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진주성 보고, 육회비빔밥 먹고, 문수암과 다도해까지

해외투어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종한 작가가 이번에는 국내 투어를 위해 한국에서 가 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경남 진주성을 시작으로 다도해를 찾아간다.e2c6b90d4c71e.jpg

진주성의 동문 촉석문


경남 진주가 ‘천리길’로 불리며 머나먼 남쪽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처음 바이크를 타고 찾은 진주는 꽤나 멀었다는 기억이 있긴 합니다. 산자락을 휘감아 돌고 강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달린 길이 그다지 편안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경북 김천을 거쳐서 경남 거창 부근을 지날 때는 지도를 보며 지름길로 생각하고 들어선 길이 비포장 고갯길이어서 당황한 기억도 있으니까요. 그랬던 길이 포장을 새로 하고 번듯하게 다듬어서 지금의 3번 국도가 돼 있습니다.


진주성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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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에서 바라본 진주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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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보름달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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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앞 남강 수변무대


덕유산 신풍령 아래로 뚫린 빼재터널을 지난 37번 국도가 거창에서 3번 국도와 만납니다.


갈비찜으로 유명한 안의를 지나고 산청과 생초를 거쳐서 남강을 바라보며 빗길을 거침없이 달립니다. 진주 시내에 들어설 무렵에는 빗줄기가 잦아들어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오랜만에 찾는 진주여서 진주성을 포함해서 시내 구경하고픈 심정이 통했나 봅니다.


대략 십몇 년 만에 찾은 진주성은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동문 격인 촉석문과 촉석루 일대를 밝히는 불빛이 남강을 비추고 김시민장군 전공비와 임진대첩계사순의단 같은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벌어진 두 차례 전투를 알려주는 유적이 잘 정비돼 있습니다.


특히 계사년에 벌어진 두 번째 전투에서는 진주성이 왜군으로 함락되면서 7만에 이르는 민관군이 희생됐으니 우리 역사의 큰 아픔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역사 때문인지 일제강점기에는 진주신사가 진주성에 들어서기도 했는데…… 광복을 맞은 뒤 진주신사를 허물고 그 자리에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을 세운 것입니다.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진주성 서편에 자리한 국립진주박물관이나 서장대 등을 두루 살피는 건 다음으로 미룹니다. 성벽 위에서 남강에 걸린 진주교 야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진주성 구경을 마친 뒤 중앙시장으로 향합니다.


진주 육회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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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중앙시장


진주에 왔으니 육회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시장통에 자리 잡은 제일식당을 찾았으나, 객실에 손님이 가득하고 그나마 재료소진으로 더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발걸음을 돌려서 천황식당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진주 시내에서 육회비빔밥으로 이름난 식당이 여럿 있는데 대표적으로 손꼽는 곳이 제일식당과 천황식당입니다. 이른바 진주 육회비빔밥 양대 맛집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제일식당이 시장통에서 노포 분위기로 세월을 짐작하게 하지만 실제 창업 시기는 알 수 없는데 반해서 천황식당은 1915년 창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려 100년이 넘은 노포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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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시기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던 진주 육회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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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식당 석쇠 쇠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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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식당 수육


1915년에 창업인데 상호가 ‘천황’이라고? 라는 생각을 누구나 할 법합니다만, ‘하늘이 내린 으뜸이나 최고’를 뜻하는 당시에 쓰던 말이라고 하며 일왕과는 관계없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진주 육회비빔밥이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지키던 민관군 병사들과 의병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밥을 먹고 곧장 전투에 나서기 위해서 나타난 음식이라고 합니다. 대접에 여러 나물과 고기를 넣어 비벼 먹는데 청포묵과 육회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당시에 진주가 소(牛)시장이 열리는 곳이었고 빠르게 먹기 위해서는 고기를 익히지 않고 육회를 넣어 비빔밥으로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상이었던가 봅니다. 육회비빔밥과 함께 석쇠불고기와 수육도 대표 메뉴인데,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불고기와 수육을 만들어 먹었으리라 상상이 됩니다.


비록 왜란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태어난 음식이지만 진주 육회비빔밥에 진주막걸리를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는 저녁이 됩니다.


옥천사와 휴대폰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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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암 전망대에서 본 풍경


남강에 걸린 김시민대교를 건너서 고성으로 향합니다. 1007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가 개천면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연화산을 자락에 걸린 느재를 넘습니다.


느재에 이르기에 앞서 만나는 연화산 옥천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진주성 전투에 참전한 승병들이 모여서 출병한 곳이라고 합니다. 당나라에 유학을 다녀온 의상대사가 화엄경을 강론하기 위해서 지은 사찰이지만 임진왜란을 겪으며 호국사찰로 더 알려졌습니다. 절터에서 솟는 샘물(옥천각)이 있으므로 옥천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느재를 넘고 갈천서원에 이를 무렵 동행하던 이가 당황해서 외칩니다. 고갯길을 넘는 도중에 휴대폰을 떨어트린 거 같다고 하네요. 뒤따르던 이는 뭔가 날아가는 걸 본 듯하다며 부리나케 찾으러 달려갔지만 실패하고……, 결국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서 장소를 특정한 뒤 찾아가서 발견합니다. 휴대폰 거치대가 바이크 진동을 이기지 못했던가 봅니다.


저는 내비게이션이나 통신장비를 이용하지 않는 투어를 하지만, 함께 하는 이들은 당연한 듯이 휴대폰을 전면에 거치해서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당황하는 모습과 찾기 위한 노력을 보건대 이제 휴대폰은 개인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건이 되었나 봅니다.


갈천저수지를 지난 뒤 33번 국도를 가로질러서 무이산 문수암에 이릅니다.


문수암과 다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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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상주 해안에 선 R 1150 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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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일주도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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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창선도에서 바라보는 하동쪽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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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항 생선구이


문수암은 연화산 옥천사의 부속 암자라거나 쌍계사의 말사라고도 하지만 문수보살의 지혜를 얻고 학업성취를 바라는 지역민들이 오랫동안 찾는 기도처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해 일대 바다를 바라보는 무이산 거친 바위 절벽에 기대어 지은 사찰이라서 풍광이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맞은편 산등성이 위에 이웃 암자인 보현암 약사불이 바다를 배경으로 조성돼 있어서 이색적인 느낌을 줍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꽤 오랜만에 찾아서 그런가 바뀐 곳도 보입니다. 문수암 주차장이 크게 넓어져서 찾는 이들의 편의가 좋아졌네요. 다만 커진 주차장이 시야를 차지하는 덕분에 옛날처럼 좁은 길에 바이크를 세워놓고 바다와 함께 사진으로 담는 즐거움은 사라졌습니다.


주차장에 바이크를 주르륵 세워두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마다하지 않습니다. 종무소를 지나 청담대사의 사리탑과 해수관음상이 있는 전망대에서 보는 남해 경치가 감탄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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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지족항 일대 바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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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다에서 맞는 일몰


다도해 바다와 보현암 약사불이 어우러진 경치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기에 오른 보람을 느끼게 만듭니다. 대웅전을 거쳐서 독성각까지 가파른 계단을 마저 오릅니다. 독성각은 깨달음을 얻는 곳이란 이름에 딱 맞는 곳입니다. 문수암에서 가장 높은 곳이면서 바위틈에 자리한 독성각에서 땀을 훔치며 문수보살의 지혜와 깨달음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봅니다.


문수암과 보현암 약사불을 살핀 뒤 남해 바닷가에 이르러 갈림길에 섭니다. 왼편으로 가면 통영과 거제를 만나지만 오른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상족암공원과 삼천포항을 거쳐서 남해 쪽으로 달립니다.


아마 오늘 저녁은 남해 읍내가 될 듯합니다.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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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_경남 진주시 남강로 626

제일식당_진주시 중앙시장길 37-8

천황식당_진주시 촉석로207번길 3

골든튤립호텔남강_진주시 남강로673번길 16

연화산옥천사_고성군 개천면 연화산1로 471-9

문수암_고성군 상리면 무선2길 808

상족암군립공원_고성군 하이면 덕명5길 42-23

삼천포나폴리회식당_사천시 중앙로 3

카페향이_남해군 창선면 서부로 1337-4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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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82호 2025.9.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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