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2_5편, 목포에서 진도 일주 해안도로

2022-12-29

지난 호에는 전남 신안군 보물섬 증도에서 압해도 천사대교까지 달렸습니다. 압해도와 목포를 잇는 압해대교가 이륜차 통행을 제한하고 있어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 목포로 들어갑니다. 이번 호에는 목포와 울돌목, 진도의 해안도로를 찾아갑니다.

 

목포의 밤


덕인식당


목포 구도심에 있는 호텔로 숙박을 정하고 하룻밤 쉬어갑니다.


목포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여정과 별개로 가끔 찾는 곳이어서 숙소를 정하고 밥 먹을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여럿이라 고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낙지 전문식당과 민어 골목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함께 달리는 일행이 홍어를 경험해 보고 싶다길래 방향을 틀어서 홍어집으로 갑니다.


덕인식당의 홍어삼합과 막걸리


홍어 전문식당 ‘덕인집’에서 홍어삼합과 홍어애탕을 주문하고 막걸리를 곁들입니다. 맵게 코를 찌르는 홍어 요리에 일행이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낙지집이나 민어 골목을 찾을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목포의 밤이 지나고…….


해장에 좋은 유달콩물

목포 루미나리에 상점가


아침에는 목포세무서 옆 골목에 있는 ‘유달콩물’에서 해장합니다. 검은콩을 갈아서 만든 콩물에 흑설탕을 넣고 휘저어서 마시고 솥밥으로 아침 식사합니다. 콩물은 일행들도 거부감 없이 좋아하니 다행입니다.


해장 겸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노적봉예술공원에 들러 목포 연안부두를 내려다봅니다. 제주행 여객선은 이미 떠났는지 안 보입니다. 삼학도와 갓바위공원을 지나 영산강하구언을 건너는 것으로 목포를 벗어납니다.


영암금호방조제


대불국가산업단지와 영암 국제자동차경기장을 지난 뒤 영암금호방조제를 건너는 길갓집9번 지방도는 올 때마다 새롭게 바뀐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조제 위를 지나는 도로 폭이 계속해서 넓어지는 데다 주변에 새로운 산업단지가 계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화봉재에서 본 오시아노해변


77번 국도를 만나서 진도 쪽으로 달리다가 화원면사무소를 지날 즈음 오른쪽으로 빠져서 화봉재를 넘으면 오시아노 관광단지를 만납니다. 이곳 바닷가에 위치한 블랑코비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된 인공해수욕장입니다. 다만, 제방을 쌓아서 갯벌을 메꾸고 모래를 부어서 만들었건만 다시 갯벌화가 되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서 기대치를 채우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지금은 옆에 야영장을 만들어서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울돌목의 바위가 우는 소리


해남 우수영 바닷가


오시아노에서 바닷가를 따라 해남 우수영까지 교통량이 적어서 한적한 803번 지방도를 달립니다.


해남 우수영과 진도 사이 좁은 수로가 울돌목입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둔 명량대첩이 벌어진 장소입니다.


조선 수군의 배 12척으로 열 배가 넘는 일본 수군의 배 133척을 격파했으니 실로 놀라운 대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엄청난 승리는 울돌목의 특이한 지형을 적절하게 활용한 이순신 장군의 대단한 지략 덕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도대교와 울돌목


울돌목은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에 있는 수로(해협)로 폭이 좁은 곳은 300미터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물 깊이가 2미터 정도로 매우 얕아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 때는 거센 물살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큰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바위가 우는 소리로 들린다고 해서 ‘울돌목’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한자로 부르는 이름이 ‘명량(鳴粱)’입니다.


울돌목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우수영관광단지 스카이워크를 찾으면 그 물살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울돌목처럼 독특한 지형에는 그에 걸맞은 전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옛날에 진도읍 망적산 용샘에서 청룡이 승천한 뒤 샘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서 아랫마을이 잠기고 말았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시름에 잠긴 차에 하늘도사가 나타나 이르기를, 용샘을 절구공이로 내리쳐서 뚫으면 물길이 바뀌어 바다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 장사가 나섰지만 실패하고 어느 노인이 나서서 용샘을 뚫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하여 샘물이 거친 물살을 일으키며 빠져나간 곳이 울돌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절구공이를 샘물에 넣으면 사흘 뒤 울돌목으로 빠져나온다고도 합니다. 그 대단한 노인이 사는 곳이 몇백년 된 구기자나무이고 구기자 물만 마시고 살더라는 이야기나 망적산 아래 읍성이 들어설 것이라는 이야기는 용샘과 울돌목 전설의 곁가지도 있습니다. 아마도 지역 특산물이나 읍성 유래를 전설에 껴 붙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진도 일주 해안도로


진도 둔내호

진도 해안도로에서 본 바다풍경

녹진항의 배맛 아이스크림


진도대교를 건너 우회전한 뒤 803번 지방도를 탑니다. 오랜만에 찾은 녹진항을 지나는 옛길과 새길이 나뉘지만, 바다와 가까운 옛길을 달립니다. 건배산을 돌아서 군내호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입니다.


군내호는 군내면 서편 바다에 나리방조제를 막아서 만든 인공호수입니다. 망치산을 지나 쉬미항까지 진도 서부해안도로를 따라 달립니다. 진도를 일주하는 해안도로는 일부 공사 중인 구간이 남아있을 뿐 거의 개통된 상태입니다.


진도 남도진성

진도 일주도로 풍경


쉬미항을 지나서 만나는 너른 들판에 작은 산들이 섬처럼 솟아 있습니다. 옛날에 바다였던 곳을 막아서 만든 곳이다 보니 섬들이 육지화되면서 작은 산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딴양섬, 건내양섬, 들판에 있는 작은 산에 섬 이름이 붙은 건 그래서 그렇습니다.


보전방조제를 건넌 뒤 해안도로가 803번 지방도를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합니다. 새로 개통한 바닷길에는 아직 도로 번호가 없는 구간도 있습니다. 빼족산 위를 지나서 금노항과 세방선착장 사이 구간은 아직 해안도로가 개통되지 않은 구간입니다.


세방낙조 앞바다

세방낙조 앞 카페

급치산전망대에서 본 다도해


낮에 찾은 세방낙조전망대도 멋집니다. 해질녁에 찾으면 가장 멋지겠지만 억지로 시간을 맞추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바닷가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바다 정취를 만끽해 봅니다. 세방낙조가 일몰 경치가 절경이라면 바다 전망은 가까운 급치산전망대가 좋습니다.


다시 803번 지방도를 따라 심동저수지를 지나고 팽목방조제를 건너면 진도 팽목항입니다. 이제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잊히지 않는 가슴 아픈 사고가 떠오릅니다. 항만에 서 있는 쇠울타리에 걸린 채 바람에 흔들리는 리본들이 그날의 아픔을 알려줍니다.


이제 해안도로는 18번 국도를 따라 이어집니다. 한복산 남쪽 해안에 자리 잡은 진도 남도진성은 고려시대 배중손의 항몽군이 주둔하던 석성입니다. 과거에는 석성 안으로 난 길을 바이크를 탄 채로 지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안 됩니다. 석성의 벽을 정비하는 중이고 주변을 다듬어 관광지화하려는지 여러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도대교에서 진도팽목항까지 진도 북쪽과 서쪽 해안을 달렸다면 남도진성을 지나면서 남쪽 해안이 시작됩니다.


해안 도로에 있는 주요 거점 지역 


독전식당의 낙지 호롱이 / 연포탕

목포 민어거리 / 민어거리의 민어요리


소금밭낙조전망대: 전남 신안군 증도면 대초리 1650-65

초의선사유적지: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 30

목포가족관광호텔: 전남 목포시 호남로64번길 28

독천식당: 전남 목포시 호남로64번길 3-1 1층

덕인집: 전남 목포시 영산로73번길 1-1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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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17호 / 2022.12.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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