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투어리스트 겸 작가가 태국의 북부 지역인 치앙마이로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국내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치앙마이는 한국의 강원도 같은 산악형 지역이 많은 곳으로 연중 20도 내외의 선선한 기후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바이크 투어에 최고의 환경조건을 갖춘 태국 북부 지역을 김종한 작가와 함께 출발합니다. 이번 호는 마지막 편으로 빠이에서 다시 치앙마이까지 달립니다.(편집자 주)
반짜보 동굴지역을 지나는 길
빠이에서 이틀을 머무르기로 한 건, 빠이가 치앙마이를 빼면 여행자들에게 많은 흥미로움을 가진 곳이어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어제 반락타이를 거쳐서 빠이까지 오느라 들르지 못한 곳들이 있어서 오늘 찾기로 합니다. 그곳은 바로 태국 북부 산악지대를 이루는 석회암지대와 석회암 동굴입니다. 특히 석회암 지대에 흩어져 있는 동굴들은 아직 개발이 덜 이루어진 곳들이 많아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태국 북부의 석회암 동굴지대

반짜보 석회암지대

반짜보 덱더이커피와 산촌마을 전망
다시 어제 넘어왔던 도이키우럼 전망대를 넘어서 동굴지대로 향합니다.
태국 북부 석회암지대에 많은 동굴이 널려있지만, 우리처럼 바이크 라이더가 찾기 좋은 곳은 대략 두 군데입니다. 탐롯동굴로 대표되는 팡마하 지역과 다이아몬드동굴로 대표되는 반짜보 지역입니다. 워낙 석회암 동굴들이 많이 널린 곳이라서 모두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니 비교적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동굴을 찾기로 합니다.
반짜보 마을의 ‘덱더이커피’에 들러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석회암지대 특유의 경치를 바라봅니다. 산비탈에 의지해서 지은 목조 건물인 테라스에서 마주하는 전망이 매우 훌륭해서 어렵사리 찾은 보람을 느낍니다.

태국 북부 석회암지대를 달리다

태국 북부의 석회암지대
먼저 코핀동굴을 찾습니다. 마을을 지나 으슥한 골짜기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겨우 찾은 동굴은 웬일인지 폐쇄돼서 들어갈 수 없게 해놨습니다. 동굴 입구로 이어지는 절벽을 오르는 나무 계단이 불탄 채 방치된 걸 보면 당분간 탐방이 어려울 듯합니다.
다시 마을 길로 빠져나온 뒤 다른 동굴을 찾다가 갈림길을 잘못 들어서 군부대 막사를 만나기도 합니다. 까딱하다가 태국군에 재입대할 뻔한 위기를 넘기고 얼른 돌아서 나옵니다.
반매라나 마을을 거쳐서 동굴지대 입구에 이르니 현지인 관리인들이 안내 책자를 내보입니다. 리스트에 여러 동굴이 소개돼 있고 탐방에 걸리는 시간과 요금 등이 적혀 있네요.
“어느 동굴을 들어가 볼래?”라며 4시간짜리, 3시간짜리, 1시간짜리, 다양한 동굴을 보여줍니다. 안내인이 동굴호수를 건널 수 있다며 4시간짜리를 추천하길래 손사래를 칩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여서 1시간이 걸린다는 코랄동굴을 찾기로 합니다.
코랄동굴과 윤라이전망대
 코랄동굴의 종유석 |  코랄동굴의 입구 |
 코랄동굴에 들어서다 |  악어 이빨을 떠올리게 만드는 종유석 |
코랄동굴 입구에 이르자 안내인이 헤드램프를 나눠줍니다. 동굴 안에는 따로 조명이 없어서 오로지 헤드램프 불빛에 기대어 걸어야 한답니다.
안내인을 따라 들어선 동굴 안은 편의시설이나 흔한 계단조차 없습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바위들이 그대로 노출된 데다 어둠에 적응이 안 된 눈으로는 걷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발밑을 조심하며 안내인을 따르는데……, 앞장 선 그는 뒷짐을 진 채 가볍게 걷습니다. 겨우 어둠에 적응하니 동굴 안이 보입니다.
석회암 동굴답게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은 물론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들을 만납니다. 좁디 좁은 바위 틈을 지나고 커다란 광장같은 너른 공간도 만나고 각양각색 종유석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안내인이 랜턴을 비춰주는 곳은 특히 볼 만합니다. 지정해 주는 위치에 서서 사진도 찍습니다.
1시간 남짓 동굴 안을 걷다 보니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옵니다. 동굴 안 어딘가 순환 구간이 있었던가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씨동굴이나 성류굴을 들어간 적이 있지만 여러 시설과 조명이 있던 것과 달리 여기는 아무것도 없이 자연 그대로입니다. 언젠가 관람객을 위한 시설물과 조명이 설치된다면 이런 분위기를 만나기는 어렵겠지요.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셈입니다.

중국풍이 짙은 윤라이전망대

윤라이전망대에서 본 경치
동굴탐험을 마친 뒤, 다시 한번 도이키우럼 고갯길을 넘어서 곧장 빠이로 돌아옵니다. 덕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빠이의 명소로 알려진 윤라이전망대를 찾습니다. 윤라이는 구름이 온다는 한자 운래(雲來)를 뜻합니다.
빠이에도 화교들이 터전을 잡은 마을이 있고 한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처럼 보입니다. 중국풍으로 치장된 전망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휴대폰 어플을 통해서 오늘 묵을 숙소를 찾는데……, 어쩌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서 어제 묵은 호텔을 다시 예약합니다.
전망대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바이크 시동이 안 걸려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 한 분이 킥스타터로 시동을 걸어주니 아주 좋아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그러네요. 밝고 쾌활한 아이들입니다.
빠이의 두 번째 밤

반촉디 호텔의 아침식사
미슐랭 별을 주고싶은 만두 노점

빠이 워킹스트리트 풍경
이틀째, 빠이 야시장과 워킹스트리트를 찾습니다. 어제저녁 경험이 있는 덕분에 오늘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거리를 구경하고 적당한 레스토랑을 찾아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리고 워킹스트리트의 바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낯선 나라의 밤이 가져다주는 여운을 즐깁니다.
호텔로 돌아갈 때는 어제 봐둔 군만두 노점을 찾는데, 늦은 시간이라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려는 모양새건만 우리 주문을 흔쾌히 받아줍니다. 그렇게 튀긴 만두 두 팩을 받아들고 호텔로 향하는데 사거리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다 해치웁니다. 방금 튀겨서 더 맛난 걸까요? 이 노점에도 미슐랭 별 하나쯤은 줘야 할 듯합니다.
빠이의 두 번째 밤이 지나고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날이 밝습니다. 어제는 호텔을 예약하면서 조식을 빠트렸습니다만, 리셉션에 가서 추가 페이를 하겠다고 하니 여직원이 그냥 드셔도 된다고 하네요.
“아니?” 이런 훌륭한 호텔이라니? 특별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반촉디빠이 호텔의 친절입니다.

대불상에서 바라 본 빠이
아침 식사 뒤 찾은 곳은 ‘대불상’입니다. 태국이 불교 국가여서 가는 곳마다 사원이 널리고 높은 언덕이나 산 위에 불상을 모신 걸 보게 됩니다만, 빠이의 하얀 대불상은 크기나 규모 면에서 눈길을 끕니다.
빠이 동편 산허리에 자리해서 전망이 좋고 일몰이나 야경을 보기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18시 이후에는 출입을 제한한다는 얘기도 있네요.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찾는 보람은 충분한 곳입니다.
빠이를 벗어나는 길에는 빠이 협곡과 메모리얼브릿지(옛 다리)에 들릅니다. 이제는 빠이강에 새 다리가 놓였지만, 과거에 관문 역할을 하던 다리를 철거하지 않고 기념물로 남겨뒀나 봅니다.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향하는 길은 다시 구불구불한 와인딩의 연속입니다. 빠이에서 치앙마이까지 거리는 대략 130km 가량, 매홍손 주와 치앙마이 주가 나뉘는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이 구간에만 코너 개수가 760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매홍손루프는 마지막까지 와인딩 지옥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맹고우’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

빠이 야시장의 꼬맹이들
치앙마이에 돌아온 뒤 마지막 밤을 여유롭게 보냅니다.
대략 1주일 만에 한국식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이튿날 아침식사도 한국식당을 찾습니다.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떡만두국에 계란말이를 더한 아침밥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맛봅니다. 찌개류가 성공적인 반면에 떡만두국은 ‘아차’ 싶은 맛입니다.
그동안 고수 맛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만두소로 든 고수가 허를 찌릅니다. 한식당에서 떡만두국이라면 예상되는 맛이 있게 마련인데 기대치와 다른 생소한 맛에 데미지를 입습니다.
오늘은 바이크를 반납하는 날입니다. 다만 늦은 오후에 반납하니 낮 시간에 어디를 마지막으로 달릴지 궁리하다가……, 치앙마이 시가지를 벗어나 근교를 가볍게 달리기로 합니다.

물놀이하러 부아떵폭포를 찾은 인파

부아떵폭포의 장작구이통닭요리

매쿠앙댐을 거쳐 치앙마이로
시골길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가 현지인들에게 사진 명소로 알려진 댄테와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점심은 부아떵폭포에서 합니다. 부아떵은 독특한 석회암 지형으로 계곡 비탈을 흐르는 물줄기에서 미끄럼을 즐기는 인파가 가득합니다. 주로 유럽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인데, 빠이가 그랬듯이 여기가 유럽인지 태국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장작구이통닭과 팟타이로 점심을 먹고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길은 매쿠앙댐을 돌아서 치앙마이로 복귀합니다. 조금 이르게 바이크를 반납한 뒤 투어 첫날의 그 카페에서 ‘맹고우’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 매홍손로프 투어를 마무리합니다.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태국 #치앙마이 #매홍손루프 #빠이
한국이륜차신문 478호 2025.7.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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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한 투어리스트 겸 작가가 태국의 북부 지역인 치앙마이로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국내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치앙마이는 한국의 강원도 같은 산악형 지역이 많은 곳으로 연중 20도 내외의 선선한 기후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바이크 투어에 최고의 환경조건을 갖춘 태국 북부 지역을 김종한 작가와 함께 출발합니다. 이번 호는 마지막 편으로 빠이에서 다시 치앙마이까지 달립니다.(편집자 주)
반짜보 동굴지역을 지나는 길
빠이에서 이틀을 머무르기로 한 건, 빠이가 치앙마이를 빼면 여행자들에게 많은 흥미로움을 가진 곳이어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어제 반락타이를 거쳐서 빠이까지 오느라 들르지 못한 곳들이 있어서 오늘 찾기로 합니다. 그곳은 바로 태국 북부 산악지대를 이루는 석회암지대와 석회암 동굴입니다. 특히 석회암 지대에 흩어져 있는 동굴들은 아직 개발이 덜 이루어진 곳들이 많아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태국 북부의 석회암 동굴지대
반짜보 석회암지대
반짜보 덱더이커피와 산촌마을 전망
다시 어제 넘어왔던 도이키우럼 전망대를 넘어서 동굴지대로 향합니다.
태국 북부 석회암지대에 많은 동굴이 널려있지만, 우리처럼 바이크 라이더가 찾기 좋은 곳은 대략 두 군데입니다. 탐롯동굴로 대표되는 팡마하 지역과 다이아몬드동굴로 대표되는 반짜보 지역입니다. 워낙 석회암 동굴들이 많이 널린 곳이라서 모두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니 비교적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동굴을 찾기로 합니다.
반짜보 마을의 ‘덱더이커피’에 들러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석회암지대 특유의 경치를 바라봅니다. 산비탈에 의지해서 지은 목조 건물인 테라스에서 마주하는 전망이 매우 훌륭해서 어렵사리 찾은 보람을 느낍니다.
태국 북부 석회암지대를 달리다
태국 북부의 석회암지대
먼저 코핀동굴을 찾습니다. 마을을 지나 으슥한 골짜기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겨우 찾은 동굴은 웬일인지 폐쇄돼서 들어갈 수 없게 해놨습니다. 동굴 입구로 이어지는 절벽을 오르는 나무 계단이 불탄 채 방치된 걸 보면 당분간 탐방이 어려울 듯합니다.
다시 마을 길로 빠져나온 뒤 다른 동굴을 찾다가 갈림길을 잘못 들어서 군부대 막사를 만나기도 합니다. 까딱하다가 태국군에 재입대할 뻔한 위기를 넘기고 얼른 돌아서 나옵니다.
반매라나 마을을 거쳐서 동굴지대 입구에 이르니 현지인 관리인들이 안내 책자를 내보입니다. 리스트에 여러 동굴이 소개돼 있고 탐방에 걸리는 시간과 요금 등이 적혀 있네요.
“어느 동굴을 들어가 볼래?”라며 4시간짜리, 3시간짜리, 1시간짜리, 다양한 동굴을 보여줍니다. 안내인이 동굴호수를 건널 수 있다며 4시간짜리를 추천하길래 손사래를 칩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여서 1시간이 걸린다는 코랄동굴을 찾기로 합니다.
코랄동굴과 윤라이전망대
코랄동굴 입구에 이르자 안내인이 헤드램프를 나눠줍니다. 동굴 안에는 따로 조명이 없어서 오로지 헤드램프 불빛에 기대어 걸어야 한답니다.
안내인을 따라 들어선 동굴 안은 편의시설이나 흔한 계단조차 없습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거친 바위들이 그대로 노출된 데다 어둠에 적응이 안 된 눈으로는 걷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발밑을 조심하며 안내인을 따르는데……, 앞장 선 그는 뒷짐을 진 채 가볍게 걷습니다. 겨우 어둠에 적응하니 동굴 안이 보입니다.
석회암 동굴답게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은 물론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들을 만납니다. 좁디 좁은 바위 틈을 지나고 커다란 광장같은 너른 공간도 만나고 각양각색 종유석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안내인이 랜턴을 비춰주는 곳은 특히 볼 만합니다. 지정해 주는 위치에 서서 사진도 찍습니다.
1시간 남짓 동굴 안을 걷다 보니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돌아옵니다. 동굴 안 어딘가 순환 구간이 있었던가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씨동굴이나 성류굴을 들어간 적이 있지만 여러 시설과 조명이 있던 것과 달리 여기는 아무것도 없이 자연 그대로입니다. 언젠가 관람객을 위한 시설물과 조명이 설치된다면 이런 분위기를 만나기는 어렵겠지요.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셈입니다.
중국풍이 짙은 윤라이전망대
윤라이전망대에서 본 경치
동굴탐험을 마친 뒤, 다시 한번 도이키우럼 고갯길을 넘어서 곧장 빠이로 돌아옵니다. 덕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빠이의 명소로 알려진 윤라이전망대를 찾습니다. 윤라이는 구름이 온다는 한자 운래(雲來)를 뜻합니다.
빠이에도 화교들이 터전을 잡은 마을이 있고 한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처럼 보입니다. 중국풍으로 치장된 전망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휴대폰 어플을 통해서 오늘 묵을 숙소를 찾는데……, 어쩌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서 어제 묵은 호텔을 다시 예약합니다.
전망대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바이크 시동이 안 걸려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 한 분이 킥스타터로 시동을 걸어주니 아주 좋아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그러네요. 밝고 쾌활한 아이들입니다.
빠이의 두 번째 밤
반촉디 호텔의 아침식사
미슐랭 별을 주고싶은 만두 노점
빠이 워킹스트리트 풍경
이틀째, 빠이 야시장과 워킹스트리트를 찾습니다. 어제저녁 경험이 있는 덕분에 오늘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거리를 구경하고 적당한 레스토랑을 찾아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리고 워킹스트리트의 바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낯선 나라의 밤이 가져다주는 여운을 즐깁니다.
호텔로 돌아갈 때는 어제 봐둔 군만두 노점을 찾는데, 늦은 시간이라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려는 모양새건만 우리 주문을 흔쾌히 받아줍니다. 그렇게 튀긴 만두 두 팩을 받아들고 호텔로 향하는데 사거리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다 해치웁니다. 방금 튀겨서 더 맛난 걸까요? 이 노점에도 미슐랭 별 하나쯤은 줘야 할 듯합니다.
빠이의 두 번째 밤이 지나고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날이 밝습니다. 어제는 호텔을 예약하면서 조식을 빠트렸습니다만, 리셉션에 가서 추가 페이를 하겠다고 하니 여직원이 그냥 드셔도 된다고 하네요.
“아니?” 이런 훌륭한 호텔이라니? 특별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반촉디빠이 호텔의 친절입니다.
대불상에서 바라 본 빠이
아침 식사 뒤 찾은 곳은 ‘대불상’입니다. 태국이 불교 국가여서 가는 곳마다 사원이 널리고 높은 언덕이나 산 위에 불상을 모신 걸 보게 됩니다만, 빠이의 하얀 대불상은 크기나 규모 면에서 눈길을 끕니다.
빠이 동편 산허리에 자리해서 전망이 좋고 일몰이나 야경을 보기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18시 이후에는 출입을 제한한다는 얘기도 있네요.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찾는 보람은 충분한 곳입니다.
빠이를 벗어나는 길에는 빠이 협곡과 메모리얼브릿지(옛 다리)에 들릅니다. 이제는 빠이강에 새 다리가 놓였지만, 과거에 관문 역할을 하던 다리를 철거하지 않고 기념물로 남겨뒀나 봅니다.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향하는 길은 다시 구불구불한 와인딩의 연속입니다. 빠이에서 치앙마이까지 거리는 대략 130km 가량, 매홍손 주와 치앙마이 주가 나뉘는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이 구간에만 코너 개수가 760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매홍손루프는 마지막까지 와인딩 지옥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맹고우’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
빠이 야시장의 꼬맹이들
치앙마이에 돌아온 뒤 마지막 밤을 여유롭게 보냅니다.
대략 1주일 만에 한국식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고 이튿날 아침식사도 한국식당을 찾습니다.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떡만두국에 계란말이를 더한 아침밥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맛봅니다. 찌개류가 성공적인 반면에 떡만두국은 ‘아차’ 싶은 맛입니다.
그동안 고수 맛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만두소로 든 고수가 허를 찌릅니다. 한식당에서 떡만두국이라면 예상되는 맛이 있게 마련인데 기대치와 다른 생소한 맛에 데미지를 입습니다.
오늘은 바이크를 반납하는 날입니다. 다만 늦은 오후에 반납하니 낮 시간에 어디를 마지막으로 달릴지 궁리하다가……, 치앙마이 시가지를 벗어나 근교를 가볍게 달리기로 합니다.
물놀이하러 부아떵폭포를 찾은 인파
부아떵폭포의 장작구이통닭요리
매쿠앙댐을 거쳐 치앙마이로
시골길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가 현지인들에게 사진 명소로 알려진 댄테와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점심은 부아떵폭포에서 합니다. 부아떵은 독특한 석회암 지형으로 계곡 비탈을 흐르는 물줄기에서 미끄럼을 즐기는 인파가 가득합니다. 주로 유럽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인데, 빠이가 그랬듯이 여기가 유럽인지 태국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장작구이통닭과 팟타이로 점심을 먹고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길은 매쿠앙댐을 돌아서 치앙마이로 복귀합니다. 조금 이르게 바이크를 반납한 뒤 투어 첫날의 그 카페에서 ‘맹고우’ 주스를 마시는 것으로 매홍손로프 투어를 마무리합니다.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태국 #치앙마이 #매홍손루프 #빠이
한국이륜차신문 478호 2025.7.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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