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김종한의 타이완 투어_마지막 편, 다시 타이베이로

다시 눈길을 바다 건너편, ‘타이완’으로


루이수이에서 저녁은 ‘매운우유훠궈‘입니다. 이 지역은 온천마을로 널리 알려진 한편 축산업이 발달한 터라 이런 메뉴가 있나 봅니다. 우유가 듬뿍 든 훠궈라니. 호기심으로 주문한 것이지만 생각보다 맛난 데다 제공되는 고기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남겨야 하는 정도입니다.


투어 도중에 예약한 호텔에 조금 늦게 도착한 터라 곧장 저녁 식사부터 하러 나선 참인데 온천욕은 너무 배불러서 내일 아침으로 미뤄야겠습니다. 타이완도 온천이 흔한 나라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대중탕은 아예 없고 객실마다 마련된 욕조를 이용합니다. 타이완이 일본 문화를 많이 받아들여서 비슷한 부분이 꽤 보이건만 ‘대욕장’ 문화는 없는가 봅니다.


동북아 최고봉 위산(玉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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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 고갯길의 카페 / 위산 고갯길 카페의 브라질인 사장


우리식 한자 읽기는 ‘옥산’이지만 타이완 발음으로는 ‘위산’입니다.


위산은 해발 3,952m로 타이완 최고봉이면서 동북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일생에 해야 할 일 3가지 가운데 하나가 위산을 오르는 것이라고 하니 왠지 이 산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듯합니다. 사실 타이완의 높은 산들은 전 세계 고산지대가 대부분 그렇듯이 유라시아 대륙판과 필리핀해 판이 부딪치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라고 합니다.


루이수이를 떠나 위산으로 오다가 강에 걸린 다리가 휘어지고 교각이 어긋나 있는 걸 보기도 했는데, 바로 그 지점이 대륙과 해양의 판이 엇갈리는 곳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위산 남쪽을 지나는 고갯길이자 20번 국도 역시 타이루거처럼 타이완 원주민들이 동원돼서 만든 길이라고 합니다.


산이 높은 만큼 골짜기와 강이 깊고 산비탈은 온통 절벽이나 마찬가지니 길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고갯길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고 곳곳에 낙석 흔적이 많이 보이고 시설물 복구공사가 한창인 곳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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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령전망대에서 본 풍경


가오슝과 타이텅의 경계를 이루는 관산령터널에 와서야 겨우 바이크를 세우고 한숨을 돌리는데……, 발아래에 펼쳐지는 산세와 구름이 장관입니다. 해발 2,755m로 우링보다는 좀 낮았지만, 주변 경관에서 받는 감동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관산령터널과 전망대 주변을 에워싼 절벽은 2009년 태풍에 크게 무너져서 오랫동안 복구공사를 한 결과 2022년에 와서야 겨우 차량 통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하네요.


관산터널도 뚫은 지 오래된 것이라 좁고 노면이 거칠다 보니 시간제 일방통행으로 지나야 합니다. 터널 입구에 선 신호등에 따라서 차량이 줄 서서 기다렸다가 양방향 교대로 지납니다.


타이완 최남단 어란비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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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란비곶 기념비와 전망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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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란비곶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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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최남단 어란비곶 기념비


관산터널을 지난 뒤 역시나 긴 고갯길이 이어지면서 고도가 점차 낮아짐을 느낍니다.


처음엔 가오슝 시내에 숙소를 정할까 하다가 내일 아침에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오기가 귀찮을 듯해서 곧장 남쪽 바닷가로 향합니다.


가오슝에서 어란비에 이르는 지역은 파인애플 농장이 많이 보입니다. 파인애플꽃과 잎사귀가 늘어선 들판 가운데를 지나는 길이 한적합니다. 늦은 오후 시간대라 지나는 차도 없고 해서 모처럼 속도를 조금 높여서 달리는데 스쿠터 한 대가 따라옵니다.


중앙선이 있는 도로는 길 가장자리에 스쿠터를 비롯한 소배기량 이륜차를 위한 전용차로가 설치돼 있습니다. 폭은 대략 일반차로 절반 정도가 흔하지만, 꽤 좁은 구간도 있어서 마음 편히 달리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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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이륜차로를 빠르게 달리는 스쿠터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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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도로와 갓길(이륜차 전용차로)


그래서 그냥 일반차로를 달리는데, 오른편 이륜차 전용차로에 스쿠터를 탄 아주머니가 무심히 추월해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뭐냐 싶어서 속도계를 보니 만만치 않은 속도입니다. 제법 급하게 휘는 길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 이 길이 아주 익숙한가 봅니다. 현지 주민이겠지요.


가오슝과 어란비 사이 태평양을 바라보는 휴게소에 도착해서 오늘 묵을 숙소 검색하는데 일행이 당황한 얼굴로 말합니다. 어제 호텔에 여권과 지갑이 든 허리 가방을 놓고 왔다고요. 전화해서 확인하니 주차장에 있던 걸 청소하는 분이 발견해서 프런트에 맡겨 놓았다고 합니다. 운이 좋습니다.


이번 타이완 투어는 가운데 산악지대와 동쪽 해안선을 위주로 달리기에 경로를 살짝 바꾸면 북상하는 도중에 가방을 찾으러 들를 수 있습니다. 췌청에서 자고 이튿날 어란비를 찾습니다. 타이완 최남단을 알리는 기념비가 선 바닷가는 꽤나 한적하고 주변은 오지 느낌이 물씬합니다. 어쩌면 제주도의 어느 으슥한 바닷가에 온 기분도 있습니다.


어란비곶 기념비에서 인증사진을 담은 뒤 11번 국도를 따라 북상을 시작합니다. 다렌과 타이텅을 거치며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닝푸에서 방향을 내륙으로 틀어서 그저께 숙소가 있던 루이수이로 넘어갑니다.


타이완의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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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국립공원 시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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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전망대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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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의 이륜차전용 주차장


타이텅에서 화렌으로 넘어가는 마타이안 고개에서 뒤를 돌아보니 주변 산세와 태평양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동해안국립공원(東部海岸國家風景區瞭望台)임을 알리는 조형물과 전망대 시설을 잘 만들어 놔서 잠시 쉬어가기에 좋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동해안 7번 국도와도 분위기가 닮은 듯한 느낌도 납니다.


유창터널을 지나서 들른 루이수이의 호텔에서 여권이 든 가방을 찾습니다. 지폐가 들어있는 지갑도 고스란히 되찾으니 일행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동시에 타이완 사람들에 대한 인상도 아주 높아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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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도였던 9丁번 해안도로


화렌 시내에 숙소를 잡고 주말 밤을 보낸 뒤, 9번 국도와 9丁(정)번 국도를 번갈아 이용해서 타이완 동해안을 마저 달립니다. 비교적 최근에 새로 놓인 9번 국도는 바닷가 절벽을 뚫어서 만든 터널 구간이 많습니다. 9丁 국도가 옛날에 놓인 길인데…… 깎아지른 절벽 위를 지나는 구간이 많아서 바다와 어우러진 절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십여 년 전에도 이 길을 달렸지만,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 지나느라 기억나는 경치는 거의 없습니다. 태평양의 파도가 밀려와 부딪치는 절벽을 감상하며 새삼 ‘여기가 이랬구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우리 같은 라이더는 편하게 지나는 터널 구간보다는 길이 좀 거칠어도 이런 멋진 경관을 만나는 쪽이 훨씬 좋습니다.


멋진 해안도로를 벗어나 투어 첫날 묵었던 이란 시를 거쳐서 항구도시 기룽을 지납니다. 기룽은 타이베이와 가까운 큰 항구여서 마치 인천이나 부산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기룽을 지날 무렵에는 온종일 흐리던 하늘이 결국 비를 뿌리기 시작해서 예류지질공원은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로 합니다.


양밍산을 넘어 다시 타이베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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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랜드마크 101타워 / 타이베이 중심가 산책 / 시먼동 해식동굴 / 루이수이의 오래된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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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밍산의 화산지대


타이베이를 병풍처럼 둘러싼 양밍산 북쪽 바닷가는 타이완의 북쪽 해안을 이룹니다. 북쪽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시먼동(石門洞)공원에 들러서 잠시 바다 정취에 젖어봅니다.


과거 타이완 라이더들과 함께 들러서 커피와 햄버거로 점심을 했던 카페는 폐업했는지 안 보이네요. 당시에 꽤나 시끌벅적했던 바닷가로 기억되는 곳이건만 좀 한적한 분위기로 바뀐 듯합니다. 어쩌면 바닷가 도로를 따라 자주 만나는 속도위반 카메라 때문일까요? 양밍산 고갯길을 따라 타이베이로 넘어가는 도중에도 곳곳에 카메라가 많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많은 바이크와 차량이 와인딩을 즐기는 모습이 마치 서울 근교 유명산 고갯길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는데, 오늘이 주말임에도 교통량이 많지 않고 한적함 마저 느껴집니다. 덕분에 수월하게 고개를 넘어 타이베이 시내에 들어섭니다.


바이크를 반납한 뒤에는 랴오허제 야시장에서 우육면으로 저녁을 먹고 미슐랭가이드에 소개된 노점에서 후추빵과 닭튀김 등을 사서 치맥을 하는 것으로 타이완 투어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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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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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52호 / 2024.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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