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_정령치에서 남원으로

2021-12-03

정령치를 달리는 라이더


달궁계곡을 따라 지나는 861번 지방도를 달리며 그 이름의 유래를 생각해 봅니다.


2천년 전, 마한의 효왕이 주변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에 터를 잡아 도성을 쌓고 ‘달의 궁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달궁’이 있는 땅은 반야봉 노고단 성삼재 정령치 세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천연의 요새를 이루고 오로지 만수천 물줄기가 따라서 반선을 거쳐야만 닿을 수 있습니다. 도성을 짓는 공사는 ‘정장군’과 ‘황장군’의 지휘로 이루어 졌으므로 이들의 공로가 ‘정령’과 ‘황령’ 고갯길 이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달궁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남원으로 이어지는 고갯길 ‘정령치’가 그 한 곳입니다. 다만 ‘황령’은 어느 고갯길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남원 광한루원 정문


남원에서 지리산 정령치로 가는 길


달궁삼거리에서 정령치에 이르는 고갯길이 구불구불 고도를 높여갑니다. 해발고도 1,172m에 이르는 정령치 고갯마루는 지리산에서 바이크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입니다. 2천년 전에는 마한의 정장군이 지켰고, 일제 강점기에는 지리산 목재를 수탈하는 통로였고, 6.25전쟁 전후에는 빨치산과 토벌대가 공방을 벌이던 곳입니다. 


정령치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그 과정을 거치며 고갯길은 오솔길에서 임도로 바뀌었고 88올림픽 시기에 들어서며 왕복 2차로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해서 오늘에 이릅니다. 최근에는 백두대간 복원사업으로 터널식 생태통로가 만들어졌고 고갯마루 주차장 존치 문제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는 등, 사람의 필요와 철학에 맞춰서 끊임없이 주변 경관이 바뀌고 있습니다.


정령치에서 바라본 남원 일대


생태통로 위 능선에 오르면 북쪽으로 남원과 운봉을 잇는 여원재 일대와 저 멀리 장수군 일대 산악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남쪽으로는 달궁계곡 너머로 반야봉과 명선봉 일대 지리산 능선이 하늘과 맞닿은 경관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령치 고갯마루를 넘어 남원으로 내려갑니다. 정령치에서 고기리 삼거리까지 737번 지방도, 고기리에서 남원까지 이어지는 60번 지방도는 끊임없는 굴곡과 가파른 구간이 많아서 바이크를 웬만큼 탄다는 이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길입니다. 게다가 가을철에는 단풍나무 군락이 황홀한 경관을 보여주니 한눈을 팔다가는 절벽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 달려야 합니다.


정령치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절벽 아래 구룡계곡을 흐르는 원천천 물줄기 역시 정령치 골짜기에서 발원한 뒤 고기리와 주천면을 거쳐서 남원으로 이어집니다. 원천천이 요천과 만나는 곳에는 남원대교와 춘향교 등이 걸려있고 강변을 따라 호텔과 리조트가 늘어서 있습니다. 해거름 무렵이라 적당한 곳에 숙소를 잡은 뒤 저녁밥은 강 건너 시내에서 먹기로 합니다.


동춘원 매운 탕수육


경방루, 동춘원, 춘향루, 한성 등등, 전남 남원에는 중화요리 식당이 많습니다. 18 82년 임오군란 시기에 청나라 군대와 함께 한반도로 건너온 ‘화교상인’들이 남원에도 정착해서 ‘청요리’(중화요리) 식당을 열고 4대 째 영업하는 100년 노포도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내일 아침밥은 남원 추어탕입니다만.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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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궁자동차야영장 063-630-8900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로 365

달궁식당 063-625-8971 전북 남원시 산내면 지리산로 311

남원 동춘원 063-625-1731 전북 남원시 비석길 95


※ 모든 사진은 코로나 상황 이전에 촬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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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391호 / 2021.11.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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