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2_6편, 진도 해안도로에서 고흥반도까지

2023-01-06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 또는 나뉘는 지점이 어디일까요? 법적인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서 저마다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국립해양조사원 웹사이트에서 찾은 답변은 이렇습니다.


서해는 압록강부터 해남군의 남쪽 끝까지, 남해는 해남의 남쪽 끝부터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팔각정(해월정)까지, 동해는 해운대 달맞이고개부터 두만강까지라는 설명입니다.


더 상세히 말하자면 서해와 남해는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갈두산 사자봉 땅끝 탑에서 225도로 그은 선으로 나뉘고, 남해와 동해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팔각정(해월정) 앞 동해를 조망하는 곳에서 135도로 그은 선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진도 해안도로 최고


삐에르랑디 흉상


진도 남쪽 해안을 따라 18번 국도가 이어집니다.


상골재와 중만재를 넘고 바닷가에 붙었다가 멀어졌다가 하면서 호젓한 기분으로 달립니다. 접도와 의신면을 지나서 회동재 고갯마루를 넘다 보면 ‘삐에르랑디공원’이 보입니다. 여기에 진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공원이 만들어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삐에르랑디는 1975년 주한 프랑스대사를 역임하던 가운데 진도에 왔다가 ‘모세의 기적’을 발견하고 프랑스 신문에 소개한 분입니다. 진도 모세의 기적이란, 고군면 회동 앞바다가 모도까지 2.8km 사이에 바닷길이 열리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해마다 3~4월, 9~10월, 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큰 계절에 나타납니다. 삐에르랑디공원은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프랑스 신문에 소개된 뒤, 많은 관심을 받고 관광객이 늘어나자 그 공로를 기리기 위해서 만든 것입니다.


회동 바닷가에는 바닷길과 관련된 뽕할머니상이 서 있습니다. 옛날에 사나운 호랑이들이 나타나 인근 마을 사람들이 바다 건너 모도로 피신했는데, 뽕할머니만 미처 배를 못 타서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홀로 남은 뽕할머니가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며 용왕께 기도를 올렸더니 바닷길이 열렸다고 하고, 이 바닷길을 따라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기에 마을 이름이 ‘회동’이 됐다고도 합니다.


잠시 바닷가를 벗어나 첨찰산 위 진도 기상대를 찾습니다. 진도 남쪽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산 너머에 운림산방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입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화원으로 활동하던 소치 허련이 고향으로 돌아와 터를 잡은 곳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방과 초가, 기념관 등이 있습니다.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알려져 있고 기념관에는 허련과 5대손까지 그림이 전시돼 있습니다. 5대에 걸쳐서 그림을 그리다니……, 희한하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림산방은 첨찰산과 덕심산을 비롯한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구름 숲처럼 보인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 해남 땅끝마을


해남 땅끝전망대


다시 바닷가로 빠져나온 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용호항부터 벽파진을 지나 진도대교까지 해안도로가 잘 놓여서 산과 바다를 번갈아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다시 진도대교를 건넌 뒤 18번 국도와 77번 국도를 번갈아 타면서 해남 땅끝마을로 향합니다. 고천암방조제를 건너고 송호해변을 거쳐서 땅끝마을 사자봉 주차장에 이릅니다. 바이크를 세워두고 땅끝전망대로 이어지는 긴 계단을 오릅니다. 전망대 앞 데크에 서면 서해와 남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남 땅끝과 보길도를 오가는 카페리

해남 땅끝에서 본 남해 바다


서해 쪽은 저 멀리 진도가 보이고 남해 쪽으로는 노화도와 보길도가 보입니다. 발아래로 보이는 땅끝 선착장에서 떠나는 배를 타면 노화도와 보길도에 갈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찾았던 보길도와 윤선도 유적이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배를 타지 않기로 합니다. 해안선 투어니까요.


완도대교


77번 국도를 따라 남해안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사구미해변과 남성항을 거쳐서 북평면에서 13번 국도로 갈아탄 뒤 완도대교를 건넙니다. 완도가 섬이긴 하지만 배를 타지는 않으니 해안선 투어라는 목적에 들어맞습니다.


완도대교를 건너자마자 램프를 빠져서 바닷가로 내려갑니다. 완도 서편 해안도로는 77번 국도, 동편 도로는 13번 국도면서 이륜차 통행 제한이 있습니다. 옛 국도였던 길도 있긴 하지만 그냥 77번 국도를 이용합니다. 완도읍에 이르기 전에 만나는 청해 포구 촬영장은 드라마 ‘해신’이나 영화 ‘명량’을 비롯해 많은 사극을 찍은 곳입니다.


완도항과 주도 야경

완도 청산식당 장어탕


어느덧 늦은 시간이라 해넘이가 시작돼서 완도 여객선터미널 부근에 숙소를 정합니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대형 선박은 제주도를 오가는 여객선입니다. 제주도 투어 때 여러 번 이용한 적이 있어서 왠지 친숙한 느낌이 있습니다. 부둣가 식당에서 저녁 식사하는데 갈치구이가 아주 실하고 맛이 있습니다. 식당 아저씨에게 밖에 보이는 고깃배가 잡아 온 녀석인지 여쭈니 “제주산이여~”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장보고 대교와 정남진전망대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신지도 송곡항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완도읍을 벗어나 신지대교를 건넙니다.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은 한때 숨은 비경으로 소문날 만큼 백사장과 솔밭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완도와 사이에 신지대교가 세워지고 고금도와 강진을 잇는 장보고 대교가 들어서면서 찾기가 쉬워졌습니다.


신지도와 고금도를 잇는 장보고 대교 위를 달리며 바다를 굽어보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과거에 다리 아래 바다를 카페리에 바이크를 싣고 건너던 아련한 추억이 있지만, 신지도와 고금도 사이만큼은 다리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남진전망대


고금도를 가로질러서 고금대교를 건너면 강진 마량항입니다. 길은 77번 국도에서 23번 국도로 바뀝니다. 천관산을 바라보며 북상하다가 819번 지방도를 만나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회진항부터 시작되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정남진전망대에 이릅니다.


정남진전망대를 찾은 바이크들 / 정남진전망대 한반도 조형물


태안 만리포에 있는 정서진과 정남진, 정동진 등은 모두 조선시대 임금이 있는 한양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만, 정남진 주변이 공원화돼서 전망대가 들어선 모습이 생소합니다. 실은 십수 년 만에 찾은 곳이니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여러 기념물과 조형물이 있고 거대한 전망대까지 공을 많이 들인 듯한데, 왠지 관리가 모자라는 듯이 보입니다. 어쩌면 코로나19 상황이라 찾는 이가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해서 819번 지방도이자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남포마을에서 장재도로 건너는 다리 공사장에서 길이 끊어져서 돌아섭니다.


한창 공사 중인 모습이라 조만간 개통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 다리(정남진 대교) 공사가 끝나면 안양면으로 돌아가야 했던 해안선일주 경로가 장재도를 거쳐서 율포 쪽으로 곧장 이어지게 됩니다. 안양면사무소를 끼고 우회전한 뒤 율포해변과 비봉공룡알화석지를 만나는 바닷길을 달립니다.


해평항에 이른 뒤 득량만방조제와 예단 습지 생태공원을 거쳐서 고흥반도에 들어섭니다.

 

삐에르랑디공원: 전남 진도군 고군면 금계리

진도 신비의바닷길: 전남 진도군 고군면 신비의바닷길 148

진도 기상대: 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527-209

운림산방: 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315

고천암방조제: 전남 해남군 황산면 한자리 1637-14

땅끝전망대: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 100

완도대교: 전남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

장재도: 전남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 95

율포: 전남 보성군 회천면 우암길 24

정남진전망대: 전남 장흥군 관산읍 정남진해안로 242-58

완도 연안여객선터미널: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장보고대로 339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 전남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길 85-105

보성 예담습지 생태공원: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 3040-9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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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18호 / 2023.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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