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_강원도 치악산 싸리치

2021-10-27

배재를 넘는 라이더


부론면은 섬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지점에 있고 강원도입니다.


부론면 옆 남한강 수면 위에서 경기, 강원, 충청으로 삼도가 나뉩니다. 근처에 고려시대 대찰이던 법천사지와 거돈사지가 있고 531번 지방도를 따라 좀재를 넘으면 귀래까지 한적한 시골길이 이어집니다. 부론을 벗어나 좀재를 넘지 않고 법천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남한강 옆길(부론로)을 따라 달리는 것도 좋습니다. 귀래는 나름 교통의 요지입니다. 자동차전용도로가 제한된 이륜차 유저 입장에서 더 그렇습니다.


귀래면 들판


귀래 서편으로 남한강을 건너면 점동을 거쳐 여주나 장호원으로, 북쪽으로 404번 지방도나 옛 19번 국도를 달리면 문막과 원주로, 남쪽으로는 충주로, 동쪽으로는 제천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귀래를 지나서 531번 지방도를 따라 운남저수지를 지난 뒤 배재를 넘어 백운면으로 향합니다. 배재는 단종이 영월로 유배갈 때 넘었던 고갯길입니다.


단종과 얽힌 이야기가 지난 연재부터 자주 등장합니다만,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세조가 왕위를 빼앗은 뒤 어린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봉해서 ‘천 리 밖으로’ 유배를 보냈는데 영월까지 거리가 천 리가 안 됐습니다. 그래서 호송관이 빠른 길로 가지 않고 경로를 ‘지그재그’로 잡아서 많은 고갯길을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천 리가 채워지지 않으니 영월을 지나쳐 마구령 아래 남대리까지 갔다가 영월 청령포에 도착한 것입니다.


이포나루, 여주, 문막, 원주, 귀래, 신림, 주천, 영월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단종의 유배 행렬과 관련된 일화와 지명이 많이 전해져 옵니다. 원통한 마음을 품고 넘어서 ‘원통고개’, 단종이 물을 마셨다는 ‘어수정’, 말방울이 떨어졌다는 ‘방울고개’, 왕비를 그리워하며 바라봤다는 ‘옥녀봉’, 임금이 넘었다고 해서 ‘군등치’, 남쪽 대궐이라고 ‘남대리’ 등……, 그런데 이 경로가 이륜차로 여행 다니기에 딱 좋은 길들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경치가 좋고 한적한 분위기가 좋아서 넘어 다녔던 고갯길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단종 유배 경로와 거의 일치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어찌 보면 여행의 묘미가 이런 데 있지 않은가 생각도 듭니다.


배재를 넘은 뒤 백운면에서 597번 지방도를 따라 덕동계곡과 용소막성당을 지나서 신림면에 다다릅니다.


싸리치


신림은 과거에 숲이 워낙 우거져서 ‘신들이 사는 숲’이라고 불린 데서 유래된 지명이라고 합니다. 신림에서 주천으로 이어지는 88번 국지도는 큰 터널 두 개를 지납니다. 치악산 남쪽을 넘는 싸리치와 황둔을 지나 주천으로 넘어가는 솔치재 모두 단종이 유배 길에 넘었던 고개입니다.


치악산 주포천


치악산은 가을 단풍이 아주 붉게 물들기에 ‘적악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꿩이 종을 울려서 선비를 구한 이야기가 전하면서 ‘꿩(치:雉)’을 뜻하는 ‘치악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치악산 성황가든 바비큐


한양을 떠난 단종이 나지막한 산만 보다가 처음으로 크고 높은 산을 만나서는 눈이 휘둥그레 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고갯길도 험했을 겁니다. 소나 말이 끄는 수레를 탔다고 하는데 삐걱 대면서 흔들릴 때마다 자신의 처지가 고단함을 새삼 느끼지는 않았을지? 조선시대에 보부상이 넘어 다니던 싸리치는 일제 강점기에 길을 넓혀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정비했다고 합니다.


황둔 찐빵


한 때는 버스가 다니기도 했다는데, 아래 신림터널이 개통한 뒤에는 교통량이 없어져 다시 오솔길이 되었고 치악산 둘레길 일부 구간이기도 합니다. 양쪽 들머리는 포장길이고 고갯마루를 포함한 사이 구간은 비포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황둔 찐빵거리를 지납니다. 길 양편 찐빵집마다 걸린 솥에서 찐빵을 찌느라 흰 김이 솟습니다. 황둔천에 걸린 송계교를 건넌 뒤 솔치재를 넘어서 주천으로 향합니다.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강원 원주시 귀래면 운남길 22 1층

용소막성당 033-763-2343

강원 원주시 신림면 구학산로 1857

치악산성황가든 033-766-8694

강원 원주시 신림면 윗성남1길 6

황둔찐빵거리

강원 원주시 신림면 신림황둔로 1213


※ 모든 사진은 코로나 상황 이전에 촬영된 것입니다.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강원 #치악산 #싸리치 #섬강교


한국이륜차신문 387호 / 2021.9.16~9.30


Copyright ⓒ 한국이륜차신문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