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길을 바다 건너편으로, 일본 북알프스를 달리다
꼬박 2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멀리 바다 건너편 어딘가 다른 나라를 달리고픈 마음을 달래느라 인고의 시간을 보낸 듯합니다.
실은 지난해 하반기 열린 하늘길을 이용해서 가까운 규슈를 다녀오긴 했지만, 방역 관련된 서류를 여럿 준비하는 불편함과 더불어 현지에서는 렌탈 바이크를 이용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이윽고 바닷길이 다시 열리고 내 바이크를 가지고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호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까지 가는 여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는 오사카에서 북알프스까지 달리는 여정입니다.
히루가노 고원길
기후시 외곽에 자리 잡은 호텔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어쩐 일인지 시내 호텔들은 대부분 만실이고 괜찮은 곳이 없어서 아예 도심 바깥에 숙소를 잡은 건데, 오히려 복잡한 도심을 피하면서 오늘 달릴 경로와 적절히 맞아떨어져서 괜찮은 곳입니다.
어제 오사카까지 오는 페리도 만실이었는데 대부분이 일본 현지 라이더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타는 바이크마다 ‘SSTR’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물어보니 ‘선라이즈-선셋-트랜스랠리’ 이벤트 참가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의 해가 뜨는 곳과 지는 곳을 이어 달리는 이벤트 랠리이고 5월말 경에 진행된다는데……, 우리 일본알프스&후지산 투어와 경로가 겹쳤던 것입니다.
추억 속의 길을 따라
히루가노 고원의 라이더
기후 도심 바깥으로 흐르는 이비가와 강둑을 따라 북상합니다.
이비가와는 남쪽으로 흘러서 나고야 서편을 지난 뒤 바다에 이르는데, 이 강줄기를 기점으로 일본의 간사이(관서)와 간토(관동) 지방이 나뉜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간사이와 간토 경계선을 따라 북상하고 있는 셈입니다.
78번 지방도를 만나서 우회전한 뒤 256번 국도를 만날 때까지 주욱 달립니다. 도중에 휴식을 위해 들른 편의점에서도 ‘SSTR’ 스티커가 붙은 바이크들이 많이 보입니다. ‘선라이즈-선셋-트랜스랠리’ 최종 도착하는 장소가 가나자와 현의 해변이어서 경로가 여전히 겹치고 있나 봅니다.
타라가터널 안(2019년)
이타도리가와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256번 국도를 따라 달리며 옛 생각을 잠시 떠올립니다. 2008년 일본 일주 때 늦은 시간에 이 길을 지나다가 저녁 먹으러 들른 일본 라멘집 아저씨와 어설픈 일본어로 긴 대화를 나눈 일, 그가 그려준 약도를 보며 찾은 호텔에서 겨우 숙박을 해결했던 일, 밤안개로 조심스러웠던 시골길, 서늘한 한기를 느꼈던 타라가터널 속,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또렷합니다. 다만 기억 속 라멘집은 없어진 모양이고 호텔은 여전히 영업 중이네요.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바이크를 타고 건너오기 편하지만, 규슈, 서일본, 시코쿠 정도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오사카를 지나 기후현이나 토야마현 정도가 되면 체감되는 거리도 그렇고 상당히 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대략 5년에 한 번 꼴로 지나는 셈이 됩니다만.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나홀로가 아닌 일행이 있다는 거네요. 교통량이 적은 158번 국도를 따라서 경치 좋은 히루가노 고원을 넘고 합장가옥(갓쇼츠쿠리)으로 유명한 시라가와고에 이릅니다.
초가집 마을 시라가와고
시라가와고를 찾은 관광객들
시라가와고의 초가 살림집
시라가와고(2008년)
시라가와고는 일본식 초가집인 갓쇼츠쿠리가 원형대로 보존돼 있어서 세계유산에 지정된 마을입니다.
갓쇼츠쿠리는 초가 지붕이 두 손을 맞대고 합장한 듯한 모양이라서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의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합장가옥 지붕의 경사가 가파른 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역시나 일본 일주 때 처음 들른 곳인데, 그 뒤로 몇 년이 지나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 마을의 초가집이 겨울에 눈 덮인 풍경을 ‘마음의 고향’같은 것으로 여긴다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 역시 초가집이 있는 시골 풍경이 거의 사라져서 이렇게 남아있는 곳이 몇 곳 뿐인가 봅니다. 기후현과 토야마현 경계를 이루는 깊은 산골이다 보니 초가집들이 살아남은 게 아닌가 싶네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건 시라가와고와 가까운 고카야마 두 곳입니다. 처음 찾았을 때를 떠올려 보면 꽤 많은 구석이 바뀌긴 했습니다. 마을 안 풍경도 좀 바뀐 듯하지만, 무엇보다 주차장 요금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세계유산이 되었으니 입장 요금 대신이 아닌가 싶네요.
마을 안에 위치한 사찰 묘젠지에 이어서 합장가옥 세 채가 나란히 서 있는 장소는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가 되었습니다. 먼 산에는 눈이 보이는데, 마을은 골짜기 안이어서 그런지 무척 기온이 높고 더워서 얼른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옵니다.
기타가 매달린 키타타피의 ZRX1200
전국(일본)일주 중인 키타타피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다가 빨간색 ZRX1200 1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라가와고 근처 휴게소에서 만났던 일본 라이더 ‘키타타피’ 양을 또 만났네요. 그녀는 교토에 살고 미술 전공으로 잠시 휴학하고 바이크로 전국(일본) 일주를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뒷자리에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해서 야영 장비를 포함한 짐을 바리바리 실었는데 기타도 보입니다. 그래서 인스타 이름이 ‘키타’타피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짐 싣는 박스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들이 지나온 곳을 보여주는데, 제가 가진 스티커도 한 장 선물하니 빈자리에 붙입니다. 일본에는 ‘말을 돌려서 하는 교토사람’ 밈이 있습니다만,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라 그런지 교토사람 같지 않습니다. 소프트콘을 먹으며 서로의 안전한 투어링이 되기를 빌어준 뒤 각자의 길을 향해 달립니다.
토야마의 쿠로베알펜루트
쿠로베알펜루트를 오르는 길
무로도 지고쿠다니
다테야마역의 셔틀 트레인
일본알프스는 북알프스, 남알프스로 나뉘고 최근에는 미드알프스로 부르는 지역도 더해진 모양입니다.
우리 일행이 목표로 한 곳은 가장 높은 산악을 이루는 북알프스입니다. 다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알펜루트와 가까운 다테야마역이나 토야마 시내에 숙소가 만실이어서 조금 멀리 떨어진 다카오카 시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쿠로베알펜루트가 워낙 알려진 명소기는 한데 이 정도로 숙박에 어려움을 겪을지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가 물러가면서 일본 사람들의 억눌려왔던 여행 욕구가 폭발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다카오카를 떠나 토야마 시내를 관통한 뒤 다테야마역으로 향합니다. 쿠로베알펜루트는 일본 북알프스의 다테야마와 쿠로베댐 등을 잇는 산악횡단관광을 위해서 1971년에 개설됐다고 합니다. 2천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고 3천m가 넘는 봉우리도 여럿 있어서 6월 말이나 7월 초까지도 눈이 뒤덮인 산악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도로가 개설된 다테야마역에서 무로도 사이 구간은 셔틀버스만 이용할 수 있고 바이크로 오를 수 없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여길 안 갈 수는 없지요.
무로도의 미쿠리가이케 호수
무로도의 눈벽 걷기
다테야마역에서 티켓을 끊습니다. 다테야마역-비조다이라-미다가하라-덴쿠다이라-무로도에 이르는 구간을 셔틀 트레인과 버스를 이용해서 오릅니다. 더 나아가 다이칸보와 쿠로베 댐을 거쳐 나가노현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티켓도 있지만, 우리는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 뒀으니 무로도까지만 갔다가 돌아올 예정입니다.
무로도는 해발 2,450m에 이르는 루트를 통틀어 가장 높은 곳이고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습니다. 얼어붙은 미쿠리가이케 호수와 함께 유황 냄새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지고쿠다니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걷습니다. 산책로에는 지역 텃새인 뇌조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트릴 수 없는 곳은 눈벽 구간입니다. 무로도에 이르는 도로에 겨우내 쌓인 눈을 치우면서 만들어진 눈벽 사이를 걷는 이채로운 경험을 합니다.
(다음에 계속)
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일본투어 #오사카
한국이륜차신문 440호 / 2023.1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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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길을 바다 건너편으로, 일본 북알프스를 달리다
꼬박 2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멀리 바다 건너편 어딘가 다른 나라를 달리고픈 마음을 달래느라 인고의 시간을 보낸 듯합니다.
실은 지난해 하반기 열린 하늘길을 이용해서 가까운 규슈를 다녀오긴 했지만, 방역 관련된 서류를 여럿 준비하는 불편함과 더불어 현지에서는 렌탈 바이크를 이용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이윽고 바닷길이 다시 열리고 내 바이크를 가지고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호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까지 가는 여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는 오사카에서 북알프스까지 달리는 여정입니다.
히루가노 고원길
기후시 외곽에 자리 잡은 호텔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어쩐 일인지 시내 호텔들은 대부분 만실이고 괜찮은 곳이 없어서 아예 도심 바깥에 숙소를 잡은 건데, 오히려 복잡한 도심을 피하면서 오늘 달릴 경로와 적절히 맞아떨어져서 괜찮은 곳입니다.
어제 오사카까지 오는 페리도 만실이었는데 대부분이 일본 현지 라이더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타는 바이크마다 ‘SSTR’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물어보니 ‘선라이즈-선셋-트랜스랠리’ 이벤트 참가자들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의 해가 뜨는 곳과 지는 곳을 이어 달리는 이벤트 랠리이고 5월말 경에 진행된다는데……, 우리 일본알프스&후지산 투어와 경로가 겹쳤던 것입니다.
추억 속의 길을 따라
히루가노 고원의 라이더
기후 도심 바깥으로 흐르는 이비가와 강둑을 따라 북상합니다.
이비가와는 남쪽으로 흘러서 나고야 서편을 지난 뒤 바다에 이르는데, 이 강줄기를 기점으로 일본의 간사이(관서)와 간토(관동) 지방이 나뉜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간사이와 간토 경계선을 따라 북상하고 있는 셈입니다.
78번 지방도를 만나서 우회전한 뒤 256번 국도를 만날 때까지 주욱 달립니다. 도중에 휴식을 위해 들른 편의점에서도 ‘SSTR’ 스티커가 붙은 바이크들이 많이 보입니다. ‘선라이즈-선셋-트랜스랠리’ 최종 도착하는 장소가 가나자와 현의 해변이어서 경로가 여전히 겹치고 있나 봅니다.
타라가터널 안(2019년)
이타도리가와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256번 국도를 따라 달리며 옛 생각을 잠시 떠올립니다. 2008년 일본 일주 때 늦은 시간에 이 길을 지나다가 저녁 먹으러 들른 일본 라멘집 아저씨와 어설픈 일본어로 긴 대화를 나눈 일, 그가 그려준 약도를 보며 찾은 호텔에서 겨우 숙박을 해결했던 일, 밤안개로 조심스러웠던 시골길, 서늘한 한기를 느꼈던 타라가터널 속,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또렷합니다. 다만 기억 속 라멘집은 없어진 모양이고 호텔은 여전히 영업 중이네요.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바이크를 타고 건너오기 편하지만, 규슈, 서일본, 시코쿠 정도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오사카를 지나 기후현이나 토야마현 정도가 되면 체감되는 거리도 그렇고 상당히 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대략 5년에 한 번 꼴로 지나는 셈이 됩니다만.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나홀로가 아닌 일행이 있다는 거네요. 교통량이 적은 158번 국도를 따라서 경치 좋은 히루가노 고원을 넘고 합장가옥(갓쇼츠쿠리)으로 유명한 시라가와고에 이릅니다.
초가집 마을 시라가와고
시라가와고를 찾은 관광객들
시라가와고의 초가 살림집
시라가와고(2008년)
시라가와고는 일본식 초가집인 갓쇼츠쿠리가 원형대로 보존돼 있어서 세계유산에 지정된 마을입니다.
갓쇼츠쿠리는 초가 지붕이 두 손을 맞대고 합장한 듯한 모양이라서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의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합장가옥 지붕의 경사가 가파른 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역시나 일본 일주 때 처음 들른 곳인데, 그 뒤로 몇 년이 지나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이 마을의 초가집이 겨울에 눈 덮인 풍경을 ‘마음의 고향’같은 것으로 여긴다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일본 역시 초가집이 있는 시골 풍경이 거의 사라져서 이렇게 남아있는 곳이 몇 곳 뿐인가 봅니다. 기후현과 토야마현 경계를 이루는 깊은 산골이다 보니 초가집들이 살아남은 게 아닌가 싶네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건 시라가와고와 가까운 고카야마 두 곳입니다. 처음 찾았을 때를 떠올려 보면 꽤 많은 구석이 바뀌긴 했습니다. 마을 안 풍경도 좀 바뀐 듯하지만, 무엇보다 주차장 요금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세계유산이 되었으니 입장 요금 대신이 아닌가 싶네요.
마을 안에 위치한 사찰 묘젠지에 이어서 합장가옥 세 채가 나란히 서 있는 장소는 관광객들의 사진 명소가 되었습니다. 먼 산에는 눈이 보이는데, 마을은 골짜기 안이어서 그런지 무척 기온이 높고 더워서 얼른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옵니다.
기타가 매달린 키타타피의 ZRX1200
전국(일본)일주 중인 키타타피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다가 빨간색 ZRX1200 1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라가와고 근처 휴게소에서 만났던 일본 라이더 ‘키타타피’ 양을 또 만났네요. 그녀는 교토에 살고 미술 전공으로 잠시 휴학하고 바이크로 전국(일본) 일주를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뒷자리에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해서 야영 장비를 포함한 짐을 바리바리 실었는데 기타도 보입니다. 그래서 인스타 이름이 ‘키타’타피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짐 싣는 박스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들이 지나온 곳을 보여주는데, 제가 가진 스티커도 한 장 선물하니 빈자리에 붙입니다. 일본에는 ‘말을 돌려서 하는 교토사람’ 밈이 있습니다만,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라 그런지 교토사람 같지 않습니다. 소프트콘을 먹으며 서로의 안전한 투어링이 되기를 빌어준 뒤 각자의 길을 향해 달립니다.
토야마의 쿠로베알펜루트
쿠로베알펜루트를 오르는 길
무로도 지고쿠다니
다테야마역의 셔틀 트레인
일본알프스는 북알프스, 남알프스로 나뉘고 최근에는 미드알프스로 부르는 지역도 더해진 모양입니다.
우리 일행이 목표로 한 곳은 가장 높은 산악을 이루는 북알프스입니다. 다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알펜루트와 가까운 다테야마역이나 토야마 시내에 숙소가 만실이어서 조금 멀리 떨어진 다카오카 시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쿠로베알펜루트가 워낙 알려진 명소기는 한데 이 정도로 숙박에 어려움을 겪을지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가 물러가면서 일본 사람들의 억눌려왔던 여행 욕구가 폭발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다카오카를 떠나 토야마 시내를 관통한 뒤 다테야마역으로 향합니다. 쿠로베알펜루트는 일본 북알프스의 다테야마와 쿠로베댐 등을 잇는 산악횡단관광을 위해서 1971년에 개설됐다고 합니다. 2천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고 3천m가 넘는 봉우리도 여럿 있어서 6월 말이나 7월 초까지도 눈이 뒤덮인 산악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도로가 개설된 다테야마역에서 무로도 사이 구간은 셔틀버스만 이용할 수 있고 바이크로 오를 수 없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여길 안 갈 수는 없지요.
무로도의 미쿠리가이케 호수
무로도의 눈벽 걷기
다테야마역에서 티켓을 끊습니다. 다테야마역-비조다이라-미다가하라-덴쿠다이라-무로도에 이르는 구간을 셔틀 트레인과 버스를 이용해서 오릅니다. 더 나아가 다이칸보와 쿠로베 댐을 거쳐 나가노현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티켓도 있지만, 우리는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 뒀으니 무로도까지만 갔다가 돌아올 예정입니다.
무로도는 해발 2,450m에 이르는 루트를 통틀어 가장 높은 곳이고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습니다. 얼어붙은 미쿠리가이케 호수와 함께 유황 냄새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지고쿠다니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걷습니다. 산책로에는 지역 텃새인 뇌조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트릴 수 없는 곳은 눈벽 구간입니다. 무로도에 이르는 도로에 겨우내 쌓인 눈을 치우면서 만들어진 눈벽 사이를 걷는 이채로운 경험을 합니다.
(다음에 계속)
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일본투어 #오사카
한국이륜차신문 440호 / 2023.1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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