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규슈를 찾아 달리다, 2편
2024년은 왠지 모를 아쉬운 기분이 드는 한해였습니다.
실은 코로나19가 잦아드는 2023년 초 즈음에 내년에는 4번째 유라시아횡단 겸 파미르 고원을 달려볼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러시아를 지나서 유럽에 이르는 경로가 모두 막힌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 달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포기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던가 봅니다.
어쩌면 2024년 말에 규슈를 찾은 것은 그래서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노베오카에서 미야자키, 니치난을 거쳐서 일본 최남단을 달려 봅니다.

노베오카의 밤은 중저가 숙박과 이자카야에서 저녁 겸 한 잔으로 이어집니다. 어쩌면 일본 소도시를 찾을 때 만나는 전형적인 패턴이 아닌가 싶은데, 마치 현지 주민의 퇴근 후 모습과도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최근 우리나라 여행객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는 일본 소도시 탐방 느낌도 있어서 나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제 묵었던 벳푸가 제법 규모가 큰 관광도시여서 웬만한 식당이나 이자카야에 한글 메뉴가 갖춰진 것과 비교하면 여긴 오로지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게 차이라면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본 소도시 여행

휴가의 우마가세 해변

우마가세 해변의 주상절리
노베오카를 벗어나 휴가시 바닷가를 찾습니다. 워낙 자주 찾는 규슈라고는 해도 아직 가보지 않은 명소가 많습니다.
휴가시 우마가세 해안도 몇 번인가 찾으려다가 지나친 곳이어서 이번에 일부러 찾아봅니다. 그리 크지 않은 곶(반도) 끝자락에 주상절리와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가 멋진 곳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주상절리라고 하는데……, 그게 맞나? 싶기는 합니다.
사실 아소를 비롯해서 꽤 여러 곳에 큰 주상절리들이 많은데, 혹시 바다를 낀 주상절리 가운데 가장 크다는 얘기가 아닐까? 따위를 생각하며 주상절리 너머 태평양에 쏟아지는 햇살을 느긋하게 감상합니다.
우마가세 바닷가를 빠져나온 뒤에는 고속도로를 타고 미야자키까지 계속 남하합니다. 고속도로가 생긴 지는 대략 십여 년쯤 됐습니다. 처음 규슈를 찾아서 미야자키까지 달릴 때는 고속도로가 놓이기 전이어서 국도를 달려야만 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 틈에 끼어서 셀 수 없이 많은 신호등을 만났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국도를 벗어나 바닷가나 산속에 다른 길도 찾아봤지만, 미야자키에 이르는 길이 즐겁지 않아서 한동안 찾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뚫린 뒤에는 미야자키를 손쉽게 찾게 돼서 모두 옛 추억이 되긴 했습니다.
하기야 고속도로가 지닌 장점이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필요할 때 빠르고 안전하게 거리를 단축하고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면 요금이 아깝지 않습니다. 게다가 투어나 여행 경로를 한결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일본 신혼여행의 메카

아오시마의 도깨비 빨래판
미야자키 시내를 지나서 아오시마에 이릅니다. 아오시마는 육지(규슈)와 다리로 이어진 작은 섬입니다. 오래된 퇴적층이 솟아서 파도에 침식되며 만들어진 특이한 줄무늬 지반과 함께 아열대성 식물군으로 이뤄진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섬 가운데 자리한 아오시마 신사는 일본 건국신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화 속 남녀 인물이 여기서 만나서 맺어졌다는 내용인데……, 그래서인지 신사를 찾아서 합장하는 젊은 커플과 여성들이 많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우도신궁의 토끼상

일본 건국신화가 전하는 아오시마 신사
계속해서 바닷가를 따라 남하하다가 니치난 부근에서 만나는 우도신궁 역시 일본 건국신화와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바닷가 해식동굴 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나중에 일본왕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우도신궁 주변에 많은 토끼상이 서 있는 건 아마 그런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가 봅니다.
누가 누구를 만나서 맺어지고 아이를 낳았는데 나중에 일본왕이 됐다는 이야기 덕분인지 한 때는 아오시마신사와 우도신궁을 묶어서 일본인들의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은 적이 있다고도 합니다. 물론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지금도 순산을 기원하는 부부들이 우도신궁을 찾아 합장하는 모습을 제법 볼 수 있습니다.
니치난을 지나면 바닷가 도로에 교통량이 한결 줄어드는 걸 느낍니다. 야생 원숭이와 방목된 말들이 풀을 뜯는 토이미사키를 지나면 규슈에서도 한참 시골에 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야자키나 니치난까지는 그나마 한국인 여행자를 가끔 마주치지만, 시부시를 지나 오오스미반도를 따라 달리는 동안에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만큼 구석진 시골까지 오는 건 조금 더 남다른 시도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최남단 사타미사키와 사츠마반도

이부스키 호텔의 해수노천탕

카이몬다케에서 보는 태평양

카이몬다케와 흑토지대 들판

일본 본토 최남단 사타미사키
규슈 최남단이자 일본 본토 최남단인 사타미사키도 꽤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에 이르는 산책로가 정비돼서 노면이 걷기 편하고 비탈길에는 안전난간도 새로 설치돼 있네요.
무엇보다 최남단전망대 시설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둥글고 넓은 전망 데크에 오르면 최남단 등대와 드넓은 태평양을 더 잘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옛적에 있던 최남단 공중전화와 엽서를 적던 부스는 철거돼서 없어졌습니다. 누구나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사타미사키에서 돌아 나온 뒤 네지메항에서 페리를 타고 이부스키로 건넙니다. 오오스미반도와 사츠마반도 사이를 잇는 최남단 항로이고 이부스키 남쪽 야마가와항까지 대략 40분쯤 걸립니다.
페리 뱃전에 기대서 맞은편 땅끝에 카이몬다케가 우뚝 솟은 모습이 점점 다가오는 걸 바라봅니다. 완전한 원뿔형 화산이어서 사츠마후지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출격하는 ‘가미가제’ 전투기들이 이 산을 몇 번 돌면서 비행한 뒤 미 군함을 향해 날아갔다고도 합니다. 그때 조종사들이 무엇을 생각했을지…… 나라를 위한다는 충성심을 다졌을지? 아니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가족을 떠올렸을지?
규슈 투어를 많이 한 제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부스키 주변은 아소 일대와 더불어 바이크로 달리기 좋은 지역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카이몬다케 주변 흑토지대에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 거대장어가 서식하는 이케다호수, 차밭과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는 오노다케, 바닷가에 자리잡은 스나무시(모래찜질온천), 언제 찾아도 좋은 곳들이 널렸습니다.
기리시마고원의 설경
 이부스키스카이라인과 카이몬다케 |  이부스키스카이라인에서 본 사쿠라지마 |

활발하게 분화 중인 사쿠라지마 화산

기리시마고원 가라쿠니다케의 설경

긴코다이전망대에서 본 사쿠라지마
이부스키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부스키스카이라인’을 타고 가고시마 시내로 북상합니다.
사츠마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이 도로는 전망이 좋고 코너의 연속이라서 바이크로 달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도중에 만나는 여러 전망대에 들르면 가고시마만 바다와 사쿠라지마가 어우러진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간밤에 내린 비에 노면이 젖어있어서 마음껏 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눈이 아닌 비여서 다행이기는 합니다만. 가고시마 시내를 통과한 뒤 페리를 이용해서 사쿠라지마로 건넙니다. 듣자니 불과 며칠 전에 사쿠라지마에서 폭발적인 분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도롯가에 멈춰서 땅바닥에 귀를 기울이면 지표면 아래서 “우르르릉~” 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데도 페리 운항이 정상적이고 부근 주민들도 동요하는 모습이 없는 걸 보면 무척 ‘일상적’인 상황인가 봅니다.
과거에 사쿠라지마를 처음 찾았을 때는 비교적 평온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히려 그때가 특별한 시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리시마고원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바람이 제법 거세고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고도가 높아지고 에비노고원과 갈림길에 가까워지니 하얗게 눈 쌓인 산록이 펼쳐집니다. 우려했던 상황을 만나는 건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시작됩니다.
(다음에 계속)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해외투어 #규슈 #노베오카 #미야자키 #니치난
한국이륜차신문 470호 2025.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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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규슈를 찾아 달리다, 2편
2024년은 왠지 모를 아쉬운 기분이 드는 한해였습니다.
실은 코로나19가 잦아드는 2023년 초 즈음에 내년에는 4번째 유라시아횡단 겸 파미르 고원을 달려볼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러시아를 지나서 유럽에 이르는 경로가 모두 막힌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 달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포기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던가 봅니다.
어쩌면 2024년 말에 규슈를 찾은 것은 그래서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노베오카에서 미야자키, 니치난을 거쳐서 일본 최남단을 달려 봅니다.
최근 우리나라 여행객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는 일본 소도시 탐방 느낌도 있어서 나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제 묵었던 벳푸가 제법 규모가 큰 관광도시여서 웬만한 식당이나 이자카야에 한글 메뉴가 갖춰진 것과 비교하면 여긴 오로지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게 차이라면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본 소도시 여행
휴가의 우마가세 해변
우마가세 해변의 주상절리
노베오카를 벗어나 휴가시 바닷가를 찾습니다. 워낙 자주 찾는 규슈라고는 해도 아직 가보지 않은 명소가 많습니다.
휴가시 우마가세 해안도 몇 번인가 찾으려다가 지나친 곳이어서 이번에 일부러 찾아봅니다. 그리 크지 않은 곶(반도) 끝자락에 주상절리와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가 멋진 곳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주상절리라고 하는데……, 그게 맞나? 싶기는 합니다.
사실 아소를 비롯해서 꽤 여러 곳에 큰 주상절리들이 많은데, 혹시 바다를 낀 주상절리 가운데 가장 크다는 얘기가 아닐까? 따위를 생각하며 주상절리 너머 태평양에 쏟아지는 햇살을 느긋하게 감상합니다.
우마가세 바닷가를 빠져나온 뒤에는 고속도로를 타고 미야자키까지 계속 남하합니다. 고속도로가 생긴 지는 대략 십여 년쯤 됐습니다. 처음 규슈를 찾아서 미야자키까지 달릴 때는 고속도로가 놓이기 전이어서 국도를 달려야만 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 틈에 끼어서 셀 수 없이 많은 신호등을 만났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국도를 벗어나 바닷가나 산속에 다른 길도 찾아봤지만, 미야자키에 이르는 길이 즐겁지 않아서 한동안 찾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뚫린 뒤에는 미야자키를 손쉽게 찾게 돼서 모두 옛 추억이 되긴 했습니다.
하기야 고속도로가 지닌 장점이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필요할 때 빠르고 안전하게 거리를 단축하고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면 요금이 아깝지 않습니다. 게다가 투어나 여행 경로를 한결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일본 신혼여행의 메카
아오시마의 도깨비 빨래판
미야자키 시내를 지나서 아오시마에 이릅니다. 아오시마는 육지(규슈)와 다리로 이어진 작은 섬입니다. 오래된 퇴적층이 솟아서 파도에 침식되며 만들어진 특이한 줄무늬 지반과 함께 아열대성 식물군으로 이뤄진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섬 가운데 자리한 아오시마 신사는 일본 건국신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화 속 남녀 인물이 여기서 만나서 맺어졌다는 내용인데……, 그래서인지 신사를 찾아서 합장하는 젊은 커플과 여성들이 많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우도신궁의 토끼상
일본 건국신화가 전하는 아오시마 신사
계속해서 바닷가를 따라 남하하다가 니치난 부근에서 만나는 우도신궁 역시 일본 건국신화와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바닷가 해식동굴 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나중에 일본왕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우도신궁 주변에 많은 토끼상이 서 있는 건 아마 그런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가 봅니다.
누가 누구를 만나서 맺어지고 아이를 낳았는데 나중에 일본왕이 됐다는 이야기 덕분인지 한 때는 아오시마신사와 우도신궁을 묶어서 일본인들의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은 적이 있다고도 합니다. 물론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지금도 순산을 기원하는 부부들이 우도신궁을 찾아 합장하는 모습을 제법 볼 수 있습니다.
니치난을 지나면 바닷가 도로에 교통량이 한결 줄어드는 걸 느낍니다. 야생 원숭이와 방목된 말들이 풀을 뜯는 토이미사키를 지나면 규슈에서도 한참 시골에 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야자키나 니치난까지는 그나마 한국인 여행자를 가끔 마주치지만, 시부시를 지나 오오스미반도를 따라 달리는 동안에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만큼 구석진 시골까지 오는 건 조금 더 남다른 시도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최남단 사타미사키와 사츠마반도
이부스키 호텔의 해수노천탕
카이몬다케에서 보는 태평양
카이몬다케와 흑토지대 들판
일본 본토 최남단 사타미사키
규슈 최남단이자 일본 본토 최남단인 사타미사키도 꽤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에 이르는 산책로가 정비돼서 노면이 걷기 편하고 비탈길에는 안전난간도 새로 설치돼 있네요.
무엇보다 최남단전망대 시설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둥글고 넓은 전망 데크에 오르면 최남단 등대와 드넓은 태평양을 더 잘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옛적에 있던 최남단 공중전화와 엽서를 적던 부스는 철거돼서 없어졌습니다. 누구나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사타미사키에서 돌아 나온 뒤 네지메항에서 페리를 타고 이부스키로 건넙니다. 오오스미반도와 사츠마반도 사이를 잇는 최남단 항로이고 이부스키 남쪽 야마가와항까지 대략 40분쯤 걸립니다.
페리 뱃전에 기대서 맞은편 땅끝에 카이몬다케가 우뚝 솟은 모습이 점점 다가오는 걸 바라봅니다. 완전한 원뿔형 화산이어서 사츠마후지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출격하는 ‘가미가제’ 전투기들이 이 산을 몇 번 돌면서 비행한 뒤 미 군함을 향해 날아갔다고도 합니다. 그때 조종사들이 무엇을 생각했을지…… 나라를 위한다는 충성심을 다졌을지? 아니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가족을 떠올렸을지?
규슈 투어를 많이 한 제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부스키 주변은 아소 일대와 더불어 바이크로 달리기 좋은 지역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카이몬다케 주변 흑토지대에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 거대장어가 서식하는 이케다호수, 차밭과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는 오노다케, 바닷가에 자리잡은 스나무시(모래찜질온천), 언제 찾아도 좋은 곳들이 널렸습니다.
기리시마고원의 설경
활발하게 분화 중인 사쿠라지마 화산
기리시마고원 가라쿠니다케의 설경
긴코다이전망대에서 본 사쿠라지마
이부스키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부스키스카이라인’을 타고 가고시마 시내로 북상합니다.
사츠마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이 도로는 전망이 좋고 코너의 연속이라서 바이크로 달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도중에 만나는 여러 전망대에 들르면 가고시마만 바다와 사쿠라지마가 어우러진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간밤에 내린 비에 노면이 젖어있어서 마음껏 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눈이 아닌 비여서 다행이기는 합니다만. 가고시마 시내를 통과한 뒤 페리를 이용해서 사쿠라지마로 건넙니다. 듣자니 불과 며칠 전에 사쿠라지마에서 폭발적인 분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도롯가에 멈춰서 땅바닥에 귀를 기울이면 지표면 아래서 “우르르릉~” 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데도 페리 운항이 정상적이고 부근 주민들도 동요하는 모습이 없는 걸 보면 무척 ‘일상적’인 상황인가 봅니다.
과거에 사쿠라지마를 처음 찾았을 때는 비교적 평온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히려 그때가 특별한 시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리시마고원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바람이 제법 거세고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고도가 높아지고 에비노고원과 갈림길에 가까워지니 하얗게 눈 쌓인 산록이 펼쳐집니다. 우려했던 상황을 만나는 건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시작됩니다.
(다음에 계속)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해외투어 #규슈 #노베오카 #미야자키 #니치난
한국이륜차신문 470호 2025.3.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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