아프리카의 무어인들이 지브롤터를 건너서 서고트 왕국을 무너트리고 이베리아(스페인) 반도를 장악하자 이에 대항하는 카톨릭 세력은 7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를 이어갑니다. 800년 가까이 이어진 레콩키스타를 승리로 마무리하고 이베리아 반도를 통일한 이사벨 여왕은 카스티야(레온) 왕국의 군주였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임을 알리는 조개 표식


레콩키스타 시기에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세력권에 포함된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하기가 어려웠으므로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 끝에 있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대체 순례지로 삼았습니다. 9세기경 이곳에서 ‘성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실은 레콩키스타 운동의 방편으로 유럽인들의 단합을 위해 장려되었다는 뒷얘기도 있습니다.


‘까미노데산티아고’로 불리는 순례 길은 유럽 전역에서 산티아고에 이르는 다양한 경로가 있습니다만, 프랑스에서 피레네를 넘어 이베리아 반도 북부를 지나는 경로가 가장 유명합니다. 중간 경유지인 레온은 이사벨 여왕의 근거지였던 역사적인 도시입니다. 


레온 대성당


레온의 상징인 사자


중심가에는 예스러운 성벽과 수도원 건물 등이 밀집해 있습니다. 레온 대성당은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고딕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이고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입니다. 마침 보수 중인지 내부에 들어갈 수 없는 아쉬움을 삼키며 주 정부 청사가 있는 마요르 광장에서 점심을 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폰페라다 부근 순례길의 소떼


레온에 이어서 아스토르가, 폰페라다, 사리아 등을 거치며 순례길을 더듬어 달립니다. 조그만 마을 길, 평범한 도로의 갓길, 고원평원, 강변 등 다양한 풍경 속으로 이어지는 순례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고 보입니다. 드문드문 도로와 공유하는 구간을 바이크로 달리며 걷는 이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타파스 요리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 대성당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이 가득합니다. 당연히 내부가 공개돼 있고 시간에 맞춰서 종교 행사도 이루어집니다. 대성당 주변 구도심은 관광지화돼 있습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에 선물가게와 식당이 즐비합니다. 붐비는 식당 한 켠에 자리 잡고 타파스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순례 길을 달려온 여운을 만끽하며 다음 여정을 생각합니다.


루타델카레스에 이르는 길


고대 로마의 흔적이 남아있는 오렐란 마을/팔렌시아 부근 들판 풍경


매력이 넘치는 나라 스페인


※ 모든 사진은 코로나 상황 이전에 촬영된 것입니다.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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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99호 / 2022.3.1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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