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 2_2편, 평택항부터 아산만방조제, 군산까지

2022-10-21

대한민국 바닷길을 따라 달리다

 

15년 만에 해안선 일주를 떠납니다. 2008년 여름에 텐트와 침낭 등 야영 장비를 싣고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해안선을 대략 3주간 달린 일이 있습니다만,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해안선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보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 뉴스를 통해서 어느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교나 큰 만을 건너는 다리가 놓였다는 소식을 접하며 오랜만에 해안선을 따라 다시 한번 달리고 싶다는 생각했습니다. 강화도에서 시작된 여행은 다시 평택항부터 시작합니다.

가로림만의 간조


평택항을 지나 아산만방조제를 건넙니다. 삽교천방조제,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를 이어서 달립니다.


1980년대 성황을 이루며 들어선 방조제들로 서해안 지형도가 단순해졌다지만 가로림만 일대는 여전히 복잡한 해안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9번 국도 끝 황금산과 가로림만 건너편 만대항이 손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여기에 방조제를 만들어 가로림만을 간척하는 계획이 있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취소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만리포 해변


돌이켜 보면 일찍이 고려시대에도 가로림만 남쪽과 천수만 북쪽 물길을 잇는 운하 공사를 한 일이 있다지요. 서산과 태안을 잇는 32번 국도 부근에는 지금도 굴포운하를 팠던 흔적과 함께 굴포나 굴포골 같은 지명이 남아있습니다.


당시에 태안반도 바깥 바다를 지나는 세곡선의 안전을 위한 궁리였지만 성공하지는 못하고 흔적만 남긴 셈입니다.


공세리 성당


태안반도의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해변과 안흥항을 지나 안면도에 이릅니다.


안면도는 조선 초기까지 섬이 아니었으나 안면대교 아래 판목 운하를 파서 물길을 내면서 섬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세곡선의 안전을 얻을 목적으로 물길을 낸 것이니 태안반도 바깥 바다가 워낙 거칠었던가 봅니다. 태안과 안흥이라는 지명이 모두 바닷길 안전을 바라는 뜻이 담겼다고 하니 굴포운하와 판목 운하를 판 조상님들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기는 합니다.


터널만 지나면 바로 원산도이지만


원산 안면대교


원산 안면대교에서 바라본 천수만


안면도 영목항


안면도와 원산도 사이 원산안면대교를 건넜지만, 보령터널 앞에서 돌아섭니다. 바이크 주행 금지 터널입니다. 터널을 달리면 바다 건너 대천항까지 몇 분이면 갈 텐데……, 15년 전에는 안면도 영목항에서 원산도를 거쳐 대천항까지 배에 바이크를 싣고 건너기라도 했건만 다리와 터널이 생기니 그마저 어려워졌네요. 이륜차를 보는 편견과 관련 정책이 아쉬울 뿐입니다.


안면도를 돌아 나와서 서산B 방조제, 간월도, 서산A 방조제를 차례로 건넙니다.


서산대사가 수행했다는 간월암을 잠시 구경하고 나온 뒤 길이 바닷물에 잠기는 광경을 바라봅니다.


대천 해수욕장


서산 방조제가 없었을 때는 천수만 가운데 작은 바위섬에 의지한 암자였을 겁니다.


가로림만과 천수만은 우리나라에서 내륙 깊숙이 갇힌 바다로는 흔치 않은 풍광을 간직한 곳이 아닌가 합니다. 고려와 조선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많은 도전(?)을 이겨내고 제 모습을 지키고 있으니 다행스럽고 대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천 해변의 일몰


천수만 옆으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 남당항과 오천항을 지나고 토정 이지함 묘를 거쳐서 보령터널 출구가 있는 대천항에 이릅니다.


터널을 이용하면 10분 정도인 대천항까지 대략 2시간쯤 걸린 듯합니다. 무창포 해변을 지나 마량포구 동백나무군락지를 찾으니 코로나19 탓에 탐방로 입구가 막혀 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조금 서둘러서 군산으로 향합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


도중에 들른 장항스카이워크는 백제가 멸망한 뒤 의자왕이 당나라에 끌려갈 때 배를 타고 떠난 곳이라고 합니다. 15년 전에는 금강하구둑 갑문교를 건넜지만, 이번에는 금강 하구에 걸린 동백대교를 건넌 뒤 군산 시내에 들어섭니다.


해안선 일주를 떠난 뒤 4일 차, 15년 전과 비교하면 조금 큰 길도 이용하면서 빠르게 달리는 셈입니다.


당시에는 야영하며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달린 것과 달리 이번에는 2주간으로 일정이 정해져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군산 빈해원 / 빈해원 물짜장

군산 일해옥 콩나물국밥 / 군산 초원사진관


군산 짬뽕 특화 거리에 있는 ‘빈해원’은 군산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식당입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분이 대를 이어서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고 오래된 중국풍 복층구조의 내부 회랑과 구조가 독특해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물짜장과 요리를 하나 더 주문해서 저녁을 먹은 뒤 군산 근대 문화거리를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해안 도로에 있는 주요 거점 지역


공세리성당/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만리포/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2길 138

간월암/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1길 119-29

마량리동백나무숲/충남 서천군 서면 서인로235번길 103

장항스카이워크/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산 58-48

빈해원/전북 군산시 동령길 57

 

글·사진/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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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륜차신문 413호 / 2022.1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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