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북단 메콩강과 골든트라이앵글을 가다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 김종한 작가가 이번에는 태국의 최북단인 치앙라이를 거쳐서 매콩강, 골든 트라이앵글을 달립니다.
태국의 최북단 투어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지금 바로 함께 떠나보시죠.
태국에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비롯한 차량이 좌측 통행합니다. 태국 라이더들은 태국이 영어식으로 하면 타일랜드여서 ‘잉글랜드’와 비슷하니 그렇다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과거에 태국을 비롯한 인도차이나 반도가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차량의 좌측 통행을 받아들인 결과니 아예 실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일본도 영국으로부터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자동차와 기차가 좌측 통행하게 됐다니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영국의 영향력이 대단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
치앙마이를 떠나 치앙다오 산을 거친 뒤 107번 국도를 따라 미얀마 국경까지 거침없이 달리는데, 대체로 도로가 잘 다듬어져 있고 노면도 좋아서 쾌적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국도가 좀 심심한 느낌이 있어서 지방도를 달리거나 더 작은 샛길을 찾아 달리며 국경 마을 ‘아루노타이’에 들어섭니다.
마을 중심가를 지나면 곧 태국에서 미얀마로 넘어가는 보더라인을 만납니다. 태국군 초소 앞까지 다가가니 군인이 막아서며 더 갈 수 없다며 돌아서라는 손짓을 하네요. 태국과 미얀마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국경 분위기가 무섭게 경직된 정도는 아니고 어딘가 허술한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한국인 입장에서 전 세계 어느 국경을 만나더라도 휴전선만한 긴장감을 느끼기란 어려울 테지요.

다시 마을로 돌아와 새로운 경로를 찾습니다. 1178번 지방도, 1249번 지방도가 태국-미얀마 국경 부근을 지납니다. 거친 산악이 만만치 않은데 이러니 국경이 됐구나 싶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악지대를 지나는 고갯길들이 상당히 정비가 잘 돼 있어서 조금 뜻밖입니다.
꽤 오지 느낌이 있는 곳까지 길을 잘 다듬어 놔서 바이크로 달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드문드문 작은 마을과 전망대를 만나고 도이앙캉에 이르자 커다란 정원이 나타납니다.
‘본사이앙캉정원’은 태국 왕실에서 만든 곳으로 온대식물 연구와 분재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태국 북부 산간지대는 고도가 높고 서늘한 기후를 보이므로 동아시아에서 잘 자라는 온대 식물들을 들여와 연구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양귀비 대신 커피와 차 재배
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이 만나는 산악지대와 메콩강 일대는 과거부터 마약 원료가 되는 양귀비 재배를 많이 하던 곳입니다.
한때 전 세계 마약 유통을 쥐락펴락하던 ‘마약왕 쿤사’ 조직이 오랫동안 활개를 치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수그러들었지만, 산간지대의 소수민족 주민들에게는 양귀비를 대신할 소득원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며 대체 작물로 마카다미아, 커피, 차 등을 권장한 결과 요즘은 소수민족들의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도이앙캉의 본사이앙캉정원은 이런 대체 작물을 연구하는 목적으로 왕실에서 세운 것입니다. 이 지역 기후에 맞는 작물을 연구하는 한편 관광명소로도 이름을 얻었으니 여러모로 성공적인 곳이 아닌가 합니다.
계속해서 국경을 끼고 산악도로가 이어지는데 또 군 초소가 나타나더니 군인이 손을 저으며 더 갈 수 없다며 막습니다. 다른 차량 1대는 통과시켜 들여보내는데 아마 지역 주민인 듯합니다. 우리나라 민통선 비슷한 개념이 아닌가 싶네요.
도이앙캉에서 돌아 나와 다른 길을 찾습니다. 산악지대를 벗어나 아랫 세상(?)으로 내려가는 고갯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헤어핀의 연속입니다. 산 아래에 이르니 귤나무를 심은 과수원이 많이 나타납니다. 마치 제주도 감귤밭 사잇길을 달리는 익숙한 느낌이네요. 위도가 제주도보다 한참 낮은 곳이지만 해발고도가 높으니 결과적으로 비슷한 작물 재배가 이루어지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산악지대를 지나는 동안 가장 많이 본 건 벚꽃입니다. 본사이앙캉정원에도 대규모로 가꾼 벚나무들이 눈에 띄었지요. 어쩌면 정원 입구에 줄지어 있던 이들도 벚꽃 구경 온 행락객들이 아니었나 싶네요.
한자문화권 도이매살롱

귤밭 사잇길은 콘크리트포장과 비포장 흙길이 번갈아 이어집니다.
내비게이션을 안 쓰는 터라 귤밭과 과수원길을 이리저리 발길이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107번 국도를 다시 만납니다. 산길을 달리느라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지 한참이라 곧장 주유부터 합니다. 어느샌가 1089번으로 국도 번호가 바뀌더니 치앙마이주와 치앙라이주 경계 지점에 이릅니다. 지역 명소로 인기가 높은 ‘로이자이락정원’이 보입니다.

로이자이락정원과 로이자이락시장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데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합니다. 막 산에서 내려온 처지라 정원 구경보다는 시장 쪽이 눈길이 갑니다. 마침 점심때를 놓쳐서 시장한 터라 시장부터 찾습니다.
시장 안은 나름 질서에 맞춰서 좌판과 노점이 나란히 이어지고, 꽃이며 과일이며 먹거리 같은 걸 팔고 있네요. 노점에서 닭튀김과 꼬치를 사서 시장 밖 원두막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합니다. 원두막 앞 들판에서 풀을 뜯던 흰소 두 마리가 꼬치구이를 먹는 저를 빤히 쳐다보네요.

“이건 닭이란다.” “이 고기완자는 돼지고기란다.” 흰소들을 향해 실없는 변명을 하며 점심을 한 뒤 치앙라이에 들어섭니다.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달리면 편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달리는 재미는 산 쪽입니다. 다시 산자락을 이리저리 넘어가는 지방도를 달리는데…… 갑자기 풍경이 바뀝니다. 산등성이를 뒤덮은 푸른 차밭과 ‘플랜테이션101’ 티팩토리라고 적힌 큰 건물도 보입니다.
간판에 적힌 문구는 한자가 대부분입니다. 태국 북부 산악지대에서 만나는 마을들은 한자로 된 간판이 붙은 상점과 건물이 많아서 중국어 문화권 주민들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국경의 밤

치앙라이에서 첫 번째 밤을 맞습니다. 도이텅에 숙소를 잡은 뒤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찾습니다. 번화함과는 거리가 먼 국경의 작은 마을,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입니다.
늦은 시간이라 국수와 만두만 된다고 하네요. 실은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는 분위기였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들어서니 친절하게 맞아주십니다. 만두와 국수가 맛납니다. 다만 만두도 그렇고 국수가 태국식이 아니네요.
주인장이 ‘한궈렌?’이냐고 묻길래 한국인이 맞다고 대답한 뒤, 노부부께 북쪽을 손짓하며 ‘듕궈렌?’ ‘베이킹?’이라고 되물으니 고개를 저으시고 뜻밖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노인장께서 ‘궈민당’이라고 하시네요. 궈민당(국민당)이라면…… 장개석의 국민당을 말하는 거겠지요? 과거에 장개석의 군대가 모택동의 공산군에 쫓겨서 이곳까지 밀려왔던가 봅니다. 그 뒤 장개석 군대가 타이완으로 건너가 중화민국(대만) 정부를 세웠지만, 그 와중에 태국이나 라오스 밀림에 남은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식당 주인 노부부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작은 궁금증이 하나 있습니다. 노부부는 제가 한국인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한국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음식을 주문하느라 번역 어플을 쓰면서 보여준 휴대폰이 갤럭시여서? 라고 추측은 합니다만. 노부부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드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어쩐지 책에서 배운 근현대사의 한 조각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드는 밤입니다"
(다음에 계속)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의태국기행 #김종한
@한국이륜차신문 Corp.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
태국 최북단 메콩강과 골든트라이앵글을 가다
태국의 최북단 투어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지금 바로 함께 떠나보시죠.
실제로도 과거에 태국을 비롯한 인도차이나 반도가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차량의 좌측 통행을 받아들인 결과니 아예 실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일본도 영국으로부터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자동차와 기차가 좌측 통행하게 됐다니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영국의 영향력이 대단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
꽤 오지 느낌이 있는 곳까지 길을 잘 다듬어 놔서 바이크로 달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드문드문 작은 마을과 전망대를 만나고 도이앙캉에 이르자 커다란 정원이 나타납니다.
양귀비 대신 커피와 차 재배
한때 전 세계 마약 유통을 쥐락펴락하던 ‘마약왕 쿤사’ 조직이 오랫동안 활개를 치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수그러들었지만, 산간지대의 소수민족 주민들에게는 양귀비를 대신할 소득원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며 대체 작물로 마카다미아, 커피, 차 등을 권장한 결과 요즘은 소수민족들의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산악지대를 지나는 동안 가장 많이 본 건 벚꽃입니다. 본사이앙캉정원에도 대규모로 가꾼 벚나무들이 눈에 띄었지요. 어쩌면 정원 입구에 줄지어 있던 이들도 벚꽃 구경 온 행락객들이 아니었나 싶네요.
한자문화권 도이매살롱
내비게이션을 안 쓰는 터라 귤밭과 과수원길을 이리저리 발길이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107번 국도를 다시 만납니다. 산길을 달리느라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지 한참이라 곧장 주유부터 합니다. 어느샌가 1089번으로 국도 번호가 바뀌더니 치앙마이주와 치앙라이주 경계 지점에 이릅니다. 지역 명소로 인기가 높은 ‘로이자이락정원’이 보입니다.
시장 안은 나름 질서에 맞춰서 좌판과 노점이 나란히 이어지고, 꽃이며 과일이며 먹거리 같은 걸 팔고 있네요. 노점에서 닭튀김과 꼬치를 사서 시장 밖 원두막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합니다. 원두막 앞 들판에서 풀을 뜯던 흰소 두 마리가 꼬치구이를 먹는 저를 빤히 쳐다보네요.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달리면 편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달리는 재미는 산 쪽입니다. 다시 산자락을 이리저리 넘어가는 지방도를 달리는데…… 갑자기 풍경이 바뀝니다. 산등성이를 뒤덮은 푸른 차밭과 ‘플랜테이션101’ 티팩토리라고 적힌 큰 건물도 보입니다.
국경의 밤
노인장께서 ‘궈민당’이라고 하시네요. 궈민당(국민당)이라면…… 장개석의 국민당을 말하는 거겠지요? 과거에 장개석의 군대가 모택동의 공산군에 쫓겨서 이곳까지 밀려왔던가 봅니다. 그 뒤 장개석 군대가 타이완으로 건너가 중화민국(대만) 정부를 세웠지만, 그 와중에 태국이나 라오스 밀림에 남은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식당 주인 노부부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네요.
"어쩐지 책에서 배운 근현대사의 한 조각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드는 밤입니다"
(다음에 계속)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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