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_청학동의 만추

2021-12-28


악양에서 하동호로 넘어가는 배티재


하동읍은 지리산과 남해는 물론 광양과 진주 등으로 이어지는 길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광양과 하동을 지난 2번 국도를 따라 진주 쪽으로 달리다 보면 ‘지리산 청학동’ 이정표가 적힌 1003번 지방도가 나타납니다. 이 길을 따라 횡천강 물줄기를 거슬러 오릅니다. 청암면사무소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하동호가 나타납니다. 1993년에 청암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호수지만 주변 경관이 좋아서 지리산둘레길 일부 구간에 포함됩니다. 댐이 들어서면 대개 수몰민이 생기기 마련이고 하동호 역시 그들을 위한 망향관이 있습니다.


하동호


1003번 지방도는 하동호 즈음에서 중이리 마을 쪽으로 빠져 임도가 됩니다. 임도는 배티재를 넘어서 악양면 평사리를 지나는 1003번 지방도와 이어집니다. 배티재 구간은 1003번 지방도의 미완성 구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비포장 구간을 포함한 좁은 샛길이었으나 최근 콘크리트 포장을 해서 지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회남재 고갯마루에 선 회남정


하동호 옆을 돌아서 1014번 지방도를 따라 횡천강을 거슬러 올라가든, 배티재를 넘어서 악양면을 거친 뒤 회남재를 넘든, 모두 지리산 청학동으로 연결됩니다. 횡천강 물줄기를 따라 1014번 지방도를 좀 더 달리면 묵계저수지에 이어서 청학동으로 통하는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청학동식당의 산채비빔밥


청학동은 6.25전쟁 시기를 거치며 난리를 피해서 지리산 골짜기에 숨어들어서 살던 토속종교인들이 일군 마을입니다. 조선시대부터 전해오는 토속신앙과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상투를 틀고 수염을 기르며 한복을 입고 사는 이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도인촌’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지만, 현재는 현대문명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생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가을이 내려앉은 삼성궁 풍경


청학동 마을을 거쳐서 더 깊숙이 들어가면 마고성과 삼성궁 등, 환인 환웅 단군을 숭상하는 전통종교와 생활상을 유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지리산 골짜기의 돌을 모아서 돌탑을 쌓고 고대의 성지 ‘소도’를 재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00여개 돌탑은 소도의 솟대와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3,333개 돌탑을 쌓아서 홍익인간 세계관을 되살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그런 종교관과는 별개로 가을 단풍철에 삼성궁 일대는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이 무렵에는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듭니다.


청학동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한 뒤 1047번 지방도를 따라 삼신봉터널을 지납니다. 터널을 통과한 뒤 20번 국도로 갈아탑니다. 지리산 세석평전과 제석봉 골짜기에서 발원한 내대천과 시천천이 만나서 덕천강 물줄기를 이룹니다. 


밤머리재를 넘는 라이더들


덕천강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20번 국도를 달리다가 시천면사무소 부근에서 59번 국도로 갈아타면 웅석봉 밤머리재를 넘게 됩니다. 구불구불 뱀처럼 이어지는 고갯길이 험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 재미있게도 느껴집니다. 이 고갯길을 넘지 않고 산청으로 가려면 신안면이나 단성면으로 꽤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니 지리산을 일주할 경우에는 거의 이 길을 달리는 편입니다.


밤머리재와 금서면 들판


밤머리재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맞은편에 왕산 봉우리와 함께 금서면 일대 분지와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마침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과 주변 산들이 만드는 풍경을 감상하며 산청을 향해 달립니다. 고갯길 아래에 밤머리재를 대신할 터널 공사가 한창입니다. 터널이 완공되면 시천과 산청을 오가는 길이 한결 편리해 질 것입니다. 약초의 고장 산청에서 60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유림면 임천 물줄기에 이르는 것으로 지리산 일주를 완성합니다.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하동호/ 경남 하동군 청암면 중이리 170

청학동/ 055-884-2869 

삼성궁/ 경남 하동군 청암면 삼성궁길 2

회남재/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 모든 사진은 코로나 상황 이전에 촬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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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93호 / 2021.12.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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