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라이더들은 말합니다. 바이크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손꼽자면 알프스, 노르웨이 피오르드, 스코틀랜드, 그리고 스페인이 있다고. 과거에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해군을 이용해서 대서양 너머 남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거나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드는 등 위세를 떨친 바 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를 처음으로 들었던 것도 스페인입니다. 세계 제2차 대전과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며 과거의 번영이 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고대 로마 시기의 유산은 물론 유럽의 가톨릭과 무어인의 이슬람 문화가 뒤섞이며 만들어진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이번에는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를 달립니다.

베헤레데 폰테라 부근 대서양의 파도
스페인 북부 피코스 드 유로파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이어서 남부 안달루시아로 향합니다.
서기 711년, 아프리카 북부의 이슬람 왕국의 타리크 이븐 지야드 장군이 아랍인과 무어인(베르베르인)들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을 침공합니다. 일설에 따르면, 스페인의 고대왕국 서고트의 수도였던 톨레도에 숨겨져 있다는 막대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막상 쳐들어가서는 스페인 군대를 손쉽게 무찌르고 이베리아 반도 전역을 아우르는 우마이야 왕국을 건설합니다. 그 뒤로 무려 781년간 이베리아의 이슬람 왕국의 역사가 이어졌고 또 그만한 세월 동안 가톨릭 세력의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가 벌어집니다.
세비야에 이르는 길

시베리아를 떠올리게 만드는 카세라스의 평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떠나 포르투갈을 잠시 거친 뒤 다시 스페인 내륙에 접어듭니다.
카세레스와 바다호스를 거쳐 세비야에 이르는 길은 사막과 비슷한 황량한 대지를 지납니다. 마치 시베리아를 횡단할 때와 비슷한 풍경인데 오히려 더 메마른 느낌입니다. 군데군데 낮은 언덕과 구릉을 끼고 도심과 마을이 들어서 있고 양떼를 방목해서 키우는 모습이 보입니다.
EX434, E803, N630, 지방도, 고속도로, 국도를 번갈아 달리면서 세비야에 도착합니다. 곧장 숙소를 잡아 체크인하고 도심 구경을 나섭니다. 세비야는 로마시기에 히스팔리스, 이슬람 지배기에는 이쉬빌리아로 불렸습니다. ‘시장이 열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교역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의 야경
세비야 대성당은 이슬람 모스크를 개조한 것으로 가톨릭 세력의 이슬람 축출을 기념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대성당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는데……, 이탈리아 출신의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으며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는 와중에 대신들의 시기와 질시를 받았다고 알려집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스페인 땅에 묻히지 않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대성당에 안치된 콜럼버스의 관은 4명의 사제가 어깨에 걸쳐서 공중에 떠 있는 모습입니다. 아마 스페인 땅에 묻히지 않겠다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겠지요?

알메이라 성당의 성모상
대성당과 왕궁 등을 둘러본 뒤 어두워진 거리를 걷습니다. 악기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집시 여인이 플라멩코 춤을 추고 있네요. 플라멩코 박물관과 공연장이 있지만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즉석 공연도 볼 만합니다. 다만 구경 요금은 내야하는 분위기입니다만. 저녁 8시 30분 즈음, 하늘이 어두워지자 구도심 골목에 자리잡은 식당과 바가 불을 밝히고 일제히 영업을 시작합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한 눈에, 지브롤터

긴 역사를 간직한 카디스의 도심
세비야를 떠나 대서양 바닷가 항구도시 카디스로 향합니다. 카디스는 이베리아는 물론 서유럽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도로 알려집니다. 3천100년 전 도시 잔해가 남아있고 대항해 시대에는 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낡은 성벽 안에 위치한 구도심과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 신도심이 나뉘어 있고 콜럼버스가 들여온 외래 식물이 자라는 공원이 있습니다.
대서양을 향해 대포를 쏠 수 있도록 고안된 성벽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남하합니다. 시클라나 데라 프론테라, 베헤르 데라 프론테라 같은 해안 도시를 거쳐 이베리아 최남단 타리파에 이르는 길은 줄 곳 대서양을 바라보며 이어집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의 아프리카 모로코
타리파는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 아프리카를 마주 보는 곳입니다.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아프리카를 바라보며 대륙과 대륙이 만나는 곳에 서 있음을 실감합니다. 왠지 ‘TOTO’가 부른 명곡 ‘아프리카’의 멜로디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어쩌면 밴드 멤버들이 여기에 왔다가 만든 노래가 아니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 봅니다.

타리파에서 바라보는 아프리카
타리파를 지나 알헤시라스로 이어지는 E5 (N340) 도로를 달리다가 멋진 전망을 독차지한 카페(Mirador del Estrecho)를 발견합니다. 거센 빗줄기가 퍼붓는 와중이기도 해서 얼른 뛰어듭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발 아래로 보이는 지브롤터 해협의 좁은 바다와 건너편 아프리카 땅과 산을 바라봅니다. 폭이 14km 남짓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륙이 마주 보는 느낌이 남다릅니다.

지브롤터에서 말라가로 이어지는 AP7 도로
아득히 먼 옛날,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이 만나 지브롤터가 막히자 지중해는 증발해서 소금을 머금은 습지와 호수가 되었다가 대략 500만 년 전 즈음에 다시 열렸다고 합니다. 대략 2년 여간 대서양 바닷물이 거대한 폭포수처럼 쏟아져 다시 지중해를 채운 결과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10m 낮아졌다고도 합니다. 그 모든 기 적같은 사건이 좁은 지브롤터 해협에서 벌어졌습니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브롤터 산
아프리카로 건너는 배가 출항하는 알헤시라스를 지나 지브롤터에 이릅니다. 지브롤터는 영국의 역외 영토입니다. 과거 스페인 땅이었지만 지중해 제해권을 놓고 벌인 해전의 결과 영국이 빼앗은 땅입니다. 스페인이 꾸준히 돌려달라고 하지만 영국이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지요.
오랜만에 좌측주행을 해볼까 마음먹었다가 지브롤터(영국) 입국 레인에 늘어선 긴 자동차 행렬을 보고 포기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네르하 해변의 일출
말라가를 지나다가 점심 먹으러 빠에야 맛집을 찾았는데 만석이네요.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 봤지만 새로 손님을 받지 않는 분위기라 조금 당황합니다. 스페인은 늦고 긴 식사 시간도 그렇고 식당 운영 방식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됩니다. 아마 시원스럽게 대화가 되지 않으니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듯합니다.

네르하 해안과 지중해

시에라 네바다 인근의 임도
네르하와 알메리아를 거쳐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습니다. 거대한 산줄기에 벌써 눈이 하얗게 뒤덮여 있습니다. 사시사철 따뜻하다는 안달루시아지만 3천m가 넘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만큼은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겨울 세상입니다. 유럽 대륙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스키장이 여기에 있고 최고봉 무라센은 해발 3,479m에 이릅니다. 크고 긴 산줄기를 넘는 고갯길이 여럿 있고 거미줄처럼 난 산길을 바이크로 달리는 맛이 최고입니다.

그라나다의 젖줄 쿠엔타르 댐과 담수호
쿠엔타르 댐을 지나 GR3201 도로를 따라 그라나다에 들어섭니다. 781년간 이베리아에 존속했던 이슬람의 마지막 왕조가 있던 고도입니다. 1492년, 이베리아 북부 카스티야의 가톨릭 군주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의 왕 페르난도 연합군이 최후의 공세를 벌여 그라나다를 함락합니다. 이사벨 여왕은 그라나다의 왕 무하마드와 협상을 벌여서 순순히 성문 열쇠를 내 주고 물러나도록 했는데……, 무하마드 왕은 일가족을 데리고 그라나다를 떠나다가 언덕에서 궁전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명판
궁전은 몇 개 구역으로 나뉩니다. 니콜라스 전망대가 있는 알카사바, 사자의 정원으로 유명한 나스르(나사리에스) 궁전, 카를로스5세 궁전, 헤네랄리페와 파라도르(호텔)로 개조돼 영업중인 샌프란시스코 수도원 건물 등이 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을 구경한 뒤 파라도르(호텔) 데 그라나다의 실외 자리에 앉아 타레가의 명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휴대폰 스피커로 들으며 맥주잔을 기울입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가을 풍경

흰 벽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마을의 모습

흰 벽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마을의 모습

톨레도 대성당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스페인
한국이륜차신문 401호 / 2022.4.1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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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라이더들은 말합니다. 바이크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손꼽자면 알프스, 노르웨이 피오르드, 스코틀랜드, 그리고 스페인이 있다고. 과거에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해군을 이용해서 대서양 너머 남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거나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드는 등 위세를 떨친 바 있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를 처음으로 들었던 것도 스페인입니다. 세계 제2차 대전과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며 과거의 번영이 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고대 로마 시기의 유산은 물론 유럽의 가톨릭과 무어인의 이슬람 문화가 뒤섞이며 만들어진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이번에는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를 달립니다.
베헤레데 폰테라 부근 대서양의 파도
스페인 북부 피코스 드 유로파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이어서 남부 안달루시아로 향합니다.
서기 711년, 아프리카 북부의 이슬람 왕국의 타리크 이븐 지야드 장군이 아랍인과 무어인(베르베르인)들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을 침공합니다. 일설에 따르면, 스페인의 고대왕국 서고트의 수도였던 톨레도에 숨겨져 있다는 막대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막상 쳐들어가서는 스페인 군대를 손쉽게 무찌르고 이베리아 반도 전역을 아우르는 우마이야 왕국을 건설합니다. 그 뒤로 무려 781년간 이베리아의 이슬람 왕국의 역사가 이어졌고 또 그만한 세월 동안 가톨릭 세력의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가 벌어집니다.
세비야에 이르는 길
시베리아를 떠올리게 만드는 카세라스의 평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떠나 포르투갈을 잠시 거친 뒤 다시 스페인 내륙에 접어듭니다.
카세레스와 바다호스를 거쳐 세비야에 이르는 길은 사막과 비슷한 황량한 대지를 지납니다. 마치 시베리아를 횡단할 때와 비슷한 풍경인데 오히려 더 메마른 느낌입니다. 군데군데 낮은 언덕과 구릉을 끼고 도심과 마을이 들어서 있고 양떼를 방목해서 키우는 모습이 보입니다.
EX434, E803, N630, 지방도, 고속도로, 국도를 번갈아 달리면서 세비야에 도착합니다. 곧장 숙소를 잡아 체크인하고 도심 구경을 나섭니다. 세비야는 로마시기에 히스팔리스, 이슬람 지배기에는 이쉬빌리아로 불렸습니다. ‘시장이 열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교역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의 야경
세비야 대성당은 이슬람 모스크를 개조한 것으로 가톨릭 세력의 이슬람 축출을 기념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대성당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는데……, 이탈리아 출신의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으며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는 와중에 대신들의 시기와 질시를 받았다고 알려집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스페인 땅에 묻히지 않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대성당에 안치된 콜럼버스의 관은 4명의 사제가 어깨에 걸쳐서 공중에 떠 있는 모습입니다. 아마 스페인 땅에 묻히지 않겠다는 그의 유언에 따른 것이겠지요?
알메이라 성당의 성모상
대성당과 왕궁 등을 둘러본 뒤 어두워진 거리를 걷습니다. 악기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집시 여인이 플라멩코 춤을 추고 있네요. 플라멩코 박물관과 공연장이 있지만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즉석 공연도 볼 만합니다. 다만 구경 요금은 내야하는 분위기입니다만. 저녁 8시 30분 즈음, 하늘이 어두워지자 구도심 골목에 자리잡은 식당과 바가 불을 밝히고 일제히 영업을 시작합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한 눈에, 지브롤터
긴 역사를 간직한 카디스의 도심
세비야를 떠나 대서양 바닷가 항구도시 카디스로 향합니다. 카디스는 이베리아는 물론 서유럽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도로 알려집니다. 3천100년 전 도시 잔해가 남아있고 대항해 시대에는 콜럼버스가 항해를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낡은 성벽 안에 위치한 구도심과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 신도심이 나뉘어 있고 콜럼버스가 들여온 외래 식물이 자라는 공원이 있습니다.
대서양을 향해 대포를 쏠 수 있도록 고안된 성벽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남하합니다. 시클라나 데라 프론테라, 베헤르 데라 프론테라 같은 해안 도시를 거쳐 이베리아 최남단 타리파에 이르는 길은 줄 곳 대서양을 바라보며 이어집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의 아프리카 모로코
타리파는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 아프리카를 마주 보는 곳입니다.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아프리카를 바라보며 대륙과 대륙이 만나는 곳에 서 있음을 실감합니다. 왠지 ‘TOTO’가 부른 명곡 ‘아프리카’의 멜로디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어쩌면 밴드 멤버들이 여기에 왔다가 만든 노래가 아니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 봅니다.
타리파에서 바라보는 아프리카
타리파를 지나 알헤시라스로 이어지는 E5 (N340) 도로를 달리다가 멋진 전망을 독차지한 카페(Mirador del Estrecho)를 발견합니다. 거센 빗줄기가 퍼붓는 와중이기도 해서 얼른 뛰어듭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발 아래로 보이는 지브롤터 해협의 좁은 바다와 건너편 아프리카 땅과 산을 바라봅니다. 폭이 14km 남짓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륙이 마주 보는 느낌이 남다릅니다.
지브롤터에서 말라가로 이어지는 AP7 도로
아득히 먼 옛날,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이 만나 지브롤터가 막히자 지중해는 증발해서 소금을 머금은 습지와 호수가 되었다가 대략 500만 년 전 즈음에 다시 열렸다고 합니다. 대략 2년 여간 대서양 바닷물이 거대한 폭포수처럼 쏟아져 다시 지중해를 채운 결과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10m 낮아졌다고도 합니다. 그 모든 기 적같은 사건이 좁은 지브롤터 해협에서 벌어졌습니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브롤터 산
아프리카로 건너는 배가 출항하는 알헤시라스를 지나 지브롤터에 이릅니다. 지브롤터는 영국의 역외 영토입니다. 과거 스페인 땅이었지만 지중해 제해권을 놓고 벌인 해전의 결과 영국이 빼앗은 땅입니다. 스페인이 꾸준히 돌려달라고 하지만 영국이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지요.
오랜만에 좌측주행을 해볼까 마음먹었다가 지브롤터(영국) 입국 레인에 늘어선 긴 자동차 행렬을 보고 포기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네르하 해변의 일출
말라가를 지나다가 점심 먹으러 빠에야 맛집을 찾았는데 만석이네요.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 봤지만 새로 손님을 받지 않는 분위기라 조금 당황합니다. 스페인은 늦고 긴 식사 시간도 그렇고 식당 운영 방식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됩니다. 아마 시원스럽게 대화가 되지 않으니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듯합니다.
네르하 해안과 지중해
시에라 네바다 인근의 임도
네르하와 알메리아를 거쳐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습니다. 거대한 산줄기에 벌써 눈이 하얗게 뒤덮여 있습니다. 사시사철 따뜻하다는 안달루시아지만 3천m가 넘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만큼은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겨울 세상입니다. 유럽 대륙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스키장이 여기에 있고 최고봉 무라센은 해발 3,479m에 이릅니다. 크고 긴 산줄기를 넘는 고갯길이 여럿 있고 거미줄처럼 난 산길을 바이크로 달리는 맛이 최고입니다.
그라나다의 젖줄 쿠엔타르 댐과 담수호
쿠엔타르 댐을 지나 GR3201 도로를 따라 그라나다에 들어섭니다. 781년간 이베리아에 존속했던 이슬람의 마지막 왕조가 있던 고도입니다. 1492년, 이베리아 북부 카스티야의 가톨릭 군주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의 왕 페르난도 연합군이 최후의 공세를 벌여 그라나다를 함락합니다. 이사벨 여왕은 그라나다의 왕 무하마드와 협상을 벌여서 순순히 성문 열쇠를 내 주고 물러나도록 했는데……, 무하마드 왕은 일가족을 데리고 그라나다를 떠나다가 언덕에서 궁전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명판
궁전은 몇 개 구역으로 나뉩니다. 니콜라스 전망대가 있는 알카사바, 사자의 정원으로 유명한 나스르(나사리에스) 궁전, 카를로스5세 궁전, 헤네랄리페와 파라도르(호텔)로 개조돼 영업중인 샌프란시스코 수도원 건물 등이 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을 구경한 뒤 파라도르(호텔) 데 그라나다의 실외 자리에 앉아 타레가의 명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휴대폰 스피커로 들으며 맥주잔을 기울입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가을 풍경
흰 벽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마을의 모습
흰 벽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마을의 모습
톨레도 대성당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스페인
한국이륜차신문 401호 / 2022.4.1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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