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김종한의 한국기행] 다도해, 백리섬의 섬길과 낙안읍성, 그리고 청해진까지

해외투어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종한 작가가 11월에 떠나 볼 만한 ‘따뜻한 남도 투어 코스’를 소개합니다.

남해대교, 백리섬과 낙안읍성을 거쳐서 청해진, 이제 완도를 벗어나 해남 땅끝마을로…

지금 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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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남해대교를 건너서 진교로 향합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보면 남해대교와 거제대교가 나란히 교과서에 실려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너무 오랜 옛적 일이라 제대로 된 기억인지조차 아련하기만 한데, 어쩐지 남해를 찾을 때면 새로 놓인 크고 번듯한 노량대교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낡은 남해대교를 건너곤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추억의 힘’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 봅니다.


진교 금오산

6e196672a06f1.jpg진교 어귀에서 방향을 틀어 금오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해발 800m를 넘는 제법 높은 산정에 이르기까지 가파르고 급한 구비도 지나며 고갯길을 즐겁게 오릅니다.

길이 좁은 데다 꽤 가파른 구간도 있어서 다른 차량과 마주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산정에 이르면 군사 보호 시설과 통신탑 등이 있어서 허가받지 않은 사진 촬영에 제한이 있다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전면에 들어선 휴게소 겸 케이블카 터미널 건물이 전망대까지 겸합니다. 곧장 옥상 전망대에 올라서 남해 일대 바다를 바라봅니다. 동편으로 사천과 비토섬 일대부터 남해 섬을 비롯해 서편으로는 광양과 여수까지 남해에 널린 섬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크고 작은 셀 수 없이 많은 섬……, 다도해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구나 싶네요. 하동이나 진교 부근을 지날라치면 금오산을 오르곤 하는 이유가 이 멋진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처음 바이크를 타고 이곳을 찾은 것이 대략 20년이 넘었으니 꽤 오랜 세월이 흐른 셈인데, 그동안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나무 판재를 깔아서 만든 조그만 전망대가 있었지만, 그리 알려지진 않은 곳이어서 백패커들이 텐트를 치고 밤새거나 우리 같은 바이커들이 찾아와 경치를 감상하는 정도에 그치던 곳이었습니다만, 점차 찾는 이들이 늘어나더니 어느 해 짚 라이너가 설치돼 이용객을 실어 나르는 차량이 고갯길을 바쁘게 내달리는 모습을 만났고, 곧이어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도 설치돼서 더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됐습니다. 

금오산 산정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왠지 모르겠습니다.


고속도로 달리기?

99a3d19b79b7c.jpg금오산 북측 사면을 동서로 지나는 도로는 과거에 고속도로였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남해고속도로가 만들어진 뒤 한적한 지방도 느낌으로 바뀌었고 차량 통행도 적어서 바이크로 달리기에 딱 좋은 곳이 됐습니다.

옛 고속도로답게 구비가 크게 휘어지면서 직선에 가깝게 이어지고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심겨 있어서 봄철이면 예쁜 벚꽃길이 되곤 합니다. 고속도로였던 시절과는 달리 도로 밖 농가나 마을로 빠지는 샛길이 곳곳에 만들어져서 마냥 넋 놓고 달리기는 어렵습니다. 가끔 샛길을 통해서 뜻하지 않은 차량이나 경운기 진입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니까요. 

섬진강 하구에 걸린 섬진대교를 건너서 광양산업단지와 광양 시내를 지납니다. 도중에 좌측으로 빠지면 이순신대교를 타고 묘도를 거쳐서 여수로 바로 넘어가는 길도 있지만 자동차 전용으로 지정돼서 이륜차 통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옛 고속도로 구간을 지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해외 바이크 투어를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고속도로를 달린 경험이 있는 터라……, 우리나라가 이륜차 통행 제한 도로가 많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막상 달려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온갖 편견과 추측에 기반한 선입견 등을 이유로 들며 이륜차 통행 제한 도로가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도로 통행의 어려움을 포함한 이런저런 이유로 여수 시내를 들어가는 건 포기하고 순천만에서 백야도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달립니다. 


백리섬 섬길

71e09260102e0.jpg화양조발대교, 둔병대교, 낭도대교, 적금대교, 팔영대교로 이어지는 여수-고흥간 바닷길은 ‘백리섬 섬길’로 불립니다.

비교적 최근에 개통했지만 섬과 섬을 잇는 다리들을 차례로 건너면서 만나는 풍광이 좋아서 벌써 많은 관광객이 찾는 듯합니다. 지금은 여수와 고흥 사이에 다섯 개 다리가 이어졌을 뿐이라 백리섬 섬길이라는 이름에는 못 미치는 거리입니다만, 앞으로 돌산도에서 백야도까지 여러 섬을 잇는 다리까지 모두 개통하면 실제로 백리가 된다고 합니다. 대략 2028년에 완전 개통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어쩌면 노르웨이의 아틀란틱 오션로드처럼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게다가 이륜차 통행이 자유로운 길이라서 좋습니다. 처음 개통 소식이 들려올 무렵에 혹시나 이륜차 통행 제한이 있지나 않은지 걱정 아닌 걱정을 한 기억도 있습니다. 신안 천사대교나 보령해저터널처럼 섬을 잇는 다리나 해저터널이 개통해도 이륜차 통행을 제한하는 경우를 겪어왔기에 그렇습니다. 

막상 백리섬 섬길이 그런 제한 없이 다닐 수 있다는 걸 알고는 기쁜 마음으로 곧장 찾아와 달려본 기억도 납니다. 하여튼 백야도에서 돌산도까지 나머지 구간의 다리들이 모두 개통하는 날에도 곧장 찾아와 달려볼 생각입니다. 


낙안읍성

473f886c2a205.jpgb5c82d6966ff0.jpg벌교에서 꼬막정식으로 저녁을 먹고 하룻밤을 보낸 뒤, 낙안읍성을 찾습니다.

순천 일대는 여말선초에 왜구들의 침입이 잦았던 지역이라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쌓은 것이 낙안읍성입니다. 왜구들의 침입이 잦았던 바닷가를 따라 평지성곽을 두른 읍성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낙안읍성만큼 원형을 잘 간직한 곳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6929e2162427d.jpg처음부터 목적이 뚜렷한 방어용 성곽을 갖춘 덕분에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시기에도 쓰임새가 컸다고 합니다. 특히 병자호란 때는 임경업 장군이 후금(청나라)에 대항해 싸우며 낙안읍성을 근거지로 삼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낙안읍성 안에는 임경업 장군 관련된 흔적이 지금도 여럿 남아 있습니다.


966ec35aeeb6b.jpg낙안읍성 성곽 위를 걸으며 초가집 지붕들이 만드는 그림처럼 멋진 풍경을 바라봅니다. 읍성 안 초가집들은 여전히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싸리나무 울타리 안 텃밭에 심은 배추며 고추며 옛날 모습 그대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선지 낙안읍성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상태로 정식 등재를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정남진과 청해진

9cb6ff3ac46b6.jpg7c3827942e469.jpg득량만방조제를 달리고 비봉공룡알 화석산지와 율포해안을 지나 봇재에 이릅니다. 보성녹차밭으로 이름난 곳답게 고갯마루 주변에 차밭이 만드는 풍경에서 싱그러움을 느낍니다. 계속해서 득량만 바닷가를 따라 남하하다가 정남진에 이릅니다.

정동진, 정서진, 정남진 같은 곳은 조선시대 임금의 옥좌가 있는 한양(광화문) 기준으로 영토의 끝자락을 일컫는 지명이라고 합니다. 땅끝과는 다른 개념이고 임금 입장에서 동서남북의 방향이 중요한 기준이 됐나 봅니다. 


509e4098ff82b.jpg하여튼 정남진은 장흥군 천관산 부근 바닷가에 위치합니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타워형 건축물로 승강기를 타고 최상층 전망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득량만의 갯벌과 섬들이 잘 보이고 내륙 쪽으로는 너른 간척지와 천관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금대교, 장보고대교, 신지대교를 차례로 건너서 완도에 이릅니다. 고금도와 신지도 사이에 장보고대교가 놓인 것 역시 비교적 최근입니다. 그전까지는 작은 카페리에 바이크를 싣고 건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19f89c4e8638.jpg신지대교를 건넌 뒤 완도 오른편 바닷가를 따라 조금 북상하면 청해진에 이릅니다. 완도와 해남을 잇는 국도는 이륜차 통행 제한이 있어서 올 때마다 “아니 왜?”라는 생각이지만 딱히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냥 바닷가로 난 옛 국도를 찾아서 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e541ca3de4832.jpg신라 장군 ‘해상왕 장보고’가 세웠다는 청해진은 고대 해상무역의 거점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에 동남아를 넘어서 멀리 인도와 페르시아에 이를 만큼 활동 범위가 넓었다고 하니 오늘날 시각으로 봐도 대단한 일입니다. 마치 오늘날 무역 대국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의 모습을 먼 옛날에 이미 이룩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이제 완도를 벗어나 해남 땅끝마을로 향합니다.

아마 오늘 저녁은 남해 읍내가 될 듯합니다.(다음에 이어서)

342dc3df73c41.jpg글·사진_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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