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2_7편, 고흥반도와 여수, 그리고 이순신 장군

2023-02-28

고흥반도는 서편에 득량만, 동편에 보성만을 낀 채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반도 끝자락에는 서편에 거금도가 있고, 동편에 나로도가 있어서 남해를 향해서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흥양현으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고흥군이 되었다고 합니다. 


득량만을 거쳐서 고흥반도로 들어서는 길목은 좌우 폭이 겨우 2km 남짓할 만큼 좁습니다. 남양면을 지나 27번 국도를 타면 곧장 고흥읍으로 이어지는데, 과거에 부르던 흥양현은 남양면과 고흥읍을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거금도와 나로도


거금도 바다풍경

거금도 부속섬 대취도


고흥읍이 눈에 들어올 즈음 국도를 벗어나 오른편으로 빠집니다. 두원면을 거쳐서 고흥만방조제를 건너고 도덕면을 지나면 녹동항에 이릅니다. 고흥에서는 가장 크고 중요한 항만이며 제주도를 오가는 카페리가 취항하고 있습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섬은 한센인들의 애환이 전해지는 소록도입니다. 지금은 국립소록도병원과 함께 한센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박물관과 공원 등이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

거금도 해안도로를 달리는 라이더

소원동산에서 본 거금도 해안


2011년에 완공된 거금대교는 높다란 교각과 노란색 강철 와이어로 지탱되는 아름다운 다리입니다. 거금대교 덕분에 고흥반도를 거쳐서 소록도와 거금도에 이르는 멋진 바닷길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거금도 남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소원동산 팔각정에 올라서 바라보는 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적대봉을 휘돌아서 용두봉 자락 샛길을 넘은 뒤 다시 소록도를 거쳐서 녹동항으로 빠져나옵니다.


구봉산 정상에서 본 여수항

여수반도 바닷가 풍경


다시 만난 77번 국도를 따라 고흥반도 남쪽 해안을 따라 달리면 도화면을 지나서 나로도에 이릅니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 두 개 섬으로 나뉘어 있고 15번 국도 끝자락에 나로우주센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우주로켓을 쏘아 올리며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곳입니다.


포두면 간척지를 거쳐서 고흥의 진산으로 불리는 팔영산을 지나면 77번 국도가 섬과 섬을 징검다리 삼아서 여수로 곧장 이어집니다. 2016년에 개통한 팔령대교, 적금대교, 낭도대교, 둔병대교, 조화대교, 5개 다리 덕분에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 ‘여자만’을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 엄청난 편리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수 진남관과 이순신 장군


고흥과 여수를 잇는 팔영대교


5개 다리를 건너면서 양쪽으로 펼쳐지는 바다 경치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여자만 해넘이 전망대에 이릅니다. 고흥에서 여수가 이렇게 가까웠던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옛날처럼 벌교와 순천을 돌아서 여수까지 오려면 대략 1시간 30분쯤 걸릴 텐데, 다리 덕분에 10분 남짓으로 줄었으니 엄청난 차이입니다.


장등해변을 지난 뒤 곧장 여수 시내로 향하지 않고 백야도에 잠시 들어가 봅니다. 백야대교를 건너서 조금만 더 가면 백야도 등대(항로표지관리소)에서 도로가 끝납니다. 장차 백야도, 개도, 화태도 사이에 다리가 만들어지면 돌산도를 거쳐서 여수까지 바닷길이 이어집니다. 아직은 뒷날 이야기지만 섬들 사이에 바닷길이 모두 이어지면 ‘여수 백리섬길’이 완성되는 겁니다. 그날이 오기를 기약하며 백야도를 빠져나와 여수 시내에 들어섭니다.


여수의 별미 삼치회


여수는 고조선과 삼한시대에도 사람들이 살았고 백제 시기에 돌산현에 속했으며 여산현, 해읍현 등으로 불리다가 고려 태조 때부터 여수현이 됐습니다. 태조 왕건이 나라를 세우고 전국 곳곳을 순행하다가, 해읍현 사람들이 인심이 좋고 외모가 뛰어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신하들이 ‘이곳의 물이 좋아서’ 그렇다고 답한 뒤 해읍현을 여수(麗水)현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삼도수군통제영 본부였던 진남관

여수 진남관을 지키는 석인

여수 이순신광장의 거북선

여수 진남관


조선시대에 들어서 전라좌수영이 설치된 여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인연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임진왜란 시기 전라좌수사로 있던 이순신 장군이 왜의 수군을 연전연승으로 격파하면서 삼도수군통제사의 위치에 올랐고 여수는 삼도수군통제영이 됐습니다. 여수 앞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자리한 국보 ’진남관‘이 삼도수군통제영 본부였습니다.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선소, 이순신공원, 이순신광장, 장군도 등, 이순신 장군과 연관된 지명이나 장소들이 많은 건 당연합니다.


돌산도와 향일암


향일암 반야문


여수와 돌산대교로 이어진 돌산도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입니다.


무슬목을 지난 뒤 서편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화태대교에 이어서 끝등전망대가 나타납니다. 비교적 번잡한 여수 도심에 비해서 조그만 어촌 풍경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돌산도에서 본 거북선대교


돌산도 남쪽 끝자락에 솟은 금오산 성두치 고개를 넘은 뒤 오른편 바닷가로 빠지면 우리나라 4대 관음도량이자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향일암이 있습니다. 7세기 원효대사가 창건할 당시에는 원통암으로 부르다가 영구암, 금오암 등을 거쳐 조선시대에 향일암이 되었다고 합니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대로 남해 먼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금오산 자락 험준한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찰입니다.


여수 시내와 만성리해변을 잇는 마래2터널


이번에는 돌산도 동편 해안도로를 따라 여수 시내로 돌아갑니다. 17번 국도를 달려서 거북선대교를 건넌 뒤 여수엑스포역을 지나자마자 오른편 옛길로 빠져 마래2터널을 지납니다.


일제강점기에 주민들을 동원해 자연 암반을 뚫어서 만들었다는 마래2터널은 현란한 조명 때문인지 분위기가 꽤 이색적입니다. 나이 많은 여수 사람들 가운데 이 터널을 걸어서 만성리 검은모래해수욕장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하기도 합니다.


만성리, 모사금, 신덕해변을 거쳐서 거대한 국가산업단지를 지나면 묘도대교와 이순신대교를 건너서 광양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이륜차 통행 제한으로 인해서 갈 수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여수산단, 율촌산단, 순천을 거쳐서 광양으로 돌아갑니다.


노량항 은송횟집

은송횟집 미역지리


복잡한 광양 시내를 통과하고 광양국가산업단지를 지나 섬진대교를 건너면 전라남도를 벗어나 경상남도 하동입니다. 역시나 큰 산단을 하나 지나서 노량항에서 점심을 하며 숨을 돌립니다.


노량항과 남해 사이 좁은 바다가 이순신 장군이 최후 전투를 지휘하다가 장렬히 전사한 곳입니다. 바다를 두고 마주 보는 하동과 남해에 각각 노량리 마을이 있고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로 이어져 있습니다. 남해 노량마을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뒤 임시로 안치했다는 가묘와 남해충렬사가 있습니다.


금오산전망대에서 본 남해 바다


노량항 은송식당에서 미역지리로 점심을 한 뒤 진교 금오산전망대를 들러 남해 일대 바다 풍경을 감상합니다. 비록 바닷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빼어난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빠트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량대교를 건너서 남해에 들어섭니다.

 

순천만 들판의 석양

고흥만방조제: 전남 고흥군 도덕면 용동리 1454

녹동항: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3907

소록도중앙공원: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227

거금대교: 전남 고흥군 금산면 신촌리

거금도 소원동산: 전남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산 98-49

나로우주센터우주과확관: 전남 고흥군 봉래면 하반로 490

여자만해넘이전망대: 전남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1404-3

이충무공선소유적: 전남 여수시 시전동 708

진남관: 전남 여수시 동문로 11

향일암: 전남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로 1

남해충렬사: 경남 남해군 설천면 노량로183번길 27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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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21호 / 2023.2.1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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