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대교, 백리섬과 낙안읍성을 거쳐서 청해진, 이제 완도를 벗어나 해남 땅끝마을에서 목포로… 그리고 홍성을 지나서 서울로 오는 마지막 여정을 지금 시작합니다.

진도를 빠져나온 뒤 땅끝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무척이나 예쁩니다.
좋은 경치를 만나서 어떤 식으로 말하면 듣는 이들이 그 느낌을 잘 받을 수 있는가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참으로 여러 표현이 있으니까요. 좋다. 멋지다. 아름답다. 예쁘다. 곱다. 끝내준다. 환상적이다. 기가 막힌다. 이런 식으로는 뭔가 모자란다는 생각에 좀 더 나아가면 ‘기깔난다’ ‘죽여준다’는 식으로 딱 찝어서 뭘 말하는 지 모호하지만 느낌만은 세게 알려주는 말도 흔하게 씁니다. 심지어 요즘은 개예쁘다. 개멋지다. 같은 식으로 좀 속된 느낌이지만 한층 더 강조하는 표현까지 동원하는 걸 봅니다.
해남 땅끝마을과 도솔암
북평면에서 해남 땅끝마을로 이어지는 77번 국도 겸 해안도로는 바다와 산이 절묘하게 어울린 경치가 멋지고 예쁘고 기가 막힙니다.
오른편으로 두륜산 줄기가 땅끝을 향해서 길게 뻗으며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듯한 모습인데 온통 바위투성이 산세가 예사롭지 않아서 달리면서 자꾸만 눈길이 이끌리는 걸 피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기세 좋은 산줄기가 땅끝까지 뻗어있는지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암 월출산은 빼더라도 강진부터 시작되는 산줄기를 따라 만덕산,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달마산, 연화산이 엇비슷한 높이로 줄줄이 이어지는데……, 마치 큰 붓으로 크게 획을 그어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해남 땅끝마을은 과거에 ‘토말’이라는 한자식 지명으로 불렀습니다. 어느 때부터 우리말 이름을 쓰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땅끝’이 됐습니다. 확실히 한반도의 남쪽 끝이라는 의미가 좀 더 와닿는 이름이긴 합니다.
땅끝전망대에 올라서 남해와 서해를 한눈에 바라봅니다. 해남 땅끝은 남해와 서해를 가르는 경계 지점입니다. 그래서인지 눈앞에 보이는 흑일도, 백일도, 노화도 같은 섬들은 푸르른 바다에 뜬 섬으로 보이는 데 비해서 진도 쪽 바다는 좀 누런빛을 띄는 모습입니다.
서해를 ‘황해’라고 부르는 이유를 그래서인가 봅니다. 행락객 차들이 가득한 주차장을 벗어나 땅끝마을을 뒤로 한 채 북상을 시작합니다.
연화산 도솔암
송호해변을 지나서 도솔암을 찾습니다. 땅끝이 남해와 서해를 가르는 곳이라면 두륜산과 달마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은 내륙과 바다를 가르는 역할을 합니다. 산자락 남쪽은 남해권, 위쪽은 서해 내륙권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압절벽 위에 지리한 도솔암
도솔암은 서해와 남해를 나누는 산자락 위에 자리한 아담한 암자입니다. 산 아래 마봉리에서 아스팔트 길이 고갯마루까지 이어져서 오르기가 손쉬운 편입니다만, 조그만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도솔암까지 걷는 오솔길은 차량 통행은 고사하고 바위투성이 능선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합니다.
거친 산길을 걷노라면 서해와 남해를 한 곳에서 번갈아 바라보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곳에 사찰이?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절벽 위 도솔암의 모습이 끝내주고 죽여줍니다. 오솔길을 걸어서 험한 바위를 넘어가며 도솔암을 마주한 순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걸 막기 어렵습니다.

연화산 도솔암의 연등
달마산 미황사의 말사라고 하지만 이런 곳에 수도승이 기거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깨달음이 수행과 고난의 과정을 겪으며 얻는 것이라면, 도솔암은 딱 맞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진도대교와 해남우수영
해남읍 땅끝해장국집 애호박찌개가 맛납니다. 엊저녁 기분 좋게 식사 겸해서 마신 술이 지나쳤던 모양입니다. 돼지고기가 든 애호박찌개의 뜨끈한 국물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에는 진도대교를 건너서 이순신장군 동상을 배알하는 것으로 오늘 투어를 시작합니다. 진도대교는 똑같이 생긴 제1~제2대교가 나란히 선 모습입니다. 과거에 진도대교 하나뿐일 때를 돌아보면 울돌목 부근 바닷가 풍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순신장군 동상 옆에는 녹진국민관광단지가 있고, 울돌목 건너편에는 해남우수영국민관광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진도와 해남이 울돌목을 사이에 두고 제각기 관광지를 따로 개발하며 경쟁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다만 두 곳을 잇는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서 진도와 해남을 오가면서 울돌목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명량해전 당시에 울돌목 바닷물 아래 사슬을 설치해서 왜군을 물리쳤다고 하지요. 진도와 해남 양편에 기둥을 세우고 사슬을 설치한 것처럼 지금은 해상케이블카가 진도와 해남을 잇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진도대교를 건너서 우수영이 있는 서상마을을 찾습니다. 임진왜란 때 전라우수영이 있던 바닷가에 해남우수영페리터미널이 있고 배를 타려는 이들이 묵어가던 ‘제일여관’도 보입니다. 지금은 여관이 아닌 카페와 갤러리로 바뀌어 옛 흔적을 전시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습니다만.
서상마을은 무소유를 실천하다 가신 법정스님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법정스님마을도서관은 스님의 생가터에 세워진 것입니다. 생가터마저 마을도서관이 되었으니 스님의 ‘무소유’ 정신은 여전한 듯합니다. 다만 스님이 설파한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굳이 가지려 애쓰지 말라는 것이라고 하지요.
목포의 눈물
오시아노 해변과 화원반도를 거쳐서 목포에 들어서는 길은 차량 통행량이 아주 많아진 느낌을 받습니다. 영암서킷을 지날 때는 뭔가 모를 아쉬운 기분도 듭니다. 한때는 F1그랑프리를 유치하면서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발전에 요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으나, 이제는 존폐 기로에 선 모습이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영산강 하구 삼호대교를 건너면 목포입니다. 갓바위, 삼학도, 유달산, 노적봉 같은 곳들을 차례로 들르며 오랜만에 목포의 운치를 만끽해 봅니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목포항만에 제주행 여객선이 보입니다. 목포에서 제주까지 대략 5시간쯤 걸렸던 거 같은데……, 내년 봄이 오면 제주도를 달려볼까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목포 뻘낙지 연포탕
항만 밖 바다 위에 걸린 목포대교는 이륜차 통행 제한이 있습니다. 화원반도에 이어서 저 다리를 건너면 곧장 목포 시내건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륜차는 대형 트럭들이 다니는 대불공단을 거쳐서 삼호대교를 건너도록 돼 있습니다. 목포를 빠져나가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안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압해대교가 이륜차 통행 제한이 있고 몇 년 전 개통한 천사대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안에 여러 멋진 곳들이 있지만 이륜차 통행 제한이라는 진입장벽이 있으니 마음 편히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륜차 통행 제한이 걷히는 날 찾으리라 생각하며 목포를 벗어나 무안으로 북상합니다.
집으로

홍성 재래시장
홍성 재래시장의 소머리국밥
해제면 칠산대교, 영광백수해안도로, 법성포, 선운산, 변산반도, 새만금을 거침없이 달려서 군산에 이릅니다.
군산에서 밤을 보내고 이번 투어의 마지막 날이 밝습니다.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잇는 동백대교를 건넌 뒤 홍성 쪽으로 북상합니다.
보령호, 성주산 청라터널, 청천호, 김좌진장군 묘소같은 곳들을 두루 거치며 충남 내륙을 관통합니다. 홍성과 삽교를 지나 귀갓길을 달리며 다음에 달릴 곳을 그려봅니다.
글·사진_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작가_한국기행 #남도라이딩
@한국이륜차신문 Corp.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
남해대교, 백리섬과 낙안읍성을 거쳐서 청해진, 이제 완도를 벗어나 해남 땅끝마을에서 목포로… 그리고 홍성을 지나서 서울로 오는 마지막 여정을 지금 시작합니다.
진도를 빠져나온 뒤 땅끝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무척이나 예쁩니다.
좋은 경치를 만나서 어떤 식으로 말하면 듣는 이들이 그 느낌을 잘 받을 수 있는가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참으로 여러 표현이 있으니까요. 좋다. 멋지다. 아름답다. 예쁘다. 곱다. 끝내준다. 환상적이다. 기가 막힌다. 이런 식으로는 뭔가 모자란다는 생각에 좀 더 나아가면 ‘기깔난다’ ‘죽여준다’는 식으로 딱 찝어서 뭘 말하는 지 모호하지만 느낌만은 세게 알려주는 말도 흔하게 씁니다. 심지어 요즘은 개예쁘다. 개멋지다. 같은 식으로 좀 속된 느낌이지만 한층 더 강조하는 표현까지 동원하는 걸 봅니다.
해남 땅끝마을과 도솔암
오른편으로 두륜산 줄기가 땅끝을 향해서 길게 뻗으며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듯한 모습인데 온통 바위투성이 산세가 예사롭지 않아서 달리면서 자꾸만 눈길이 이끌리는 걸 피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기세 좋은 산줄기가 땅끝까지 뻗어있는지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암 월출산은 빼더라도 강진부터 시작되는 산줄기를 따라 만덕산,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달마산, 연화산이 엇비슷한 높이로 줄줄이 이어지는데……, 마치 큰 붓으로 크게 획을 그어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서해를 ‘황해’라고 부르는 이유를 그래서인가 봅니다. 행락객 차들이 가득한 주차장을 벗어나 땅끝마을을 뒤로 한 채 북상을 시작합니다.
연화산 도솔암
기압절벽 위에 지리한 도솔암
도솔암은 서해와 남해를 나누는 산자락 위에 자리한 아담한 암자입니다. 산 아래 마봉리에서 아스팔트 길이 고갯마루까지 이어져서 오르기가 손쉬운 편입니다만, 조그만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도솔암까지 걷는 오솔길은 차량 통행은 고사하고 바위투성이 능선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합니다.
연화산 도솔암의 연등
달마산 미황사의 말사라고 하지만 이런 곳에 수도승이 기거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깨달음이 수행과 고난의 과정을 겪으며 얻는 것이라면, 도솔암은 딱 맞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진도대교와 해남우수영
이순신장군 동상 옆에는 녹진국민관광단지가 있고, 울돌목 건너편에는 해남우수영국민관광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진도와 해남이 울돌목을 사이에 두고 제각기 관광지를 따로 개발하며 경쟁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다만 두 곳을 잇는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서 진도와 해남을 오가면서 울돌목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명량해전 당시에 울돌목 바닷물 아래 사슬을 설치해서 왜군을 물리쳤다고 하지요. 진도와 해남 양편에 기둥을 세우고 사슬을 설치한 것처럼 지금은 해상케이블카가 진도와 해남을 잇고 있는 셈입니다.
서상마을은 무소유를 실천하다 가신 법정스님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법정스님마을도서관은 스님의 생가터에 세워진 것입니다. 생가터마저 마을도서관이 되었으니 스님의 ‘무소유’ 정신은 여전한 듯합니다. 다만 스님이 설파한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굳이 가지려 애쓰지 말라는 것이라고 하지요.
목포의 눈물
영산강 하구 삼호대교를 건너면 목포입니다. 갓바위, 삼학도, 유달산, 노적봉 같은 곳들을 차례로 들르며 오랜만에 목포의 운치를 만끽해 봅니다.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목포항만에 제주행 여객선이 보입니다. 목포에서 제주까지 대략 5시간쯤 걸렸던 거 같은데……, 내년 봄이 오면 제주도를 달려볼까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목포 뻘낙지 연포탕
항만 밖 바다 위에 걸린 목포대교는 이륜차 통행 제한이 있습니다. 화원반도에 이어서 저 다리를 건너면 곧장 목포 시내건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륜차는 대형 트럭들이 다니는 대불공단을 거쳐서 삼호대교를 건너도록 돼 있습니다. 목포를 빠져나가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안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압해대교가 이륜차 통행 제한이 있고 몇 년 전 개통한 천사대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안에 여러 멋진 곳들이 있지만 이륜차 통행 제한이라는 진입장벽이 있으니 마음 편히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륜차 통행 제한이 걷히는 날 찾으리라 생각하며 목포를 벗어나 무안으로 북상합니다.
집으로
홍성 재래시장
해제면 칠산대교, 영광백수해안도로, 법성포, 선운산, 변산반도, 새만금을 거침없이 달려서 군산에 이릅니다.
군산에서 밤을 보내고 이번 투어의 마지막 날이 밝습니다.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잇는 동백대교를 건넌 뒤 홍성 쪽으로 북상합니다.
보령호, 성주산 청라터널, 청천호, 김좌진장군 묘소같은 곳들을 두루 거치며 충남 내륙을 관통합니다. 홍성과 삽교를 지나 귀갓길을 달리며 다음에 달릴 곳을 그려봅니다.
글·사진_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작가_한국기행 #남도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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