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해외투어_2편, 알프스의 절경과 마터호른

2024-10-11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인 김종한 작가가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 지역을 찾아갑니다. 알프스를 달리며 전하는 생생한 투어기를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스위스의 상징 마터호른을 필두로 주요 명소를 달립니다.

고트하르트스트라세 고갯길 / 고트하르트스트라세


동서남북으로 나뉘는 안데르마트 갈림길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조금 전까지 오버알프패스를 지나는 고산도로를 달렸지만, 이제는 로이스강이 만든 깊은 협곡을 지나게 됩니다. 로이스강은 스위스 남부 고산지대에서 빙하와 눈이 녹아서 만든 물길들이 모여서 강을 이루고 루체른호수까지 흘러갑니다. 협곡을 이루는 바위는 마치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위쪽 봉우리에는 과거 군사 요새들이 설치돼서 주변국 군대의 침입에 대비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단단한 바위를 뚫어서 만든 고트하르트 터널을 지나고 연속 와인딩이 인상적인 고갯길을 달리며 스위스가 지닌 풍광 속으로 뛰어듭니다.


수스텐패스와 그림젤패스 그리고 푸르카패스


수스텐패스의 바위를 뚫어서 만든 터널

험준한 바위산을 넘는 수스텐패스


안데르마트와 루체른을 잇는 2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왓센에서 좌회전한 뒤 11번 도로를 달리면 곧 수스텐패스 고갯마루에 이르는데 고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바위 절벽을 깎아내고 터널을 뚫어서 길을 낸 스위스 사람들의 노고가 어땠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만큼 지형이 험준합니다. 특히 동알프스에 포함되는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 돌로미티가 비교적 연질(?) 바위산인 것과 비교하면 스위스는 화강암처럼 보이는 단단한 바위산들이 대부분이라서 길을 만드는 데 고생이 더 컸을 것처럼 생각됩니다.


계속해서 바위산 허리를 휘감는 길을 따라 많은 터널을 지나면 이너키르헨의 갈림길을 만납니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가면 유명한 인터라켄으로 가지만, 왼편으로 틀어서 그림젤패스로 향합니다.


래테리히스보덴제, 그림젤제 두 개 호수를 지나면서 그림젤패스를 오르는 구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웅장한 풍광을 만납니다. 사진이나 글로 전하기가 어려운 멋진 경관과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저 직접 와서 눈으로 보는 수밖에는, 달리다가 멈추다가……, 경치 좋은 전망지점이 많아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푸르카패스를 오르는 길 / 그림젤패스를 오르는 라이더 / 그림젤에서 본 그로스푸르카호른


그림젤패스 고갯마루에도 작은 호수가 있습니다. 자그마한 토텐제 호숫가에 수많은 바이크가 서 있고 카페와 레스토랑에 라이더들이 가득합니다. 커피를 마시는 라이더와 눈이 마주치자 곧장 엄지척을 보내옵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서로 눈인사를 건네고 처음 만나는데도 불구하고 금세 어울려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서로의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빌어준 뒤 시동을 걸고 제각기 떠나는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바이크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순간입니다.


스위스 3대 산악도로라고 부르는 수스텐패스와 그림젤패스 그리고 푸르카패스까지 고갯길들이 서로 연결돼서 이어지는 것도 재미납니다. 안데르마트의 고트하르트스트라세까지 포함하면 마치 4각형 박스처럼 이어지는 이 경로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연속 고갯길과 숨돌리기 힘든 멋진 경치들의 향연이 벌어지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스위스에서 바이크로 달리기에 가장 좋은 지역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에기스호른에서 보는 알레치 빙하


알레치 빙하 / 에기스전망대에서 본 알레치 빙하 / 에기스호른(해발2,927m)


푸르카패스 아래 알펜호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슬처럼 영롱한 아침을 맞습니다.


조금 지나간 이야기긴 한데,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달릴 무렵 많은 건물에 붙은 ‘GASTHOF’라는 문구를 보며 ‘가스호프’로 잘못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역시 독일이라서 생맥줏집이 이렇게 많은가 싶다가 건물 위치나 분위기가 도저히 그게 아닌 것 같아서 단어검색을 통해서 호텔인 걸 알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어식으로 하면 ‘게스트호텔’쯤 되는 거겠지요.


스위스 남부 지역은 주변 여러 나라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언어로 보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를 쓰는 주민들이 꽤 많이 뒤섞여 있는 듯 보입니다. 그건 아마 스위스 남부가 제각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와 가깝기 때문일 테지요. 중세를 거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경 분쟁을 겪은 흔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융프라우요흐와 알레치 빙하


오늘은 스위스 남부를 대표하는 명소를 두 곳 찾기로 합니다. 먼저 피에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에기스호른을 오릅니다. 주변에 솟은 봉우리들이 4천m급이라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에기스호른 역시 2,927m에 이르는 고봉이고 케이블카 역이 위치한 곳도 2,893m에 이릅니다. 여기서는 유럽에서 가장 큰 알레치 빙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유럽 알프스에서 가장 큰 빙하로 길이가 23km에 얼음의 두께가 900m에 이른다고도 합니다. 2001년에 세계유산에 지정됐고 융프라우요흐와 뮌히 같은 고봉에서 시작된 빙하 줄기가 모여서 대문자 ‘J’ 모양으로 흐르는 모습이 가히 장관입니다.


인터라켄을 통해서 융프라우요흐 능선에 오르는 기차를 이용하면 빙하 상부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도 있지만, 그건 언젠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마터호른으로 찾습니다.


고르너가르트와 마터호른


체르마트에서 본 마터호른 / 체르마트의 알펜호른 조형물 / 마터호른 봉우리 반영


19번과 9번 도로를 번갈아 달리며 브리그를 지나 체르마트로 향합니다.


스위스를 상징하는 봉우리로 일컬어지는 마터호른을 찾는 여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피스프에서 탈스트라세를 이용해서 타츠까지만 바이크로 들어갈 수 있고, 일반 차량은 운행 불가입니다. 타츠의 유료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체르마트 터미널까지는 택시를 이용합니다. 체르마트 시내 이동은 마치 동남아에서 볼 수 있는 ‘툭툭’을 닮은 전기차량을 탑니다.


고르너가르트에서 본 국경 빙하 / 고르너가르트에서 본 빙하 / 고르너가르트천문대와 마터호른


마터호른을 잘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럿 있는데 우리 일행이 찾기로 한 고르너가르트 전망대까지는 산악열차를 타고 오릅니다. 반복되는 과금(?)을 거치며 오른 고르너가르트는 마침 맑은 날씨와 함께 어렵사리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마터호른의 뾰족한 봉우리를 이렇게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건 행운이 따라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바이크를 타고 오르진 못하지만 빼놓기 어려운 스위스의 대표 명소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바이크가 있는 타츠의 주차장까지는 올 때와 역순입니다. 오전에 들른 알레치 빙하와 마터호른은 이렇게 가볍게 바라보며 지나기는 아쉬운 곳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평소에 트래킹을 즐기는 일행은 다음에 다시 찾을 거라는 얘기를 합니다. 여러 전망대와 고산 호수들을 잇는 멋진 코스가 널려 있어서 트래킹 마니아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도 하네요.


체르마트를 빠져나온 뒤 9번 도로를 따라 마흐띠뉘까지 가는 길은 무척 덥습니다. 도로 양편에 워낙 높은 산들이 늘어서 있어서 마치 협곡 안을 달리는 기분이 드는데 골짜기 안에 뜨거운 공기를 가득 채운 느낌입니다. 더위를 피하러 들른 카페에서는 일행 모두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외치지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 에스프레소와 물을 주문하고 얼음을 달라고 해서 만들어 마시는 수밖에는.


나폴레옹 군대가 넘은 고갯길


브리그에서 마흐띠뉘로 가는 길
브리그에서 마흐띠뉘로 향하는 9번 도로


마흐띠뉘 부근은 프랑스 영향이 큰 지역입니다. 조금 전 쉬었던 카페 주인도 프랑스어만 썼기 때문에 음료 주문에 조금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도 조금만 더 달려서 국경을 넘으면 프랑스 샤모니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몽블랑을 지나 프랑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헝셍베흐노 고개를 넘어서 이탈리아를 잠시 거친 뒤 프랑스로 넘어가는 경로를 달립니다.


그헝셍베흐노는 1800년에 프랑스 군대를 이끈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침공하기 위해서 넘은 고갯길이기도 합니다. 아직 많은 눈이 남아 있을 무렵인 5월에 넘었다고 하는데 고갯길 중턱에 자리한 부흐그셍뻬흐 마을과 나폴레옹 군대가 얽힌 이야기도 전하는 곳입니다.


(다음에 이어서)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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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60호 / 2024.10.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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