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_지리산 속으로, 임천과 마천

2021-11-24

임천을 바라보는 라이더


‘오도재’는 1,000m급 봉우리인 삼봉산과 법화산 사이에 위치한 상당히 높은 고갯길로 해발고도가 750m에 이릅니다. 그런 ‘오도재’ 고갯마루를 넘었는데, 눈앞에 1,500~1,900m에 이르는 지리산 연봉이 나타나니 산세가 크게 와 닿습니다.


1023번 지방도를 따라 지리산을 조망하며 달리면 고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금계마을에 다다릅니다. 60번 지방도를 만나서 우회전을 하면 ‘달궁계곡’을 거쳐서 정령치나 성삼재를 넘을 수 있지만, 좌회전을 합니다. 임천(또는 엄천강) 물줄기를 따라 3km쯤 달리면 ‘용유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천 강변에 선 바이크


60번 지방도를 벗어나 임천에 걸린 용유교를 건넙니다. 다리 아래와 주변 경관을 통틀어 ‘용유담’으로 부릅니다. ‘용유담’은 ‘아홉 마리 용들이 살던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살던 곳’이라고 하니 지금은 살지 않는다는 얘기가 됩니다만, 여기에는 전해오는 사연이 있습니다.


옛날에 ‘용유담’은 아홉 마리 용과 더불어 신선과 도사들이 거처했든가 봅니다. ‘용유담’ 건너편에 마적도사가 살았는데, 아끼던 나귀가 용들이 싸우는 와중에 죽습니다. 마적도사가 화가 나서 장기 알을 던져 용들을 혼내고 쫓아냅니다. 그 뒤로 ‘용유담’에는 용이 없는 대신 강바닥에 둥근 바위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둥근 바위들은 장기 알이 변한 거라고 하는데, 재미있지만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기암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 ‘애기’ 씨가 총포술 훈련을 하던 곳이고 ‘유진’을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합니다. 뛰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라 명승 지정이 예고되기도 했으나 실제 지정은 미뤄져 왔습니다. 90년대부터 지리산댐 문제로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기 때문인데 2018년에 이르러 건설이 백지화됐으니 명승 지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전마을 다랭이논


용유교를 건너 모전마을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지날 때마다 길갓집 툇마루에 앉은 할머니 한 분이 손을 흔들어 주십니다. 1년에 두세 번, 거의 10여 년 동안 지날 때마다 같은 분이 손을 흔들어 주시니 고맙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손을 흔들어 드립니다.


모전마을과 세동마을을 지나 송문교 다리까지 임천을 내려다보며 달리는 샛길은 가을에 특히 운치가 있고 예쁩니다. 도중에 높은 언덕에 올라 다랭이논과 임천과 ‘용유담’을 내려다볼 수도 있습니다. 송문교를 건넌 뒤 60번 지방도를 따라 금계마을로 되돌아갑니다.


다시 1023번, 60번 지방도 갈림길을 지나 임천과 의탄천 합수머리에 걸린 지리산 제1교를 건넙니다. 의탄천을 따라 달리면 또 한 번 물줄기가 나뉘면서 오른편으로 ‘칠선계곡’, 왼편으로 ‘벽송사’로 이어집니다.


‘벽송사’는 신라말 또는 고려초에 창건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조선시대 벽송지엄 선사가 중창해서 오늘에 이른다고 전합니다. 한국 선불교의 종가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한 바 있고 수많은 고승이 배출된 사찰이라서 ‘벽송사 문고리만 잡아도 도를 깨우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서암정사 대방광문


벽송사 입구에서 왼편 언덕을 오르면 ‘서암정사’가 나타납니다. 1960년 벽송사에서 수행하던 원응 스님이 6·25전쟁으로 지리산에서 희생된 이들의 넋을 달래고 인류평화를 이루는 뜻으로 불사를 일으켜 조성한 암자입니다. 거대한 바위가 뒤엉킨 입지부터 예사롭지 않고 사천왕이나 부처는 물론 여러 극락세계를 표현한 돌조각 작품들이 가득해서 남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서암정사 대운전과 지리산


특히 자연석 바위를 파내서 12년간 조성한 극락전은 아름다운 석굴법당으로 유명합니다. 오랜 세월 상주하며 석굴 안 조각을 완성한 홍덕희를 비롯한 뛰어난 석공들이 피땀으로 이룩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암정사’는 경건함 속에 예술성 넘치는 작품들의 화려함까지 갖추고 있어서 벽송사가 보여주는 기품있는 단아함과 대비되는 느낌입니다.


다시 60번 지방도로 돌아서 나옵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대암’이나 실상사 역시 둘러볼 만한 사찰입니다. 가을 햇살을 받아서 반짝이는 임천 물길을 따라 ‘달궁계곡’으로 향합니다.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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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사 - 055-962-5661 경남 함양군 마천면 광점길 27-177

서암정사 - 경남 함양군 마천면 광점길 27-79

금대암 - 055-962-5500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17-3

실상사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4-129

옛날금호식당(안의갈비찜) - 055-964-8041 경남 함양군 안의면 광풍로 107

달궁식당(지리산흑돼지) - 063-625-8971

 

※ 모든 사진은 코로나 상황 이전에 촬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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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89호 / 2021.1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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