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해외투어_1편, 라이딩의 성지, 알프스를 향해 독일에서 출발

2024-09-06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인 김종한 작가가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 지역을 찾아갑니다. 알프스를 달리며 전하는 생생한 투어기를 소개합니다.

오스트리아 란드스트라세 고개를 넘는 일행들

 

알프스 산악은 길이가 1,200km에 이르고 유럽 남부와 지중해 사이를 동서로 가르며 길게 이어집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독일, 슬로베니아 등이 알프스를 국경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웃 나라와 교통을 위해서 여러 고갯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 고갯길은 국경이자 중요한 교통로로 역할을 하면서 군사 기지와 요새가 들어섰습니다.


1차대전 시기를 거치면서 알프스의 고갯길에서 곧잘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고 동서냉전 시기에는 첨예한 대립의 현장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오늘날에는 알프스를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길목이자 바이크 라이더에게 ‘라이딩의 성지’로 불리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저먼로만틱가도와 노이슈반슈타인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이는 들판

란드스트라세의 바위산과 경사면


바이크 라이더에게 알프스투어라고 하면 스텔비오와 돌로미티, 그로스글로크너를 포함하는 지역이 곧잘 오르내립니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는 지형적인 특이성과 함께 거미줄처럼 엮은 고갯길들을 달리는 즐거움이 넘치는 곳입니다. 꽤 오래전 돌로미티를 처음 달리면서 받은 인상적인 느낌이 지금도 떠오를 만치 멋진 지역이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알프스를 달리고 싶어졌습니다.


서쪽 알프스를 이루는 스위스를 거쳐서 프랑스 알프스와 지중해를 아우르는 경로를 달리기 위해서 독일 뮌헨을 찾습니다. 이 투어를 함께 달릴 일행들도 하루 먼저 도착해서 렌탈 바이크를 받는 등,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아우토반을 달려서 맨 먼저 찾은 곳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입니다. 독일에서 알프스를 찾을 때 관문이 되는 도시 가르미슈파리텐키르헨을 지나서 계속해서 남쪽으로 달린다면 파쏘델로스텔비오를 비롯한 북이탈리아의 알프스를 만나지만,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서 ‘저먼로만틱스트라세’를 달립니다.


스위스가 관리하는 리히텐슈타인과 오스트리아 국경검문소

휘센 들판의 세인트콜로만교회


‘독일낭만가도’ 정도로 부를 수 있는 이 길은 독일 남부 뷔르츠부르크에서 휘센에 이르는 도로를 일컫습니다. 원래는 로마 시대에 북유럽과 알프스를 거쳐서 로마에 이르는 길을 개척한 데서 유래된 것이지만 저먼로만틱스트라세는 독일 남부만 따로 떼어내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먼로만틱스트라세의 남쪽 끝자락에 해당하는 휘센의 산자락에는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서 있습니다. 디즈니랜드 백조의 성이 이곳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지요. 아름다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나면 오스트리아에 들어섬과 동시에 알프스 산자락이 시작됩니다.


티롤과 리히텐슈타인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 국경
스위스 율리어패스


오스트리아의 서쪽은 길쭉하면서 좁은 땅 모양을 보이는데 과거에 ‘티롤 후백국’이 자리하던 지역입니다. 인스부르크를 중심으로 꽤 오랜 역사를 이어오던 티롤은 1차대전을 겪으며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로 양분돼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알프스 투어를 하며 만난 스텔비오 고갯마루의 카페 주인이나 볼차노와 메라노 부근 호텔의 직원들이 이탈리아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며 독일어를 쓰는 걸 의아하게 여겼던 기억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이탈리아로 나뉜 남부 티롤의 후예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티롤을 이리저리 달리다가 실브레타-비엘러회헤패스를 넘어갑니다. 실브레타-비엘러회헤 고갯길은 해발 2,032m 고갯마루에 커다란 인공호수가 있고 주변 산악과 어울려서 멋진 풍광을 보여줍니다. 다만 그로스그로크너를 포함한 오스트리아의 고갯길들이 흔히 그런 것처럼 톨게이트가 있는 유료도로입니다.


동부알프스 최고봉 피츠베르니나
알프스산맥의 가운데 지점 오버알프패스
비엘러회헤패스를 오르는 길
실브레타 인공호수


슈룬스와 펠트크릭을 거쳐 오스트리아와 리히텐슈타인 국경에 이르면 스위스 측에서 운영하는 검문소를 만납니다. 물론 셍겐조약에 의해 입국에 제약은 없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은 아주 작은 나라여서 국방이나 외교 등 여러 부분을 스위스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좌우 폭이 10km, 남북 길이가 30km 남짓한 면적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작은 나라로 손꼽힙니다.


북쪽 오스트리아와 국경은 그나마 검문소라도 있지만 남쪽 스위스와 국경은 그마저도 없습니다. 그래서 수도 바두츠의 카페에 들러서 일부러 커피를 한잔 마시며 리히텐슈타인의 추억을 하나 만들어 봅니다.


리히텐슈타인 남쪽 도시 발처스를 지나면 바로 스위스긴 한데, 어디가 국경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조그만 숲을 하나 지나서 갑자기 군부대가 나타나고 군인들이 소총을 어깨에 맨 채 줄지어 걷는 모습을 보고서야 ‘아, 여기 스위스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리히텐슈타인은 군대가 없으니까 말이죠.


여담이지만 스위스 군대는 리히텐슈타인을 6차례나 ‘침공’한 역사가 있다고 합니다. 실상은 훈련하다가 지도를 잘못 봐서 500m를 진입했다거나 공중강습부대가 훈련하다가 바람에 밀려서 리히텐슈타인에 불시착한다거나 뭐 그런 사유라고는 합니다만.


겨울도시 생모리츠


알프스 동부와 서부를 나누는 오버알프패스

알프스 가는 길, 좌절금지
오스트리아 프렉센갈레라 고갯길


스위스에 들어서니 이정표에 낯익은 도시 이름이 보입니다. 해마다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곳으로 뉴스에 곧잘 오르내리는 곳이라서 이름만큼은 꽤 익숙합니다.


28번 도로를 따라 플뤼엘라패스를 넘으면 만나는 생모리츠도 마찬가지입니다. 1928년, 1948년에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널리 알려진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광지이고 해발 4,048.6 m로 동부 알프스 최고봉인 피츠 베르니나가 가까이 있습니다.


율리어패스를 넘어 생모리츠로 가는 길
피츠베르니나의 만년설과 빙하


우리나라와 인연도 있습니다. 1945년 해방을 맞은 우리나라가 선수단 옷에 ‘KOREA’를 새기고 역사상 처음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낸 곳이 바로 생모리츠입니다. 독일어 사용 비중이 가장 높고 그 뒤로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사용이 많은 이 도시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모리츠로 부르는 것도 올림픽의 영향이 아닌가 합니다. 현지인들은 독일어 장크트 모리츠나 이탈리아어 산 마우리치오를 주로 쓰는 것과 비교하면 프랑스어 생모리츠는 소수파에 속하니 말입니다.


플뤼엘라패스, 알부라패스, 율리어패스, 다보스와 생모리츠 사이 해발 3천m대 고봉들 사이 3개 패스를 넘나들다가 쿠어로 향합니다. 쿠어에서 안데르마트를 잇는 19번 도로를 따라 스위스 남부 알프스를 달리며 확실히 이탈리아 돌로미티와는 자연경관에 차이가 있음을 느낍니다.


돌로미티가 석회암이나 백운암이 많아서 흰 빛을 띈 바위가 대부분인 것과 비교하면 스위스 알프스의 바위는 검거나 회색 빛을 띈 화강암류의 단단한 바위가 대부분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산과 절벽이 더 거칠고 험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고갯길 3대장


라인강 시발점임을 알리는 등대


19번 도로를 따라 안데르마트에 이르는 길은 달릴수록 점차 고도가 높아지더니 해발 2,042m 오버알프패스 고갯마루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이 고갯길은 1,200km에 이르는 알프스를 동서로 나누는 지점이면서 라인강의 발원지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길이 스위스와 독일을 흐르고 네덜란드를 거쳐서 북해로 흐릅니다. 고갯마루에 좀 뜬금없다 싶은 빨간색 등대가 서 있는 것이 바로 라인강의 시작점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오버알프패스를 넘어 안데르마트에 이르면 동서남북으로 나뉘는 갈림길을 만납니다. 달려온 방향 그대로 서진하면 마흐띠뉘를 거쳐서 제네바, 북쪽으로 2번 도로를 따라 달리면 루체른과 취리히, 남쪽으로는 루가노를 거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어집니다. 그야말로 교통의 요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바이크라이더에게 있어서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세 개의 고갯길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흔히 스위스 ‘3대 패스’라고도 부르는 그림젤패스, 후루카패스, 수스텐패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음에 이어서)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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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58호 / 2024.9.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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