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의 한국기행_모운동과 김삿갓면

2021-10-19

모운동 도로와 바이크들


구비치는 모운동 길


봉래산에서 내려와 동강에 걸린 삼옥교를 건넙니다. 좌회전하면 동강을 거슬러 올라서 어라연과 문산마을까지 갈 수 있지만 다음을 기약합니다.


동강터널


우회전해서 동강터널을 빠져나가면 다시 영월 읍내입니다. 영월역 앞을 지나 옛 88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가 정조대왕태실비 부근에서 동강에 걸린 팔흥교를 건넙니다. 과거에는 88번 지방도가 동강 옆 절벽 위를 지났지만 지금은 폐쇄돼 있습니다.


옥동천


팔흥교를 건넌 뒤 팔괴교차로에서 다시 88번 지방도를 타고 고씨동굴로 향합니다. 만일 별마로천문대를 거치지 않고 곧장 제천~고씨동굴로 간다면? 제천-쌍용-영월-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가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돼 있고, 거기서 갈라져서 영월읍을 우회하는 88번 지방도를 이륜차는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륜차 운전자는 옛 38번 국도와 옛 88번 지방도를 이용해서 영월 읍내를 반드시 거친 뒤에야 고씨동굴로 갈 수 있는 셈이니 매우 불합리한 일입니다.


영월읍에서 동강과 서강이 합수해 남한강이 됩니다. 남한강 물길은 고씨동굴 부근에서 옥동천을 만나 단양 쪽으로 흐릅니다.


김삿갓유적지 조형물


김삿갓면은 남한강 동쪽에 있어서 하동면으로 불리다가 2009년에 이름이 바뀌었는데, 무릉도원면이나 한반도면과 마찬가지로 지역 특색을 살리기 위함입니다. 88번 지방도가 옥동천 물길을 따라 김삿갓면사무소가 있는 옥동리와 예밀리를 거쳐 와석재터널을 지납니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 넘어 다녔던 고갯길 이름은 ‘고지기재’입니다. 조선시대 세곡을 보관한 창고지기들이 넘어 다녔으므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와석재터널 진입 직전 왼편 샛길로 빠집니다. 예밀리에서 시작된 구불구불한 구절양장 길이 망경대산 허리를 넘어 모운동으로 이어집니다. 좁고 가파른 고갯길이 지그재그로 산허리를 돌면서 오르는 모양새가 마치 알프스의 ‘스텔비오’를 오르는 기분입니다.


모운동은 긴 세월 탄광촌으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1953년부터 석탄을 생산한 옥동탄광이 있었고, 1989년에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폐광된 뒤에는 쇠락한 느낌이 역력합니다. 전성기에 8천여 명에 이르던 주민들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겨우 몇 십 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영월 읍내를 오가는 마을버스가 하루 세 번 운행하면서 주민들의 발이 돼 준다고 하니 옛날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합니다.


옥동탄광 진입로를 곁눈질하며 모운동을 빠져나와 와석리로 내려갑니다. 이 길도 구불구불 만만치 않게 구절양장입니다. 산길을 내려와 옥동천을 건넌 뒤 28번 지방도를 따라 김삿갓 계곡에 들어섭니다. 마포천을 따라 계곡 깊숙한 곳에 이르면 방랑시인 김삿갓 묘소가 있습니다. 1807년에 태어난 난고 김병연(김삿갓)은 조선시대 전국을 방랑하며 많은 해학 시와 구전을 남긴 인물입니다. 


김삿갓 유적지


젊은 시절 지역 백일장에서 홍경래의 반란군에 투항한 선천 부사 김익순의 죄를 질타하는 글을 써 급제를 했지만,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는 방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상을 뵐 낯이 없다며 큰 삿갓을 눌러 쓰고 다녀서 김삿갓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1863년 전남 화순에서 객사한 뒤 아들이 수습해 와서 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슬기 매운탕


김삿갓묘를 지나면 조선시대 ‘십승지’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의풍리입니다. 십승지는 난을 피해서 미래를 도모하기 좋은 명당을 뜻합니다. 김삿갓의 어머니 이 씨가 자식들을 데리고 이곳에 숨어 살았던 것도 집안을 다시 일으키려는 의도였다고 전합니다. 의풍리를 지나 325번 지방도를 따라 마구령을 넘어갑니다.

 


글/사진 김종한(만화가·여행작가)

barami337@naver.com

https://band.us/@biketouring


고씨동굴 033-372-6871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

고지기재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예밀리 산 194-1

김삿갓묘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 897-2

 

※ 모든 사진은 코로나 상황 이전에 촬영된 것입니다.


#한국이륜차신문 #모터사이클뉴스 #김종한 #강원도 #영월 #김삿갓 #모운동


한국이륜차신문 385호 / 2021.8.16~8.31


Copyright ⓒ 한국이륜차신문 www.kmnews.net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금지