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목에 걸린 링의 카렌족, 그리고 작은 유럽 빠이에서의 저녁

김종한 투어리스트 겸 작가가 태국의 북부 지역인 치앙마이로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국내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치앙마이는 한국의 강원도 같은 산악형 지역이 많은 곳으로 연중 20도 내외의 선선한 기후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바이크 투어에 최고의 환경조건을 갖춘 태국 북부 지역을 김종한 작가와 함께 출발합니다. 이번 호는 카렌족 마을에서 화교마을 반락타이, 작은 유럽인 빠이까지 달립니다.(편집자 주)3ed5ace84d64d.jpg

카렌빌리지로 가는 길


카렌족은 태국 북부에 사는 소수 부족입니다.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금속제 링을 목에 끼워서 점차 숫자를 늘여 가는데, 세월이 흐르며 금속제 링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목이 길어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이색적입니다.


여러 곳에 흩어져서 작은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은 그리 넉넉지 않아서 숲속에 밭을 일구거나 가축을 기르며 살아갑니다. 최근에는 관광객들로부터 입장료를 받거나 기념품을 팔아서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매홍손 부근을 비롯해서 빠이에도 카렌족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태국의 소수민족, 카렌족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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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빌리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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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빌리지 쇼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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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빌리지의 바나나 구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선 카렌족 마을은 마치 민속촌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간단한 기념품과 과일을 파는 골목을 구경하는데……,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이 모두 원주민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목에 끼운 링도 일할 때만 걸었다가 저녁에는 떼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 가운데 누가 봐도 원주민으로 보이는 왜소한 체격의 할머니 한 분이 긴 목에 많은 링을 걸고 계십니다. 워낙 특이한 모습이셔서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편 사람을 관광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 개운치 않은 기분도 듭니다. 그런 마음에 할머니 가게에서 조그만 거라도 사게 됩니다.


기념품 가게가 모인 골목을 벗어나 마을 안쪽으로 좀 더 걸어봅니다. 자그만 개울을 끼고 이어지는 마을은 아담하면서 소박한 정취가 있습니다. 카렌족 마을을 벗어나는 길을 달리면 비포장 노면에서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납니다. 사실 매홍손루프를 달리는 길들은 아스팔트 포장이 잘 돼 있어서 카렌족 마을에 이르는 길이 비포장인 건 조금 뜻밖이긴 합니다. 어쩌면 굳이 현대문명과 곧장 마주할 필요는 없다는 의식이 반영된 건 아닐까 싶네요. 물론 개인적인 추측일 뿐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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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패 밤부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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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패 사원의 대나무 테라스


다시 매홍손 시내에 들어서는 대신에 서편을 흐르는 빠이강 다리를 건너서 북상합니다. 태국 북부 화교마을로 알려진 반락타이에 이르는 길을 달리다가 사냐강에 걸린 대나무다리 수통패브릿지를 찾아서 잠시 쉬어갑니다.


이 다리는 마을 사람들이 사냐강에 홍수가 나도 강 건너에 있는 불교 사원을 찾기 편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대나무 다리를 건너서 왓뿌사마나람 사원을 구경한 뒤 국수집에서 점심을 먹고 반락타이로 향합니다.


태국속 화교마을 반락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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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미얀마의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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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락타이 화교마을48ce9bad885e7.jpg

반락타이 매사냐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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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락타이 무인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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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락타이의 리조트 시설


반락타이는 ‘태국을 사랑하는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중국 남부 윈난성 지역에서 내려온 이들이 터전을 잡은 곳으로 태국 국왕이 직접 마을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제법 험준한 고갯길을 몇 개 넘어서 마을 입구에 다다르면 산비탈을 따라 차밭이 펼쳐져서 중국(화교)다운 분위기가 물씬하고 마을 문을 들어서면 길 양편에 기와집들이 늘어서 있고 곧 매사냐호수가 보입니다. 둑을 쌓아서 만든 매사냐호수 주변에 중국풍 레스토랑이며 카페며 객잔들이 즐비한 모습입니다.


뜻밖에 화려한 데다 숙박용 리조트로 보이는 큰 건물들이 많이 보여서 예상과는 꽤 다릅니다. 어쩌면 중국의 큰손(?)들이 자본을 투자해서 관광지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숫가 객잔 2층에서 커피를 마시며 반락타이 풍경을 감상하다가 태국과 미얀마 국경을 찾습니다.


반락타이 마을 뒤편 산비탈에 난 흙길을 조금 오르면 바로 철조망이 쳐진 국경입니다. 국경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휴전선에 비할 만한 심각한 분위기는 없습니다. 허름한 나무 울타리 위에 허술한 철조망을 올린 정도여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멍을 내서 드나들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울타리 너머에 차밭이 보이는데, 반락타이 마을 사람들이 넘어가서 일군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입니다. 다만 바이크 여러 대가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언덕 위 국경경비대(?) 막사에서 태국 병사가 나와서 살펴보기는 합니다. 그저 그 뿐이어서 다가와 뭔가 묻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다시 내려와서는 주유소에 들러서 연료를 채우고 마을을 벗어납니다. 실은 반락타이에 이르는 동안 마땅한 주유소가 없었습니다. 모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였기에 휘발유 값이 좀 비싸도 무인으로 운영되는 작은 주유소나마 있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반룩카오람전망대와 도이키우럼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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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마하 태국 아주머니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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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명소 도이키우럼


반락타이를 벗어나 다시 고갯길 몇 개를 넘은 뒤 매홍손과 빠이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만납니다.


빠이 쪽으로 좌회전해서 달리는 길은 어쩐지 우리나라 정선이나 태백을 달리는 듯합니다. 울퉁불퉁 솟은 봉우리며 구불구불한 고갯길이며 주변 풍경과 분위기가 왠지 익숙합니다. 반룩카오람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에서 특히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어쩌면 태국 북부지역이 정선이나 태백과 비슷한 석회암 지대여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소도시 팡마하를 지난 뒤 도이키우럼전망대에 이르는 고갯길이 유난히 급경사와 구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아스팔트 포장이 비교적 잘 돼 있고 노면도 괜찮으니 달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빌린 렌탈바이크 컨디션이 편차가 있는데, 관리가 아쉬운 바이크로 달리는 일행은 아무래도 재미가 덜하고 긴장도가 있었다고 나중에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도이키우럼 고갯마루는 바이커들 천지입니다. 현지인들은 물론 유럽에서 온 젊은 여행자들이 스쿠터를 탄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이키우럼 고갯마루는 대표적인 일몰 명소로 알려진 곳이라서 해질녘이 되면 때맞춰서 찾는 이들이 몰리곤 합니다. 우리 일행도 곧장 빠이로 넘어가지 않고 그들 틈에서 해가 떨어지는 풍경을 감상합니다.


“오오” 과연 도이키우럼의 일몰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장면입니다. 푸르른 자연이 어느 순간 오렌지빛에서 붉은빛으로 바뀌는 모습이 무척 경이롭고 볼 만합니다. 해가 완전히 산 너머로 떨어져서 어둠이 깔리는 고갯길을 달려서 빠이에 들어섭니다.


작은 유럽,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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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야시장의 노점상

bf074c28a6f48.jpg빠이 밤거리의 정취
2b5f95351b5c6.jpg빠이 야시장의 만두가게



호텔에 체크인 뒤 곧장 빠이 거리에 나섭니다. 빠이는 치앙마이처럼 크진 않지만 제법 도심이 크고 ‘여행자들의 천국‘으로도 불립니다. 특히 유럽에서 오는 젊은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서 태국 속의 작은 유럽이기도 합니다.


매홍손루프 일주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장소기도 해서 우리 일행은 빠이에서 이틀을 머무르기로 한 상태입니다. 다만 미리 숙박 예약하지 않고 반락타이에서 빠이로 오는 도중에 호텔을 물색했는데, 적당한 곳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1월은 태국이 건기여서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기온도 높지 않은 시기여서 여행객이 몰리는 때라서 그렇습니다.


다행히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텔을 잡는 데 성공해서 저녁 먹으러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신호등이 걸린 사거리를 건너서 야시장을 구경하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가득한 워킹스트리트를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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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몬첼로 레스토랑의 이탈리아요리411a2ca1b560c.jpg

리몬첼로의 시그니처 칵테일



길 양편에 늘어선 레스토랑과 펍에 손님이 꽉 찼고 빈자리가 없습니다. 인파에 뒤섞인 채 길거리 음식을 맛보면서 워킹스트리트가 끝나는 지점까지 와서야 겨우 이탈리안레스토랑 ’리몬첼로‘에서 빈자리를 발견합니다. 얼른 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메뉴판을 받아들고야 알아챕니다.


이 레스토랑 손님들은 거리의 젊은 여행객들과 달리 상당히 연령대가 높은 이들이 대부분인데다 가격대가 유럽 현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을 말이죠. 어쩐지 테이블의 꽃장식이며 고급스런 식기며 분위기가 남다르긴 합니다. 스테이크를 비롯해서 이탈리안 메뉴에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곁들인 호화로운 저녁을 즐깁니다.


그동안 점심은 가볍게 하고 저녁을 거창하게 하자는 식으로 해왔는데, 오늘 저녁이야말로 그 다짐에 걸맞은 식사가 된 셈입니다. 물론 저녁 식사로 호텔 숙박비보다 많이 지출한 건 당연합니다.


(다음에 계속)


김종한 모터사이클 투어 전문가(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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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76호 2025.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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